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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궁중족발 변호인 김남주 “곰 같은 사람이 토해내는 울분에 나도 그만…”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변호를 맡은 김남주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변호를 맡은 김남주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노동하고 싶다고요. 그 가게가 내 전부라고요. 돈이 많으면 세를 들든, 건물을 사든 하겠지만 지금 어떻게 다시 찾을 수 있나요? 검사님이 그렇게 해주실래요?”

“출소하면 궁중족발 사업장을 다시 점거할 생각이냐”는 검사의 질문에 피고인 김우식 사장은 울분을 토해냈다.

김씨의 변론을 맡은 김남주 변호사는 “프로답지 못하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며 재판을 마친 소회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부동산 팀장으로 활동하던 당시 건물주 가수 리쌍과 곱창가게 임차인 사이의 명도소송을 시작으로 상가임대차 관련 사건을 많이 맡았다.

다양한 분쟁 사례를 지켜봤지만 “덩치가 곰 같은 50대 중반의 남성”이 울분을 터뜨리며 흐느끼자 그는 평정심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궁중족발 강제집행 당시
궁중족발 강제집행 당시ⓒ민중의소리

건물주의 갑질 횡포로 지속적인 피해를 보다가 망치 등으로 건물주를 폭행해 재판에 넘겨진 궁중족발 사장 김씨는 지난 6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살인미수 혐의를 벗었다. 다만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 (관련기사:“궁중족발 사장 살인미수 무죄” 국민배심원단이 검찰의 무리한 기소 심판했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김씨의 행위에 살인 고의가 있었는지 여부였다. 국민 배심원단은 김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보고 만장일치로 살인미수 혐의에 무죄 평결을 내렸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앞서 김씨는 2016년부터 건물주와 임대료 인상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2016년 1월 건물을 인수한 이씨는 일방적으로 보증금과 임대료의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김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이씨는 가게를 비우라는 명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다. 김씨가 이에 불복해 가게를 점거하자 건물주 이씨는 12차례 강제집행을 진행하며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김씨 등에 물리적 피해를 입혔다.

궁중족발
궁중족발ⓒKBS 캡처

사회적 이목을 끌었던 만큼 변호인단은 국민 눈높이에서 판단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국민참여재판을 선택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 배경에 대해 법조인들보다 국민들이 더 공감해주지 않을까”하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자극적인 증거에 배심원들이 쉽게 현혹될 수 있다”는 주변 법조인들의 조언을 듣고 국민참여재판을 망설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기우였다”고 김 변호사는 일축했다.

그는 “배심원들은 단편적이지 않았다. 종합적이고 분석적이고 세밀했다”고 평가하며 배심원단의 질문을 예시로 들었다.

배심원단은 두 사람의 몸싸움이 담긴 CCTV 영상을 보고 “피해자가 누워있을 때 망치로 왼쪽 광대뼈를 맞았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당시 피해자의 왼쪽 얼굴이 땅에 닿아 있었고 피해자의 몸통 위에 올라탄 피고인이 어떻게 때릴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그는 “저희도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꼬집어 묻는 것을 보며 배심원들이 소명의식이 있고 집중도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보통 국민참여재판을 경험한 변호인들은 배심원단의 분위기가 피고인에게 우호적으로 바뀌는 순간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김 변호사는 “오히려 피해자로 나온 건물주에게 배심원들이 하는 질문을 들으며 (그런 분위기를) 느꼈다”고 전했다. ‘갑질은 모르겠지만 맞은 것만 기억난다는’ 피해자의 말에 대해 배심원단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재판 시작할 때만 해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만장일치로 의견을 낸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면서 만장일치로 살인미수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내린 것은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황경하 제공

김 변호사는 이번 사건을 변호하며 자영업자들을 그 동안 오해했던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서촌에서 장사하니까요. 가게가 규모도 있었어요. 못해도 10~20억은 벌겠지 생각했어요. 하지만 궁중족발 사장 부부는 빚이 대부분이었어요. 보증금 3천에 월세 70만원 집에서 살고 있었고, 유일한 재산은 권리금뿐이었어요.”

“부부는 정말 열심히 일했어요. 명절 이틀 빼고 363일을 일했어요. 점심 때 나가서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하루에 14시간씩 노동했어요. 과로사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니까요. 하지만 노동의 대가는 월세집 뿐이었어요. 24년을 일했는데 어떻게 기댈 언덕 하나 없을 수 있어요.”

김 변호사는 김씨의 부인 윤경자 사장의 말도 전했다. “집이라도 한 칸 있었으면 투쟁 안했습니다. 나가서 새로운 걸 할 밑천이 없으니 (가게에서) 못 나간 겁니다. 길바닥에 나앉아야 해서 못나갔습니다.”

피고인은 최후진술 때 “내 친구 윤경자에게”라며 부인에 대한 미안함을 털어놨다. 김 변호사는 김씨가 “이 사람이 투사도 아니고. 나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며 구속 상태인 자신을 위해 밖에서 고생하는 부인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공감이 가 눈물을 흘렸다고 털어놨다.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변호를 맡은 김남주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특수상해·특수재물손괴 등 혐의로 기소된 본가궁중족발 김우식 사장의 변호를 맡은 김남주 변호사가 11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자신의 법무법인 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의 배경이 된 허술한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인 상황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여야는 지난 8월 건물주의 갑질을 합법으로 포장하고 있는 상가법 개정에 원칙적으로 합의는 했다. 다만 자유한국당이 임대인의 세제혜택을 보장하는 조세특례법개정안을 같이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 변호사는 “사용자에게 권리를 부여할 것이냐. 소유자에게 권리를 부여할 것이냐”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강남에 아파트들 다 국가가 과수원 주인들에게 소유권을 뺏어서 지은 거다. 소유권을 천부적으로 생각해 절대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농지에 대해 농사를 짓는 사람만 땅을 가져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법칙이 있다. 지금의 생존 수단은 농지가 아니라 상업토지임을 생각한다면 임대료 인상 기간을 제한한다고 해서 소유권 침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궁중족발 사건에 비판적인 여론을 걱정했다. 그는 “위험한 물건으로 상해를 입힌 부분은 형사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떼를 쓴다’, ‘을질이다’, ‘갈등은 법대로 해결하라’는 의견에 대해 “법은 최소한의 기준일 뿐 정의가 아니다”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법이 때로는 폭력이 될 수도 있다. 궁중족발 임차인들이 상가법이 보호하지 않는 이들임을 알고 건물주는 시세차익을 위해 법의 이름으로 이들을 내쫓았다”며 “그 사람이 쓴 수단이 법이라고 해서 정당한가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땀 흘리는 사람이 돈을 벌고 불로소득은 제한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가치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현재 김 변호사는 김씨의 민사소송과 항소심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회적 합의를 호소했다. “갈등은 지속될 수 없다. 정치권과 종교계 지도자들이 나서서 갈등을 중재해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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