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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서울 지하철 무인화 정책, 제2의 구의역 참사가 우려된다

지난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노동자가 전동차에 치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이후 구의역 참사를 조사한 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보고서에서 “구의역 사고는 안전을 비용으로 간주하고 비용절감의 대상으로 삼은 공공부문 경영효율화 정책의 결과”라고 꼬집은 바 있습니다.

구의역 참사 이후 여러 제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다지만, 무엇보다 지하철 운영의 원칙이 되어야 할 것은 바로 ‘생명 안전’입니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가 진정으로 ‘생명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있는지는 매우 큰 의문입니다.

2009년 워싱턴 DC에서 9명이 사망하는 열차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
2009년 워싱턴 DC에서 9명이 사망하는 열차간 추돌 사고가 발생했다.ⓒYTN 캡쳐


서울교통공사, 운전부터 출입문 관리까지 무인 시스템 도입,
구간별 높낮이 제각각, 곡선 국가 많은 점 등 무인화시 안전 사고 우려
인도에서는 무인 지하철이 역사 외벽 뚫고 거리로 돌진하기도

대표적인 우려가 바로 서울교통공사가 올해 핵심적으로 추진중인 지하철 무인화 정책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올해 상반기 무인운전과 관련된 방침을 수립한 후 하반기부터 무인운전의 단계별 시운전을 진행중에 있습니다. 대상이 되는 열차는 운전은 물론, 출입문의 열림/닫힘, 운행종료후 회차 등 전 과정에 걸쳐 무인 방식으로 운영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부터는 전 부분에 걸쳐 확대 시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무인역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사에 상주하는 역무원을 줄이고 무인 관제 시스템을 구축해 여러 역을 관할 통제하며 장비의 고장과 시설 관리등에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올해 군자역에서 시범운영할 계획입니다.

무인운전의 경우 세계 여러나라들에서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른 나라와 달리 언덕에 따른 구간별 높낮이도 제각각이고, 직선이 아닌 곡선 구간인 점, 대부분 지상이 아닌 지하 역사인 점 등 운행상의 어려움 및 유사시 안전대책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인도에서는 무인지하철이 역사외벽을 뚫고 거리로 돌진한 사고가 있었습니다. 시스템 오류로 제동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이보다 앞선 2009년에는 워싱턴 DC에서 9명이 사망하는 열차간 추돌 사고도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무인운전 지하철에서 발생한 소프트웨어 오류가 원인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볼 때 서울교통공사의 지하철 무인화 정책은 ‘생명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구의역 참사의 교훈은 잊어 버린채 ‘경영효율화’를 뒤쫓던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지하철 무인화 정책이 결코 안전대책이 될 수 없는 이유를 조금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주최한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이 무인운전 중단 및 김태호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주최한 '김태호 사장 퇴진촉구를 위한 조합원 총회'에 참가한 노조원들이 무인운전 중단 및 김태호 사장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사고 때 신속 조치 불가능한 기계에만 운행을 맡겨
안전,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뤄지는 것 아냐
효율이 아닌 안전이 최우선이라면 무인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첫째, 무인운전은 승객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서울시는 구의역참사 이후 '정시운행'을 '안전운행'으로 변화시키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달리 사고나 이례상황 발생 시 신속한 조치가 불가한 기계에만 운행을 맡긴 무인운전이 과연 정시운행이 아닌 안전운행을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출입문 끼임에 의한 도어 반복개폐, 승객을 다 태우지 못한채 출발하는 전동차… 출퇴근길 지하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들입니다. 이뿐 아닙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유모차와 함께 탑승하는 부모님, 속도가 더딜 수 밖에 없는 어르신들, 계단에서 뛰어와 급히 탑승하는 승객들… 지하철에는 승하차시 각종 상황을 고려해야 하는 많은 경우들이 존재합니다.

이와 같이 여러 돌발 상황에서의 안전을 기하기 위해 현재 승무원들은 출입문에 부착된 레이저 센서와 압력 센서 등을 통한 자동 개폐 동작에 의존하지 않고 육안과 CCTV를 통해 직접 승객의 안전을 확인한 후 전동차를 출발시키고 있습니다. 이처럼 승무원들이 단순히 승무인력을 넘어 안전인력으로의 역할 또한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승객의 안전이 지켜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연 설정된 프로그램에 맞추어 출입문 개폐가 기계적으로 이뤄지는 무인운전이 이와 같은 상황에서 승객의 안전을 우선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안전인력으로서의 승무원의 존재는 무시한채 그저 운전만 프로그램에 맞기면 된다는 생각은 필연적으로 사고를 불러올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둘째, 무인역사 역시 승객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다 보면 간혹 스크린도어가 고장나서 열려져 있는 경우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승객의 선로 추락, 진입하는 열차와의 충돌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해당 개소의 고장 조치가 완료 될 때까지 역무원 혹은 작업자가 그 자리를 지키게끔 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최근 역사에서 벌어졌던 취객의 흉기 난동 사건을 초동 대처한 것도 역무원이었으며, 때때로 생기는 갑작스러운 환자의 발생 역시 역무원들이 초동 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역무원 역시 고객 서비스를 담당하는 역할만이 아닌 이례 상황시 안전인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인역사가 추진되면 어떻게 될까요? 안 그래도 다양화되는 역무원의 업무, 날로 늘어나는 이용객과 이에 따른 각종 민원으로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에서 그마저 있는 인원마저 줄여 무인화 한다면 제일 먼저 사라질 분야는 안전업무이지 않을까요? 그때가 된다면 역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초동 조치할 수 있는 역무원이 없어 골든타임을 놓치는 아찔한 상황이 현실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셋째, 안전은 경영진의 일방적인 결정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숱한 내외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오해다’라며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 무인화를 일방 추진하는 모습에서 세월호 선장의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 떠오른다면 지나친 해석일까요?

복잡하고 다양한 위험이 상존하는 현대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함께 하는 논의입니다. 책임 있는 운영자로서 사측, 그리고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는 정부,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 그리고 지하철 이용자들이 모여 안전에 대해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어야 안전도 보장될 수 있습니다.

이미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절대 다수의 노동자들은 서울교통공사의 무인화 정책에 대해 안전에 대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안전한 지하철을 위해 대화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최근 노동조합과 시민사회단체는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시민안전 위협하는 지하철 무인화정책 중단을 결정하고 시민사회단체와 노동조합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를 수용할 것을 요청한 바 있기도 합니다. 안전은 함께 머리를 맞댈 때 가능합니다. 대화와 소통없는 일방적 정책은 결코 안전을 보장 할 수 없습니다.

구의역 참사가 발생한 직후, 시민들은 “너의 잘못이 아니야”라며 작업자의 과실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 나섰습니다. 서울시 역시 이러한 지적에 ‘사고의 원인은 시스템의 문제’라 반성하며 이를 인정한 바 있습니다.

지하철 무인화 정책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이들이 무인운전, 무인역사는 구조적으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으며, 사고를 방지하기 어려운 시스템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사고가 벌어진 뒤, 원인이 무인운전, 무인역사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였음을 탓해도 그때는 늦습니다. 안전인력의 부재를 초래한 지하철 무인화 시스템을 탓해도 그때는 늦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효율이 아닌 안전을 최우선 원칙으로 삼아 무인화 정책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임선재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PSD 1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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