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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기흥공장 산재사망 노동자, 누가 죽였나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일하다 얻은 백혈병과 암 환자들이 산업재해를 인정받는 과정은 그야말로 눈물겨운 일이었다. 발병의 인과관계가 드러났는데도 무시로 일관했으며 더 나아가 환자와 그 가족을 회유해 소송 포기를 종용하고 침묵할 것을 강요해 온 삼성의 대응 때문이었다. 오랜 노력 끝에 지난 2014년 산업재해 판결을 받은 황유미씨의 경우도 보상안과 재발방지안에 합의한 것은 불과 한 달 전의 일이다. 황씨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세상을 떠난 지 무려 11년이나 지나서였다.

그런 삼성에서 최근 또 하나의 산업재해로 추정되는 사망사고가 일어났다. 지난 4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 화재진화설비 이산화탄소 밀집 시설에서 전기설비를 다루던 협력업체 소속 직원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돼 현재까지 2명이 사망했으며 나머지 1명도 위독한 상태다.

사고의 진상이 하나둘씩 밝혀지면서 당시 삼성 측이 벌인 대응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초기 상황을 기동적으로 인지하고 대응해야 할 경기도 소방재난본부가 사고 소식을 들고 삼성 측과 전화 통화를 시도한 것은 사고가 일어난 지 2시간 15분이 지난 뒤였다. 그러나 삼성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상황이 종료됐으니 올 필요 없다고 둘러댔다. 이미 1명이 사망하고 2명마저 의식불명에 빠졌는데도 “3명 정도의 피해가 발생해 2명은 의식이 돌아온 상태”라며 거짓말까지 했다.

뒤늦은 신고로 소방기본법을 위반한 사실은 말할 것도 없고 15분 만에 출동할 수 있는 119구급차가 아니라 사고 발생 21분만에 자체 구급차로 부상자들을 병원에 이송한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송 도중 의사와 영상을 통한 약물치료 지원이 불가능한 차량이었기 때문이다.

소방재난본부가 사고를 처음 접한 것도 환경부 쪽에서다. 더 자세한 정황을 파악하려 한 환경부의 화학물질안전원이 삼성전자에 전화했을 때도 불친절하게 응대하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사상자가 어디로 이송되었는지도 사고 발생 2시간 47분이 지나서야 확인되었다. 모두 삼성이 즉각 말해주지 않은 결과다.

삼성의 늑장신고와 상황의 은폐는 사고상황을 종합적으로 인지하고 수습을 지휘해야 할 소방기관을 2시간 이상 헤매게 만들었다. 만일 대형사고였다면 인근 공장의 노동자들에게 어떤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2013년 화성공장 불산 누출사고, 2014년 영통사업장 이산화탄소 누출사고 등 삼성전자에서만 지난 5년 동안 총 6건의 유해가스사고가 발생해 많은 사상자를 냈다. 관리 소홀 등 산업안전법과 소방안전법을 모두 위반한 사례가 속출했지만 항상 솜방망이 처벌로 끝났다며 시민사회단체들도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만큼은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죽였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이미 드러난 것만 하더라도 '기업 살인'이다. 안전관리의 외면, 사고 초기 대응의 신고 의무 위반과 사실 축소 은폐를 철저히 가려내야 마땅하다. 결코 흐지부지되어서는 안 된다.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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