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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설립 핑계로 폐업돌입한 세비앙실버홈, 요양보호사에 ‘문자’ 해고 통보
해고된 요양보호사들이 11일 오후 요양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해고된 요양보호사들이 11일 오후 요양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경영상 구조조정에 따라 2018년 9월 13일 퇴직처리 됨을 안내해드립니다”

11일 밤 9시, 경기도 성남시 노인전문요양원 ‘세비앙실버홈(이하, 세비앙)’에서 일하는 20명의 요양보호사는 한 줄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해고를 통보받았다. 휴대전화가 없었던 1명의 요양보호사는 우편으로 해고 소식을 접했다.

세비앙으로부터 해고 문자를 받은 오치분 요양보호사는 “기가 차고 목이 막히고 할 말이 없다. 억울하고 분하다”고 말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비앙 요양병원의 부당한 해고통보’를 규탄했다. 세비앙의 요양보호사들은 열악한 노동조건과 요양원 측의 갑질을 참다 “이제라도 자구책을 찾겠다”며 지난 6월 5일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세비앙에서 근무하는 요양보호사 63명 중 58명이 가입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비앙 요양병원의 부당한 해고통보’를 규탄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비앙 요양병원의 부당한 해고통보’를 규탄했다.ⓒ민중의소리

노조가 결성되자 김익태 세비앙 이사장은 요양보호사들에게 “배부를 만큼 밥 먹여 주고 오줌 싸게 해주니 지들 맘대로 해?” 등 막말과 폭언을 내뱉었다. 관리자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으면 노조 가입서를 찢어”라고 종용했다.

결국 세비앙 측은 지난 6월 13일 요양보호사들에게 “여러분과 신뢰가 깨져 함께할 수 없다”며 폐업하겠다고 선언했다. 6월 22일엔 관할 지자체인 성남시에 폐업신고를 했고, 7월 11일 직원 42명의 ‘대기발령 명단’을 발표했다. 같은 달 20일까지 희망퇴직자의 사표를 받았고 이어 8월 1일 7명의 2차 대기발령을, 8월 9일엔 3명의 3차 대기발령 공고를 냈다.

해당 기간 동안 34명의 요양보호사들이 사표를 제출했다. 이 중 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은 4명의 요양보호사가 병원 최소유지인력으로 남았다. 그리고 지난 화요일 세비앙은 21명의 대기발령자에게 해고 통보를 한 것이다. 이날은 요양보호사들이 부당대우에 맞서 세비앙 앞에서 농성을 시작한 지 62일째 되는 날이었다.

경기도 성남시 노인전문요양원 ‘세비앙실버홈’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65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노인전문요양원 ‘세비앙실버홈’ 앞에서 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오후 65일째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남은 요양보호사에게 “오늘 사직서 써, 어르신들 빨리 나가게 하자”

157명의 노인이 입원했던 세비앙에서 153명의 노인이 떠났다. 그래도 이곳엔 아직 몸이 편치 않은 4명의 노인이 남아있다. 노동조합 소속 4명의 요양보호사가 여전히 이들을 간호하고 있다.

14일 오전 9시, 야간근무자 2명과 오전 근무자 1명의 교대시간, 세비앙 사무국장 A 씨가 요양보호사 세 명을 불렀다. 사무국장은 이들에게 다짜고짜 “사표를 쓰라”고 했다. 요양보호사들은 당연히 이를 거절했다.

요양보호사 B 씨는 사무국장 A 씨가 “오늘 안 쓰면 다음 주부터 추석 연휴가 껴 있어 말일에 요양원 문을 닫기 어렵다. 오늘 사표를 쓰면 요양보호사가 없으니 (환자) 보호자들을 벌벌 떨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B 씨는 “근무자가 없으면 환자를 돌볼 사람이 없으니 사표를 써 어르신들을 빨리 나가게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무국장은 “(농성) 천막 가서는 이야기하지 말아라”, “앞으로 사람 일 어떻게 될 줄 아냐. 좋은 일이 있을지”라고 회유했다고 한다.

요양서비스노조 성남지회 김현경 부지회장은 “지난달 27일 입소 중이던 한 어르신이 다른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퇴원해 요양원에 돌아왔으나 병원은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며 “안에 남아계신 어르신들이 병세가 악화해 치료를 원하지만, 병원에서 다시 받아주지 않을까 봐 치료를 받으러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비앙 요양병원의 부당한 해고통보’를 규탄했다.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이하, 요양서비스노조)은 14일 오전 경기 성남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비앙 요양병원의 부당한 해고통보’를 규탄했다.ⓒ민중의소리

“부정이 들통날까 봐 노조를 핑계 삼아 기획 폐업”

요양서비스노조는 세비앙이 그동안 저지른 부정, 비리가 들통날까 봐 노조를 핑계로 폐업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세비앙은 지난해 5월 경기도 요양원 회계감사에서 문제 사항이 적발됐다. 김익태 대표의 부적정한 급여 지급, 차량 리스 등 총 3억 7천 7백만 원을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요양서비스노조 이미영 경기지부장은 “기획폐업이고 위장폐업이다. 세비앙에서 진행된 해고의 과정은 불법적인 과정이며 무효”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성남시청, 국민건강보험공단, 보건복지부가 나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12일 요양서비스노조는 세비앙을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소했다. 그에 앞서 5일에는 요양원을 20억대 급식비 횡령, 불법의료행위 혐의로 성남중원경찰서에 고발해 현재 경찰이 수사에 나선 상태다.

또 요양서비스노조는 2017년 김익태 대표의 부당급여 지급 건에 대해 횡령혐의로 다음 주 초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다. 요양서비스노조는 “김 대표가 감사를 통해 요양원 회계로 다시 환수하는 수준이 아닌 횡령으로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세비앙 측은 폐업과 정리해고가 합법적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무국장 A 씨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해고통보에 대해 “3개월 전부터 법적 절차를 밟아 진행했던 부분이다. (세비앙은) 2016년부터 폐업을 지속적으로 검토해왔다”며 “원장님이 경영을 전체적으로 하시는데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지셨다”고 설명했다.

또 요양원을 폐업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도리어 “어르신 4분이 남았는데 보호자와 요양보호사가 협동이 돼 안 나가려 한다. 어르신들 응급상황이 오면 조치가 힘들 정도로 최소인력이 남은 상태인데 자신의 어머님이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은 (보호자의)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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