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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민간에 노인요양시설 맡긴 현실은 참담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는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대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는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대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라고 촉구했다.ⓒ민중의소리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시행한 지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사회의 공공서비스를 민간에맡겨 생긴 문제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민간사업자들이 ‘공공성’이 아닌 ‘이윤’에 따라 요양시설을 운영한 탓에 요양보호사들의 노동환경이 날로 열악해지고 있다. 심지어 요양보호사들이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폐업하는 민간요양시설까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민간요양시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이에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이 거리로 나와 목소리를 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는 11일 오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약대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설립하고 민간시설에 대한 실질적인 공공성 확대방안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국 광역자치단체에 공단을 설립해 보육·요양 등 사회서비스를 국가가 직접 책임지도록 하겠다며,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을 약속했다. 19대 더불어민주당 대선 정책공약집에 따르면, ‘더불어 성장으로 함께하는 대한민국’ 부분에서 ‘사회복지 보육, 요양, 장애인 복지, 공공의료 등 사회서비스 공공기관 일자리 34만개’를 창출하겠다고 약속했다

작년 7월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 중 17번째로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을 꼽으며 돌봄과 요양의 공공성을 확대하고, 그 방안으로 사회서비스공단을 전국의 광역시도별로 세우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지난 2008년 7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시행했다. 10년 전의 이 첫 단추는 잘못 채운 것이었다. 국가는 제도만 만들고, 운영은 민간 시장에 맡겨버렸다. 요양서비스노조는 그 결과 "전체 노인요양시설의 98.9%(1만9,398곳)를 개인이 운영하고, 공립은 1.1%(213곳)에 지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요양서비스노조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사회서비스공단 설립’이 그동안 왜곡되어온 장기요양시설 공급 체계를 바꾸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민간이 운영하는 노인요양시설에서 부정수급, 횡령 등 온갖 비리가 난무하게 되었고 시설에 종사하는 요양보호사들의 처우와 근로조건은 최악의 상황에 이르렀다”며 “노동법을 지키지 않고 체불은 물론 급여명세서를 제공하지 않는 시설도 부지기수”라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방문 요양을 하고 있는 노우정 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 준비위원장은 “저는 시급 9,700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하루동안 똑같은 일을 같은 시간하고 누구는 9,500원을 받고, 누구는 1만500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보호사가 빨간 날(휴일) 일을 하면 가산수당을 공단에서 지급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센터에서는 센터장이 주면 가산수당이 생기는 것이고, 주지 않으면 가산수당은 없다고 이야기 했다. 바로 이것이 지난 10년 동안 노인요양시설을 민간에게 맡긴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요양보호사들은 “따로 쉴 수 있는 휴게실이 없다”고 밝히며, “어르신들을 지켜야 하기 때문에 쉴 시간 없이 같은 공간에서 항상 대기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야간에 일하는 요양보호사들은 오후 6시부터 아침 9시까지 총 15시간을 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잠을 잠 때는 어르신 침대 밑에서 매트를 깔고 잔다”며 “회사에서는 (이 시간을) 수면시간으로 잡지만, 낙상 등 사고에 대비해 눈을 감아도 귀는 연 상태로 누워있을 뿐”이라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과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10주년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 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조합원들과 서울요양보호사협회 소속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제10주년 요양보호사의 날을 맞아 요양보호사 처우개선과 서비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사회서비스공단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성남 세비앙요양원은 요양보호사들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는 이유만으로 일주일만에 폐업을 자행했다. 부당노동행위에 항의해 노조는 요양원 앞에서 천막을 치고 61일째 농성 중이다.

한겨레는 11일 보도를 통해 세비앙실버홈 이사장의 갑질을 폭로했다. 이사장은 지난 6월 10일 노조 분회장에게 “배부를 만큼 밥 먹여 주니까 ‘지들’ 맘대로 (노조를 결성) 해? 이리 와, 회초리 좀 맞아야지”, “내가 어른이야. 아무리 법에 뭐라고 돼 있어도, 이 집안의 어른인 지 애비한테 (노조 결성) 허락을 받아야 돼. (너희들은) ‘호로자식’들이야” 등의 막말을 했다.

이에 대해 용순옥 민주노총 서울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세비앙 이사장이 돌봄요양사들에게 ‘호로새끼’라고 했다”며 “우리는 그런 아버지를 둔 적이 없다. 진정 가족이라면 내 자식들, 가족들이 왜 그렇게 분노찬 말을 하게 됐는지 들여다 볼 것”이라고 질타했다.

성남 세비앙요양원의 폐업사례는 아무런 제한없이 시설장이 마구잡이로 설립하고 쉽게 폐업하는 민간요양시설의 허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에 대해 요양서비스노조는 “기존 민간시설의 설립과 폐업을 엄격히 제한하고 종사자 근로조건은 물론, 감독을 철저히 해 공립에 준하는 투명한 운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사회서비스공단을 문 대통령 공약대로 설립하고, 전체 요양시설 이용자의 30%를 공공 시설이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설령 사회서비스원(국공립 복지시설 운영과 사회서비스를 직접 관리 감독하는 광역자치단체 설립 기관)이 되더라도 애초 공단 설립 취지를 살려 전체 공립의 우선 위탁은 물론 민간시설 대거 흡수방안이 명확히 제시돼야 한다”며 “대다수 민간 요양시설을 준공립 수준으로 강력한 관리 감독 방안도 함께 제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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