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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종부세 인상이 폭탄이면, 월세 인상은 핵폭탄이다

“청년들은 방 한 칸에 살면서도 매달 50만 원씩 1년에 600만 원을 월세로 내고 있는데, 30억 원 부동산 가진 사람 종부세가 그것보다 적으면 안 되는 것 아니냐.”

정부의 9.13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기 전 <민중의소리>에 나온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의 인터뷰 중 한 대목이다.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이 기사는 발행된 후 3일이 지나 조회수가 역주행했다. 발행 당일보다도 훨씬 많은 조회수가 나왔다. (기사:[인터뷰] “주택공급 추가 확대, 위험하다”)

바로 이 이미지 때문이다.

없음
ⓒ희년함께

‘희년함께’라는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제작한 이 이미지는 자체적으로 좋아요가 약 800개를 넘었고 공유가 480회를 넘었다. 실제로는 그 수치보다 훨씬 많이 돌아다니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지를 다운로드 받아 다시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이 이미지가 나온 이후 <민중의소리>가 다시 이미지를 제작해 업로드 해봤다. 좋아요는 4천을 넘었고 공유도 1천회가 넘었다. 이 ‘워딩’이 가진 힘은 그렇게 강력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발언에 시비를 거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월세와 종부세를 비교하냐고 전문지식을 동원한다. 하지만 이 발언이 가진 ‘함의’를 꺾을 수는 없다. 개탄스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겠다.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시행됐다. 그 해 강남 부동산 폭등 현장을 취재한 적이 있다. 한달에 10%가 올랐던 그 때, 은마아파트 단지 앞 부동산 업체들을 돌며 ‘집사러 왔다’고 해봤다. 손에 1억을 쥐고 있고 부모님이 퇴직금 중 2~3억 주신다는데 여기 한 번 가보라고 했다고 둘러댔다. 당시 은마아파트는 7억대를 돌파해 8억대 초반의 시세였다. 세상에나! 앉은 자리에서 3천이 오르는 사례를 들었다.

그 때 들었던 여러 말들 중에 뇌리에 남았던 말이 있다. ’서른 살이면 눈 딱 감고 사세요. 10년 내에 수 억원 벌어요’다. 그 뒤로 10년이 흘렀다. 은마아파트의 요즘 시세는 약 18~19억원이다. 그 부동산 업자 말대로 은마아파트를 사서 10년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10억원이 생겼다.

은마아파트
은마아파트ⓒ뉴시스

취재를 마치고 기사를 마감할 때까지 ‘이상한(?)’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이거 진짜 살까?’ 어떤 부동산 중개인이 대출받는 방법까지 알려주겠다고 꼬드기는데 마음이 다 휘청거렸다. 이 중개인은 기사마감이 끝나고 나서도 한 동안 연락이 왔다. ‘물건 나왔으니 청년이 사라고.’

물론 불가능한 일이다. 전화를 받은 청년은 기사에 등장하는 ‘대기업 사원’이 아니라 월세 옥탑방에 사는 가난한 기자일 뿐이었다. 대출을 받을 능력도 없었고 2~3억원 내어줄 부모님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금수저’가 아닌 이상 종부세를 낼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18억원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10여만원이 올랐을 것이고 수십억원짜리 집을 보유한 사람들은 1년에 몇 백만원이 올랐을 것이다. 그런데, 13년 전 그 옥탑방의 월세는 10년이 지난 지금 적어도 두 배는 뛰었을 것이다.

무엇이 폭탄일까. 진짜 폭탄은 월급 200만원받고 50만원을 월세로 따박따박 내야 하는 사람이 2년마다 집주인에게 들어야 하는 ‘몇 만원 인상’ 통보다. 어디서 죽는 시늉인가. 실제로 폭탄을 던지는 이들이야 말로 종부세 찔끔 인상에 호들갑을 떠는 그 분들이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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