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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지옥③] 일과 회사를 너무 사랑했던 아버지가 당한 두 번의 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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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회사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두 번의 해고를 당한 그는 두 손을 꼭 쥐었다. 20년 경력의 기술자인 그는 경기도에 있는 유명건축설비업체에서 일했다. 그는 그 곳에서 정직 2번, 2천4백여만의 손해배상소송, 두 번의 해고를 당했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6개월 사이에 이뤄진 ‘직장 내 괴롭힘’이었다.

네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인 그는 지난해 겨울부터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끝에 직장도 잃고 마음의 병까지 얻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엔 회사를 향한 분노보다는 애정이 더 컸다.

“회사 일이 제 적성에도 잘 맞았고, 동료들도 즐겁게 일한다고 말해줬어요, 성장 가능성 있는 회사거든요. 저도 함께 회사를 키워보고 싶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동안 직장에서 겪었던 일들을 털어놨다. 그는 그때 당시 받았던 큰 충격을 떠올리다. 인터뷰 도중 멍해지기도 했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인 고 모(46) 씨를 7월 중순 오후 경기도 파주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났다.

고 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줄곧 금형 쪽에서 일해왔다. 지난해 2월 초 경기도에 있는 유명 건축설비업체에 들어갔다. 일하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업무가 적성에도 맞고, 국가에서 인정받은 강소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3개월의 수습 기간이 지난 후 그는 정규직 계약서를 쓰고, 정년까지 연봉계약을 맺었다.

상사와의 불화...직장 내 괴롭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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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직장 내 괴롭힘의 발단은 지난해 6월 회식자리였다. 회사상사 B 씨와 대화하다 의견 충돌로 오해가 생겼다. 개인적인 문제였다. 하지만 상사에게 밉보인 순간부터 직장생활은 완전히 바뀌었다.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B 씨는 그의 직속상사이자 모든 생산과 공장 관리, 인사까지 관리하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었다.

상사의 개인적인 감정은 일 할 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상사는 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말귀 못 알아듣네”라고 모욕을 주기 일쑤였다. 고 씨도 관리 감독자였다. 상사의 태도는 고 씨의 업무에도 영향을 줬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너무 당황스러웠어요. 그래도 상사의 말을 잘 듣고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는 상사도 저를 이해하고 좀 수그러지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고 씨는 참았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리라 여겼다. 그의 생각과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직장은 지옥으로 변해갔다. 직속 상사 눈 밖에 난 고 씨는 점차 업무에서도 배제됐다.

두 달 후 고 씨는 야간작업(오후 9시~오전 9시)을 맡게 됐다. 회사가 대만 발주 건으로 한창 바쁜 시기였다. 어느 날 회사는 야간작업으로 인해 5,000개 중 3,500개 가량의 불량이 발생했다며 그에게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제가 야간 근무를 하고 매일 상사에게 보고했어요. 20공정 중에 1~2공정이 야간 작업인데 아무리 조사해 봐도 야간 작업에서 일어난 것이 아닌 것 같았어요. 기존의 제품이 아니라 개발품이다 보니까 납기에서 지연이 많이 됐어요. 개인적인 생각은 이를 총괄했던 직속 상사가 모든 책임을 나한테 떠넘긴 것 같습니다.”

그는 회사에 억울하다고 했다. 하지만 회사에선 징계위원회가 열렸다. 그것마저 약식이었다. 결론은 45일 정직 중징계 처분. 책임자인 상사는 감봉 1개월 처분을 받았다.

1차 정직이 끝나고 난 후, 그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됐다. 회사가 불량 제품에 대한 손해액 전액을 그에게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회사는 무려 2천4백 여 만원 가량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며 그에게 채권가압류를 했다.

돈을 벌기 위해 갔던 직장에서 되레 빚까지 짊어지게 됐다. 손해배상 소송을 건 것은 회사에서 나가라는 전략인 셈이었다. 그는 현재 변호사를 통해 반소를 진행 중이다.

