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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노조기] 치료사, 관리자 갑질·성희롱·고용불안에서 벗어나고 싶다

나는 이제 9년차가 된 작업치료사이다. 재활치료실이 있는 요양병원에 재직 중이라면, 혹은 주변에 지인이 있다면 9년차 이상인 작업치료사·물리치료사가 요양병원 내 치료실 직원 중에 얼마나 있는지 알면 놀랄 것이다. 외부의 사람들이 당연히 치료사들은 연차가 높고 돈도 많이 벌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9년차 이상의 치료사들은 각 병원에 몇 명 안 된다. 5년차가 넘으면 슬슬 손목과 허리가 아파오는 데다 연봉은 오르지 않고, 병원 또는 중간관리자들은 월급을 많이 받는 높은 연차의 직원에게 나가라는 듯이 눈치를 준다. 그 월급도 200만원이 갓 넘는 월급인데도 말이다. 중간관리자들은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과다한 업무나 다른 이유를 만들어서라도 괴롭혀 나가게 만든다. 이직이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보고 있는 치료사들이 정말 많다는 걸 5년차가 넘어, 20대 후반이 되면 알게 된다.

내가 맨 처음 작업치료사라는 직업을 갖게된 것은 인문계열의 대학을 입학해서 다니는 동안 '취업이 쉽지 않겠구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1년이 되지 않아 그만두고 작업치료과를 선택했다. 선택하는 과정에서 많은 희망하는 과가 있었는데 그 중 뇌병변 환자를 치료하는 것에 관심이 생기며 높은 취업률이 있다는 전문직 치료사를 선택했다.

금천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에서 복직 운동을 벌이고 있는 우시은 작업치료사
금천에 위치한 한 요양병원에서 복직 운동을 벌이고 있는 우시은 작업치료사ⓒ민중의소리 자료사진

신입 때 취업은 정말 잘됐다. 특히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들이 갓 졸업해서 취업할 때는 재활치료를 하는 요양병원에서 많이들 뽑았다. 9년 전 병원들은 대개 신입 연봉을 2000~2100만원으로 책정했다. 나 또한 이만큼의 연봉을 받았다.

병원 내 치료사들 얘기를 들으면 신입 치료사들은 아침에 출근시간보다 일찍 와서 청소, 치료 준비를 하고, 선배 치료사가 커피 타오라고 시키면 커피도 타오고, '치료 기술이 부족하니 공부하라'는 선배의 말대로 퇴근 시간 이후 까지 남아서 공부한다.

이렇게 일해도, 연차가 쌓여도 끝이 아니다. 중간관리자들은 연봉과 업무량으로 협박하며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하고, 본인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낮은 임금인상과 높은 업무량으로 되갚아서 스스로 퇴사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한 성희롱 문제, 기본급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 치료사들이 다치는 경우 스스로 처리하고, 하기 싫은 장기자랑을 해야 하고, 옳은 말을 하면 괴롭힘을 당하고 막말을 듣는다. 연차는 월요일, 금요일은 쓰지 말라하며 급하게 일처리를 해야 하는 날이 있어 연차를 써도 안 된다고 거부당하고, 어떤 상황에 대해 누구 치료사는 되고 어느 치료사는 못하게 차별을 두어 치료사들 끼리 이간질 시키는 중간관리자도 있다.

요양병원은 5년차가 넘은 치료사의 구인을 꺼려했다. 7년차에 "정말 마지막으로 이직을 해야겠다. 그러니 오래 다녀야 겠다"라고 생각해서 여기저기 구인을 하고 마침내 금천에 있는 재활치료를 하는 요양병원에 이직을 했다.

우시은씨와 함께 근무한 병원 동료들은 현재 서로 돌아가면서 해고 철회 요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
우시은씨와 함께 근무한 병원 동료들은 현재 서로 돌아가면서 해고 철회 요구 1인시위를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자료사진

노동조합이 두 개나 있었다. 직원들을 위해 제안하는 노조는 민주노총 노조였다. 대학병원 노조는 많이 들어봤지만 중소기업의 병원 노조는 처음 보는 거라 어떻게 하나 궁금했다. 인력구인을 요구하고, 직원들이 다치지 않게 일 할 수 있도록 업무 환경과 노동강도에 대해, 또한 중간관리자의 막말과 괴롭힘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 모습이 요양병원 내에서 많이 볼 수 없던 모습이었는데, 근무한지 1년 채 되지 않아 민주노총 노조에 가입했다.

2018년 병원은 민주노총 조합원인 나를 해고했다. 정직원이라고 입사했는데 대게 병원의 연봉계약서 마냥 계약하는 그 근로계약서가 계약직 계약서였다며, 기존의 치료사들도 모르는 이야기를 하면서 계약만료라고 주장하며 나를 해고했다. 억울하고 화나고 부당하다고 생각이 드는 순간순간에도 나의 직장동료, 민주노총 조합원들, 환자나 보호자 분들이 힘내라고, 복직하라고 말해주던 기운을 받아서 복직 투쟁 중이다.

이 일은 민주노총 조합원만 받는 차별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일부 병원과 기업에서 직원들을 부려먹을 만큼 일을 시키고 퇴사하라는 듯이 강요하는 갑질과 중간관리자가 자기 말을 듣지 않는다고 업무적인 강도를 고의적으로 집중시키고 괴롭히는 것에 대해 대다수 병원 작업치료사, 물리치료사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내가 민주노총 노동조합의 역할을 보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처럼 이런 갑질에 누구라도 먼저 싸워야 다른 사람들도 같이 소리 낼 수 있지 않겠는가.

대한작업치료사협회와 신영프레시젼노조 조합원들이 우시은 작업치료사의 복직 운동에 함께 했다.
대한작업치료사협회와 신영프레시젼노조 조합원들이 우시은 작업치료사의 복직 운동에 함께 했다.ⓒ민중의소리 자료사진

행동하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연대하면 우리가 당하는 직장 내 괴롭힘, 갑질로부터 나와 같이 부당하고 억울한 입장이 된 주변 동료를 함께 지킬 수 있다. 나는 이 투쟁을 꼭 승리 해서 이런 부당한 상황에서도 함께 싸우면 승리한다는 것을 억울하게 당한 치료사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괴롭히지 말라, 복직시켜라"는 피켓을 든다.

마지막으로 민주노총 조합원의 부당해고에 근무 시간 이외에 아침, 점심, 저녁으로 체력적으로 힘들겠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고 나의 복직에 힘써주는 조합원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그리고 특히 이사한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나의 해고 상황 때문에 집 정리도 못하고, 책장에 책도 정리하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있는 지부장님께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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