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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냉면 맛있었냐’ 비꼬던 김성태, 막상 초청하니 “졸 취급하냐” 손사래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뉴시스

"중차대한 민족사적 대의 앞에서 제발 '당리당략'을 거두어주시기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보수 야당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특정 당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평양 남북정상회담 동행과 판문점선언의 국회 비준 동의 등을 모조리 거부하고 나선 자유한국당 등을 겨냥한 말이었죠.

당리당략이라는 말의 사전적인 의미는 '당의 이익과 당파의 계략'이라는 뜻으로, 주로 자당의 정치적 이익만을 좇는 행위를 비판할 때 주로 사용하는 말입니다. 여야가 정치적인 공방을 벌일 때 쓰이는 용어임을 감안해 보면, 대통령의 입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왜 문 대통령은 야당을 향해 이같이 날 선 언어로 직접 작심 발언을 했을까요.

'함께 남북정상회담 가자'는 청와대 제안에
"에~라! ㅉㅉ"이라는 김성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발단은 지난 1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국회 의장단과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그리고 여야 5당 대표 초청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그러면서 "남북 간 새로운 장이 열리는 순간이며, 특히 비핵화 문제도 매우 중대한 시점인 이 순간에 대승적으로 동행해 주길 다시 한번 정중히 요청한다"고 호소했습니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자유한국당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당사자 간 논의도 없이 공개적으로 초청을 제안한 것은 야당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여야 대표와 의장단의 역할에 대한 협의나 의제조율도 없이 남북정상회담에 동행하라는 것은 "곁가지", "결례"라고 핏대를 세우기도 했습니다.

요즘 부쩍 '입이 거칠어진(?)' 김성태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더욱더 격앙된 어조로 불만을 쏟아냈습니다.

"정당 대표가 장기판의 박카스 뚜껑(卒)도 아닌데 왜 이렇게 졸 취급하는건지 납득이 가질 않습니다. 아무리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라고 하더라도 절차가 있는 법인데 200명 규모의 수행단도 모자라 굳이 정치권을 끌어들이고자 하는 연유라도 제대로 알아야 하는 거 아닌가. (중략) 국회는 망쳐도 추석 밥상에 자신들만의 평화 잔치상은 꼭 챙기겠다는 남북 간의 일정 관리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에~라! ㅉㅉ"

김 원내대표가 '에~라! ㅉㅉ'이라며 혀까지 찬 건 청와대의 동행 제안이 갑작스럽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의 남북정상회담 동행 제안이 온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불과 6일 남겨두고 현재 남북정상회담에 각 정당 대표도 같이 참여하라, 이게 말이 되는 이야기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죠.

방북 동행 제안이 처음도 아닌데…
청와대 "이미 지난달 정당 대표와 정상회담 가고 싶다 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 본관 인왕실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청와대와 여당은 자유한국당의 동행 반대 논리가 지나치다는 분위기입니다.

이미 한 달여 전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 회동에서 남북정상회담에 국회도 동참해달라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청와대의 주장을 '정략적'이라고 몰아세우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이 오히려 '정략적'이라는 거죠.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평양 방문 시기와 함께 방문단의 규모, 방문 일정에 대해서 북측과 협의해야 하지만 우리 정부의 기본 입장은 그때 국회에서도 함께 방북해서 남북 간에 국회 회담의 단초를 마련했으면 하는 욕심이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12일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 정당 대표와 같이 가고 싶다는 의견을 이미 지난달 5당 원내대표 간담회 자리에서 전달했다"고 반박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물론 청와대의 요청 과정이 매끄러웠다면, 야당 대표들과 이 문제를 두고 더욱 자주 소통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그러나 방북 동행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의심해 온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일 수도 있었습니다. 직접 김 위원장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기회를 스스로 거부했으니 자유한국당의 속내에 의구심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4.27 남북정상회담 때는 초청 안 했다고 비아냥거린 김성태
막상 초청하니 거절? 우원식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전 원내대표(왼쪽)와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정의철 기자

김 원내대표가 발끈하자 묘하게 겹치는 장면이 있습니다. 시간을 거슬러 4.27 남북정상회담을 떠올려보죠. 당시 만찬에는 보수 야당 인사들이 한 명도 초청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김 원내대표는 며칠 뒤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평양냉면은 맛있었느냐", "냉면 국물이라도 가져오지 그랬냐"라며 자신들을 초청하지 않은 정부여당을 비꼬았던 것으로 전해졌죠.

우 전 원내대표는 최근 다시 이 일을 화제로 올렸습니다.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울분 섞인 경험담을 적은 건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만찬장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김 원내대표가 나에게 한 막말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몹시 불쾌하다. 원내대표 회담장이 비공개로 바뀌자마자 평양냉면 혼자 먹고 온 사람, 냉면 국물도 안 가져왔냐며 냉소와 핀잔을 얼마나 받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엔 무엇인가?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초청을 하자 자유한국당은 즉각 거절했다. 참으로 기가 막힌다. 참석을 안 시키면 협치를 파괴하는 옹졸한 태도라고 비판하고, 함께하자 하면 정략적이라 비난을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요약하자면, '초청 안 했다고 비아냥 거릴 때는 언제고 막상 초청했더니 거절하냐' 정도겠네요.

김 원내대표는 우 전 원내대표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 글을 읽었을까요?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요.

우 전 원내대표의 글은 "자유한국당은 무슨 생각으로 사는건지…처음부터 끝까지 발목 정당으로 역사에 기록을 남기려는 것 같다"로 시작합니다. 남북정상회담 동행도 싫다, 판문점비준동의도 싫다는 자유한국당 주장이 합리적이기보다는 '발목잡기'로 느껴지는 건 비단 우 전 원내대표뿐만이 아닐 것 같습니다. "(우리도) 당연히 한반도 평화를 원한다"고 말하는 자유한국당에게 또 다시 묻고 싶어집니다. 정말 한반도 평화를 원하는 게 맞나요?

* ‘정치톡’은 정치팀 기자들이 여의도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이슈의 전말을 옆 사람에게 이야기하듯 풀어내는 기사입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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