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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희생자 영정 앞 서른개의 화분과 합의서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 희생자분들에게 꽃 화분을 바치고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 희생자분들에게 꽃 화분을 바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쌍용차 정리해고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꽃 화분 30개가 놓였다. 해고자 전원 복직 내용이 담긴 쌍용차 노사합의서도 함께 올려졌다.

쌍용차 정리해고 10년, 해고자들은 함께 일했던 동료와 그 가족 30명을 하늘로 떠나보냈다. 영정 앞에 화분을 놓은 이들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눈물을 흘렸다.

분향을 마친 후, 쌍용차 해고자들은 10년간 함께 투쟁해왔던 이들을 끌어안으며 등을 토닥였다. 눈을 질끈 감으며 “정말 고맙습니다”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분향소를 찾아온 사람들은 환하게 웃으며 “축하합니다”라고 답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 희생자분들에게 꽃 화분을 바치고 묵념을 하고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과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쌍용차 희생자분들에게 꽃 화분을 바치고 묵념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희생자 가족들은 이 날도 분향소를 찾지 못했다.

쌍용차 해고자인 강환주씨는 “저희 조합원들한테는 (합의가 된 이날이) 기쁨이 될 수 있지만, 희생자 가족분들한테는 오늘도 앞으로도 고통스러울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좋은날이지만 쌍용차 해고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쌍용차 해고자 김선동씨는 하늘로 떠나보낸 동료들과 그 가족들을 떠올렸다.

그는 죽은 동료들의 이름을 부르며 “죽을 때까지 그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농성하면서 제 옆에서 먹고 자고 같이 씻으러 다녔는데 친구를 잃어버린 아픔이 있다. 아직도 그 기억은 생생하다”고 털어놨다.이어 “해고자 복직이 된다고 해서 이 기억이 잊어질 수 있냐”고 물었다.

먼 곳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떨렸고, 금세 눈물이 고였다. 김씨는 고개를 떨구며 “씻을 수 아픔을 안고 산다는 게 서글프다”며 “제 인생이 소중한데, 제 인생 10년 가까이를 그런 아픔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유사한 정리해고로 고통받았던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도 쌍용차 해고자들의 복직 소식에 분향소를 찾았다. 김승하 지부장은 김득중 지부장의 두 손을 꼭 잡았다.

김승하 지부장이 축하 인사를 건네자, 김득중 지부장은 “ktx 해고승무원들의 복직이 합의된 이후에 고맙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저희보다 앞서 3년 더 정리해고에 맞서서 어렵게 싸워왔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직의 길을 열어줬다. 저희가 힘들 때 큰 힘이 됐다”고 화답했다. 이에 김승하 지부장은 두 손을 모으며 “저희가 복직했을 때 사실 마음이 편하지가 않았다”며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제대로 기뻐하지도 못했는데 오늘 드디어 제대로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이 14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 희생자 분향소에서 열린 해고자 복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이하, 쌍용차지부)는 14일 오전 쌍용차 희생자 분향소가 마련된 대한문 앞에서 해고자 복직 합의가 이루어진데 따른 기자회견을 열었다. 해고자들이 든 현수막엔 다섯 글자. ‘고맙습니다’가 적혔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 문제에 연대해 준 국민께 보내는 감사 인사라고 전했다.

김득중 지부장은 “10년 동안 쌍차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분들이 지지하고 싸워주시고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해고자 명예회복을 대전제로 합의안을 도출했다”며 “솔직히 얘기하면 최고의 합의는 아니지만 최선의 결과”라고 말했다.

전국에 흩어져 있던 해고자들은 13일 오후 7시 금속노조 사무실에 모여 지난날을 얘기하고, 합의안 내용을 서로 공유했다.

김 지부장은 “조합원 다수는 지난 10년 싸움에서 많은 분들이 보태주신 연대의 힘 덕분에 이 순간을 맞이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공장으로 돌아가더라도 고통 속에서 투쟁하고 있는 노동자들과 약자들에 마음을 몸을 보태면서 살아가자는 얘기를 동지들이 해줬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지부장은 파인텍, 콜트콜텍 등 장기간 투쟁 중인 노동자들을 언급하며 “쌍용차에 대한 관심만큼 홀로 외로이 투쟁하고 있는 동지들이 일상으로, 가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쌍차 해고 노동자들은 부당한 정리해고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에 대한 연대를 표했다.

정리해고에 맞서 12년간 싸우고 있는 이인근 콜트콜텍 지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 지회장은 “(이번 쌍차 노사 합의가) 소나기를 피해가는 합의가 아니라 진심으로 이행 되는 합의가 되기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이 폐기되는 그날까지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았으면 좋겠다”며 “쌍차 동지들 축하드리면서, 저희도 공장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안고 더욱더 힘차게 투쟁해 나가겠다”고 목소리 높였다.

307일째 서울 목동 에너지공사 굴뚝에서 파인텍 해고노동자 홍기탁·박준호씨가 힘겹게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굴뚝 밑에서 함께 싸우고 있는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지회장도 이날 기자회견에 나와 “(쌍차 합의는) 노동자들이 걸어가는 과정 속에서 한 단계 올라간 것”이라며 “노동자의 권리를 찾을 수 있다는 일념으로 굴뚝 위에 있는 두 동지들도 투쟁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쌍차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국가폭력에 대한 정부의 사과, 희생자들에 대한 명예회복, 사법거래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다.

김승하 철도노조 KTX열차승무지부장은 “저희도 쌍차도 사법농단의 피해자”라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피해자 구제를 위해 다른 피해자분들과 함께 현장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강산이 변하는 시간인 10년간 마음의 상처 크다”며 “우리도 사회가 바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을 느끼면서 치유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국가폭력의 피해자들도 쌍차 합의 소식에 함께 기뻐했다.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씨는 “눈물이 나온다. 얼마나 바라던 일이냐. 정말 한 가족같은 마음으로 공장으로 들어가기를 염원했는데 이런 날 올 줄 몰랐다. 감사하고 고맙다. 쌍차 노동자들 열심히 싸웠다”고 울먹였다.

쌍차 문제에 대해 목소리 내고 연대했던 시민단체들도 있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돌이켜보면, 이게 간단하게 쌍차 노동자들의 집단 정리해고 문제가 아니다. 발단은 무분별한 해외사업, 기술유출, 정리해고, 회계조작, 각 기관이 공모한 노조탄압, 사법농단 등 우리사회의 문제점이 압축적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똑같은 참사가 사회적으로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진정성 있게 교훈으로 삼을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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