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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덕 전농 의장 “밥 한 공기 쌀값 300원, 민주당만 결단하면 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이 서울 용산 전농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이 서울 용산 전농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곡식이 익어가는 요즘은 한창 바쁜 농사철이다. 대개 농민들이 정치권에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늦가을이나 겨울에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올해는 9월 11일 여의도에 전국에서 온 5천여명의 농민이 모였다. 농민들의 핵심 요구는 ‘쌀 목표가격 24만원 쟁취’였다. 80kg 쌀 한 가마니 24만원을 밥 한 그릇으로 환산하면 300원이다. 농민들은 밥 한 그릇 쌀값 300원은 농민의 땀값이자 사람값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집회 전날 서울 용산구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사무실에서 만난 박행덕 의장에게 쌀값이 여전히 중요하냐고 우문을 던졌다. 박행덕 의장은 “농민에겐 쌀값이 제일 중요하다. 농업에서 쌀값이 제자리를 잡으면 다른 것도 다 제자리를 잡는다”고 강조했다.

쌀 목표가격은 쌀값이 하락할 때 변동직불금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목표가격과 수확기 수매가격 차액의 85%를 이듬해 정부가 변동직불금으로 지급한다. 올해 정기국회에서는 2018~2022년산 쌀에 적용될 5년치 목표가격을 의결한다. 사실상 농민들의 5년짜리 임금협상인 셈이다.

그렇다 해도 여름 폭염, 가뭄과 가을 폭우로 가뜩이나 일손 바쁜데 상경하라는 전농 지침에 농민들이 흔쾌히 응했을까? 박 의장은 “처음엔 배추도 심어야하고 바쁜데, 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전농 요청을 잘 따라준다”고 웃었다.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백남기 정신계승! 문재인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린 ‘백남기 정신계승! 문재인정부 농정 규탄! 전국농민대회’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정의철 기자

현재 18만 8천원인 쌀 목표가격을 24만원으로 인상하겠다는 것이 전농 목표지만 정부는 여전히 목표가격 인상에 인색하다. 그러나 박 의장은 자신만만했고 근거도 있었다. 농민당원이 많은 민중당은 25만원, 쌀 전업농이 많은 호남에 지역구를 많이 둔 민주평화당은 24만5천원으로 입장을 정했다. 심지어 자유한국당도 24만원으로 의견을 모은 상태다. 남은 문제는 집권여당이다.

박 의장은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많이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여당이 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정부안 운운하며 19만4천원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바쁜 농사철에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연 이유가 정치권에 농민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농에게 이번 쌀값 투쟁은 백남기 농민의 뜻을 잇는 투쟁이기도 하다. 2015년 민중총궐기에 참여했다 희생된 백남기 농민은 박근혜 정권의 농정에 분노했고 특히 쌀값 보장을 절실히 염원했다. 박 의장은 “그래서 이번 집회 제목에도 백남기 농민 정신 계승을 같이 담았다”고 설명했다.

“농민수당 첫 도입, 동지들과 해남군 관계자들에게 크게 감사해”

인터뷰에서 박 의장은 최근 전남 해남군에서 처음으로 농민수당이 도입된 것에 대해 아낌없이 칭찬했다. 해남군은 내년부터 한달 5만원, 연간 60만원을 농민에게 지급하기로 했다. 농민수당은 농업의 가치를 인정하고 농민에게 최소 소득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전농과 민중당이 일찍부터 주장해왔다. 박 의장은 “농업과 농민의 가치를 이해하고 공감해준 것을 굉장히 높게 평가한다”면서 “해남 지역 동지들뿐만 아니라 군 관계자들이 큰 일을 해줘 깊이 감사하다”고 여러 차례 고마움을 표시했다.