고 씨는 회사와 대화 자체가 안 됐다고 말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이야기 할 기회는 없었다.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하고, 충돌이 생기면서 회사와의 갈등은 심해졌다. 동료들은 고 씨의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을 피했다.

회사는 업무배제, ‘전담맨’ 배치하고 찍어내기
잡초 제거·화장실 청소, 출입 통제 구역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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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1차 정직이 끝난 지난 해 10월 그가 회사에 복귀했을 때, 괴롭힘은 절정에 달했다. 생산관리부에 있던 그의 자리는 없어졌다. 공장 창고 안에 책상과 의자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새로 부임한 경영지원부 차장이 그에게 앞으로 자기 밑에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들어온 직원이 창고 안에서 일대일로 자신의 행동을 감시했다고 밝혔다. 일종의 ‘전담맨’이었다.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트집을 잡고 시비를 걸었어요, 차장이 ‘이렇게 해서 뭔 회사에 다니냐’고 회유하기도 하고 협박하기도 했어요”

고 씨는 차장의 지시에 따라 기존 업무와는 상관없는 일을 해야 했다. 공장 주변에 잡초를 제거했다. 심지어는 화장실 청소까지 했다. 한 번은 생뚱맞게 직무적성능력시험도 봤다. 사소한 꼬투리 하나만 잡히면 상사는 시말서를 쓰라고 했다.

경영지원부 사무실은 2층에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속한 부서 근처에 얼씬도 못 했다. 회사가 출입금지 구역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일반사원들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다. 그가 평소에 다니던 곳이었지만, 회사는 일체의 출입을 차단했다.

부당한 대우를 받자 그의 몸에서 이상 신호가 왔다. 그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고 손도 떨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저도 모르게 회사에 있었던 일을 계속 이야기하게 하더라고요. 뭔가 충격을 받은 느낌이 들어 바로 집 옆에 있는 정신병원에 갔죠.”

그는 대학병원에 정밀검사를 받아 적응장애와 우울장애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지금도 약을 먹고 있지만 증상이 계속 돼 기한 없이 치료를 받고 있다.

두 번 해고...부당 해고 판정
“복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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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고 씨가 복귀한 지 일주일 만인 10월 중순, 회사는 2차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지시 불이행’ 등이 이유였다. 다시 ‘정직 1개월’의 징계가 내려졌다. 11월 중순 회사에 복귀했지만, 회사는 또 징계위원회를 열었다. 이번에는 고 씨에게 해고장을 날렸다.

다음해 1월 18일, 회사는 해고를 철회하고 월급을 정산해줬다. 그 때 고 씨는 복직이 됐다고 여겼다.

“해결이 다 됐다고 생각했죠. 복직 명령서가 우편으로 날아와서 앞으로 잘 조율해서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어째서인지 그가 회사에 복직하자마자 징계위원회가 다시 열렸다. 징계위원회에선 자택대기 명령을 내리더니, 회사는 또 해고 결정을 내렸다. 두 번째 해고였다. 해고와 복직, 해고를 반복하는 ‘괴롭힘’이었다.

이후 그는 소송을 통해 부당 해고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주변에서는 회사가 복직을 안 시킬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고요. 이런 식으로 복직해봐야 회사에서 몇 개월 못 버티고 그만두게 될 거라고요.”

수 차례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그는 회사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회사도 자신의 마음을 알게 되면 오해가 풀릴 것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그는 아직도 회사가 자신을 해고하려는 이유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는 회사로부터 사과를 받지도 못 했다.

“제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복직하고 싶어요. 그런 일은 잊어버리고 함께 살아가면 괜찮지 않을까요. "

그는 복직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고 해도 징계를 받거나, 다시 해고당할 확률이 높다. 직장 내 괴롭힘이 반복되는 셈이다. 노동위원회도 복직 판단 여부만 내려줄 뿐이다.

복직한 후 그를 보호해 줄 법적, 제도적 장치는 현재로서는 없다. 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규정하고 관련 법제도를 만들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와 개념을 정리하고 법 제도적 기준을 세우기 위해 민중의소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사례들과 통계자료,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총 10편의 기사와 인터랙티브 콘텐츠,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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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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