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문재인 정부 ‘투기잡는 비밀병기’ 시범가동 돌입 “시험 데이터 생산중”

정부가 각 기관에 흩어져 있던 주택임대자료를 한눈에 모아 볼 수 있는 ‘주택임대차정보 시스템’을 이번 주부터 시범 가동하고 있다. 수십 년간 사각지대에 꼭꼭 숨어 있던 임대소득에 대한 투명 과세가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시스템을 두고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모든 투기를 발라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고 업계에서는 “메가톤급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돌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 정책의 ‘비밀병기’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자료사진
부동산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10일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주택임대차정보 시스템’은 이번 주부터 가동에 들어가 시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과 관계자는 “시스템이 시범 가동을 시작해 시험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본격 가동 시점이나 데이터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9월 중 가동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해 왔는데 본격적인 시스템 가동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시스템은 그간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이 따로따로 가지고 있었던 주택임대차시장 정보들을 연결해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데이터를 근거로 다주택자를 손쉽게 파악해 이들의 임대소득을 확인‧추정하고 과세할 수 있다. 데이터에는 건축물에너지 정보까지 포함해 그간 ‘임대하지 않았다’고 허위로 신고한 내용까지 ‘전기료’를 근거로 적발할 수 있게 됐다. 가족관계를 바탕으로 주택 보유 현황도 면밀하게 추적해 불법‧편법 증여 가능성도 사전에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당장 ‘대학생도 뛰어든다’는 갭투자를 명확하게 걸러낼 수 있게 됐다. 갭투자란 3억원에 거래되는 아파트를 전세 2억 8000만원에 끼고 2천만원만 투자해 사들여 전세보증금을 올리며 원금을 회수하다 매매가가 오르면 팔아치워 차익을 챙기는 투기방식이다. 시스템이 가동되면 실거주 목적이 아닌 외지인의 유입 물량, 전세금 상향 횟수, 매수자와 매도자의 가족관계, 매매 빈도 등을 추정해 ‘투기’로 보고 규제할 수 있다.

때문에 장하성 실장은 최근 연이은 언론 인터뷰에서 “9월부터 다주택자들이 임대를 통해 주거복지에 기여하는지, 투기 수요인지 완벽하게 발라낼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스템의 진짜 강점은 그간 부실하게 관리됐던 임대시장 관련 정보를 과세 당국이 틀어쥘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임대주택 등록여부를 떠나 누가 몇 채의 집을 가지고 전세를 주고 월세를 주는지 다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다주택자 187만 명 중 4만8천명만 임대소득을 신고했다. 임대소득 파악률이 2.58%에 불과하다. 얼마나 많은 소득이 임대를 통해 발생하는지 가늠할 길이 없었던 것이 그간 현실이었다. 2.58%가 신고한 주택임대소득 총액만 2015년 기준 1조6천억원에 달한다. 한국 임대가구는 800만이 넘지만 국세통계연보에 등록된 민간임대주택은 겨우 68만호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난 수십 년 간 과세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임대소득 규모는 천문학적인 숫자다.

지난해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가 발간한 이슈리포트에 따르면 임대소득을 투명하게 확보해 과세할 경우 거둘 수 있는 세금만 최대 2조2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택소유자에게 지나치게 유리하다고 평가받는 현행 임대소득세 과세 방안을 그대로 시행하더라도 5천268억원이 세금으로 걷힌다. 만약 ‘과세형평성’을 감안해 세액 계산 방식을 조금만 바꾸면 1조5천억원으로 늘어나고 임대소득이 불로소득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다 강화된 과세 기준을 적용하면 2조2천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가로 징수할 수 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홍정훈 간사는 “이전까지는 명확한 컨트롤타워가 없어 각 부처에 흩어진 자료를 이용할 시스템을 아무도 만들지 않았다”며 “이번 정부에서 시스템을 구축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아파트단지 자료사진
아파트단지 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박근혜 정부서 본격화 된 임대주택 과세...반발에 밀려 결국 ‘누더기’
그마저도 유예에 또 유예, ‘공평과세’ 문재인 정부 의지에 달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논의는 지난 2014년부터 본격화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주택임대차 선진화 방안’을 발표하고 소규모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방식을 정비하겠다고 나섰다. 연간 2천만원 이하의 주택임대소득을 얻는 2주택 이하 보유자도 과세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었다.

하지만 반발이 커지자 기본공제 금액을 높이는 등 과세 규모를 축소하더니 과세 시점까지 3년 뒤인 2017년까지 유예시켰다. 이후 보유 주택수‧가격에 관계없이 비과세 적용 대상을 확대하는 등 규정을 누더기로 만들었고 그마저도 2년 뒤인 2019년부터 실시하겠다고 유예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는 다음 정권에 조세 부담을 넘기고 6.2지방선거 일정까지 고려한 정략적 선택을 내렸다. 연기를 거듭한 과세 시점이 바로 2019년 1월부터다.

이제 임대주택 과세라는 부담은 문재인 정부 손에 달렸다. 과세를 앞두고 시험 가동에 들어간 ‘임대차등록 시스템’은 정부 스스로도 인정 하듯 다주택 임대소득자들을 대상으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통계를 제공한다. 문제는 지난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망쳐 놓은 누더기 과세안을 정상화 할 수 있는지, 반발을 무릅쓰고 ‘조세형평’을 이뤄낼 의지가 있는 가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면 과연 부동산 투기 시장의 ‘메가톤급 폭탄’이 될 시스템을 투기수요 억제와 임대주택 과세에 제대로 사용 할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내년부터는 임대소득이 연간 2천만원 이하여도 과세 대상이 된다. 월 임대료 166만원 가량을 받고 있다면 과세 대상이다. 만약 임대소득이 1990만원이라면 소득의 절반(필요경비율 50%)과 200만원의 기본공제를 임대소득에서 빼고 나온 금액 795만원(1990만원-995만원-200만원)에 세율 14%를 곱한 111만원을 세금으로 낸다.

최 소장은 “저소득층·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부동산 자산가가 그보다 못한 세금을 내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약 43.3%가 임차가구다. 전국 평균에 비해 저소득층(53%)과 1인가구(67.5%), 청년가구(만39세 이하, 65.5%) 임차가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전국 주택보급률은 2008년 이후 100%를 넘어섰지만 임차가구 비율은 2008년 43.6%에서 2016년 43.2%로 오히려 늘었다.

홍민철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