박 의장은 “아동수당, 청년수당도 있고 직장인들은 은퇴하면 퇴직금, 연금이 있지만 농민들은 평생 고생하고 은퇴하면 망가진 몸과 빚더미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연세 많아서 농사 못 짓는 은퇴농을 국가에서 책임져야 한다”며 “지원도 먼저 은퇴농부터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촌고령자 문제는 걱정해봤어도 직업으로서 농업에 종사하다 은퇴한 이들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기자도 처음 접하는 시각이었다..

박 의장은 “전남 등 몇 곳은 올해 안에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국으로 확대하기 위해 전농이 책임지고 끝까지 사업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트랙터 행진에 나선 전농 전봉준투쟁단이 경기도 안성 시내를 달리며 청와대로 상경하고 있다.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며 트랙터 행진에 나선 전농 전봉준투쟁단이 경기도 안성 시내를 달리며 청와대로 상경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통일트랙터 몰고 분단의 선 넘을 것
일방적으로 주는 사업에서 서로 돕고 나누는 사업으로“

남북교류사업을 꾸준히 해오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 대부분 차단당한 전농은 새로운 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바로 통일트랙터 품앗이 사업이다. 남측에서 마련한 트랙터 등 농기계로 북의 농지를 남북이 공동경작하고 전보다 늘어난 생산량을 나누자는 것이다. 그간의 쌀 보내기 등에서 품앗이를 하며 함께 농사를 짓자는, 한 차원 높아진 협력 구상이다.

박 의장은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는 사업이 아니라 공동경작하고 함께 나누는 품앗이 사업”이라고 의의를 부여했다. 우선 전농이 20억을 모아 트랙터 50대를 마련하고 범국민 모금으로 50대를 마련해 통일트랙터 100대가 분단의 선을 넘어 북으로 가겠다는 야심한 계획을 세웠다. 이미 북한도 긍정적인 뜻을 표하면서 11월 예정으로 추진 중인 남북농민추수한마당이 열리는 금강산에서 전달하자는 논의도 오갔다. 전농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남북이 협력해 만든 삼일포협동농장이 금강산 인근이라 이곳을 공동경작지로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모금은 둘째 치고 열차 연결 사업도 사실상 미국 정부라 할 유엔사의 제지로 막힌 마당에 트랙터가 넘어갈 수 있을까. 의외로 박 의장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박 의장은 “아무리 대북제재라지만 평화적으로 농사 지어서 먹고 살겠다는데, 그걸 돕겠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막겠는가”라고 반문하며 “11월쯤이면 정세도 지금보다 훨씬 진전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국민모금운동을 통해 각계각층의 연대와 지지 여론도 이끌어내겠다는 복안이다.

2016년 농민들의 전봉준트랙터가 상경하면서 박근혜 퇴진 투쟁의 상징이 됐다면 금강산으로 가는 통일트랙터는 평화와 협력의 거대한 상징이 될 것이다. 박 의장은 “정주영 회장은 소 한 마리 훔친 값을 갚겠다며 개인으로서 소떼 방북을 했지만, 전국민이 마련한 통일트랙터는 그보다 더 의미있는 일대사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이 서울 용산 전농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박행덕 의장이 서울 용산 전농사무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인터뷰 내내 박 의장은 문재인 정부의 농정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농민들과 대화하지 않는 불통, 변하지 않는 농림부 관료들의 농업과 농민 인식을 “농정적폐”라고 비판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에서 실패했다 최근 농림부가 다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팜 밸리’에 대해서는 “국민 혈세 1조 2천억원을 쏟아붓는 농업판 4대강 사업”이라면서 “전농 의장으로서 반드시 막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박 의장은 문재인 정부에게 “민심을 살펴달라”고 당부했다. 남북관계 성과를 높이 평가하지만 사회경제분야 개혁이 기득권에 흔들리는 것이 아닌지 우려했다. 박 의장의 인터뷰는 이런 말로 마무리 됐다.

“민중들이 일으켜 세운 촛불혁명정부로서 역사에 좋은 평가를 받는 정부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희철 기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진실을 열심히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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