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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속’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 다시 “우리가 백남기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가느다란 빗줄기가 조금씩 조금씩 내리고 있었다.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가는 길은 차창 밖으로 부슬부슬 비가 내리며 산과 들을, 도로를, 그리고 사람들을 적시고 있었다.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열리는 15일 오후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은 비에 젖었고, 볼록하게 솟아오른 묘소마다 한가위를 앞두고 짧게 머리칼을 다듬은 파릇한 잔디가 유난히 푸른빛을 띠었다. 묘역 중간쯤에 자리한 백남기농민 묘소 앞에는 비를 가리기 위해 하얀색 천막이 눈에 띠었고, 제사상이 차려져 있었다.

고인은 눈을 지그시 감은듯 뜬듯 하면서도 얼굴 전체로 미소를 짓고 제사상 가운데 자리하고 있었고, 그 뒤로 ‘국무총리 이낙연’ 등이 선명한 조화 몇몇이 도열해 있었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백남기농민 뜻을 기리는 추모공연에서 ‘민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백남기농민 뜻을 기리는 추모공연에서 ‘민중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김주형 기자

오후 12시가 조금 넘어 추모제 시작을 알리는 사회자의 발언에 따라 삼삼오오 추모객들이 하얀 천막 앞에 모여들었다. 금방 비옷을 입거나 우산을 쓴 3백여 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모여 들었고, 바로 추모제가 열렸다.

추모제에서는 “내가 백남기다”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는 목소리가 간간이 터져나와 그 구호를 통해 백남기농민의 뜻을 이어받을 것을 다짐했다.

정현찬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은 “그해 백남기농민은 박근혜정권에 의해 시신이 돼서 우리 곁을 떠났다. 이제 그것이 밑불이 되어 이 땅에 1천7백만 촛불이 지펴졌고, 문(재인) 정권도 바로 촛불의 정권인데, 제일 먼저 떨쳐 일어났던 농민, 노동자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다”고 하면서 “백남기의 정신은 바로 노동자, 농민이 살맛나는 세상이고, 그래서 물대포와 맞서 싸워 우리 곁을 떠나갔다. 촛불 정권이라면 바로 그 정신을 이어받아 이땅 국민들의 삶이, 노동자들의 삶이, 민중들의 삶이 변해야 하는데, 지금도 농민들은 도저히 살 수 없다고 2015년 11월14일 그때의 외침을 또다시 외치고 일어나고 있다”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백남기농민의 정신을 이어줄 것을 호소했다.

백남기농민과 고향에서 같이 활동했던 문경식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문재인정부 잘한 것은 잘했다고 인정하고, 잘못한 것은 민중들의 단결과 연대, 투쟁을 통해서 노동자 농민들에게도, 이땅 자주 민주 통일에도 성공한 정부로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하면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이 민족이 요구하는 그 길에 함께 단결하고 연대해서 함께 투쟁하라는 결의의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고 백남기농민은 우리 농민도 사람다운 세상, 인간다운 세상을 살 수 있게끔 하자고 외치면서 ‘쌀수입 금지’, ‘통일농업 실현’, ‘쌀 목표가격 쟁취’를 외쳐오셨다”면서 “전농은 백남기 회장님의 뜻을 받들어 그 뜻을 이뤄나가겠다. 통일농업 실현에 전농이 앞장 서고, 전국민이 협조해서 북으로 트랙터를 몰고 갈 계획이다. 분단의 철조망을 우리가 자주적으로 끊어내려고 한다”고 함께 그 뜻을 이어줄 것을 당부했다.

유족 대표로 나온 백도라지씨는 “경찰청을 상대로 하는 재판을 아직 진행하고 있고, 아버지 의료정보를 당시 청와대, 경찰청에 전달했던 서울대병원과도 재판도 역시 진행중이다”라고 하면서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땐 돌아가셨을 때나 그리고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받는데는 엄청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조금 힘빠지지만 불의는 언젠가는 심판받으리라는 생각으로 이겨나가겠다”고 이날 전국에서 고인을 추모하러 참석한 추모객들에게 인사했다.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를 마치면서 고인의 부인 박경숙씨와 딸 백도라지씨 부부가 헌화하고 있다.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를 마치면서 고인의 부인 박경숙씨와 딸 백도라지씨 부부가 헌화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2주기 추모제를 마친 추모객들은 고인의 부인 박경숙씨와 딸 백도라지씨 부부를 시작으로 고인의 묘소에 분향, 헌화했다. 이날 추모객들 가운데는 고 이한열열사 어머니 배은심여사, 2014년 4.16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고 그해 여름 40일 넘게 목숨을 걸고 단식을 이어가면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 등을 촉구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눈에 띠었다.

2주기 추모제에 앞서 민족민주열사묘역 아래에서는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임마누엘형제 2주기 추모미사’가 열렸다.

김양수 가톨릭농민회 광주대교구연합회 지도신부는 강론에서 “쌀값은 농민 값인데, 지금 밥 한 공기가 220원이다. 농민들은 밥 한 공기 300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농민들의 요구와 주장은 2015년 민중총궐기 당시 백남기 형제와 농민들이 주장하던 외침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내가 백남기다’ 우리가 외쳤던 구호처럼 고인의 뜻을 이어가는 우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남기 농민은 2015년 11월14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로에 맞아 쓰러져 2016년 9월25일 선종했다. 백남기농민이 운명하고 그 장례투쟁을 전개하면서 그해 10월부터 시작된 촛불항쟁의 도화선이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백남기농민기념사업회를 꾸리기 위해 가톨릭농민회, 전농, 전여농 등 관련단체에서 추진위원회를 진행하고 있으며, 회원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민족민주열사·희생자 추모단체 광주전남연대회의(공동대표 김덕종·박봉주)는 한가위를 앞두고 이날 오전 8시부터 추모제 전까지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 합동벌초를 진행해 묘역을 단장했다. 아울러 광주전남추모연대는 오전 10시30분께 합동차례를 지냈다.

이날 벌초와 차례에는 광주전남지역 청소년과 시민사회단체, 노동단체, 민중당 등에서 100여 명이 참여해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와 추모미사, 이어서 오후 3시 열린 김준배열사 21주기 추모제를 맞아 민족민주열사묘역을 찾은, 한가위를 전후해 묘역을 찾을 수많은 시민들을 위해 땀방울을 흘렸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가 15일 오후 광주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옛 5·18묘지)에서 열리고 있다. 추모제 참가자들이 “우리가 백남기다”를 외치며 고인의 뜻을 기리고 있다.ⓒ김주형 기자
2주기 추모제를 마친 추모객들이 헌화하는 사이로 사진 속 고 백남기 농민이 미소를 짓고 있다.
2주기 추모제를 마친 추모객들이 헌화하는 사이로 사진 속 고 백남기 농민이 미소를 짓고 있다.ⓒ김주형 기자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를 마치면서 추모객들이 고인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은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추모제에 참석해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
생명 평화 일꾼 고 백남기농민 2주기 추모제를 마치면서 추모객들이 고인의 묘소에 헌화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세월호참사로 딸을 잃은 ‘유민아빠’ 김영오씨도 추모제에 참석해 헌화하며 고인을 추모하고 있다.ⓒ김주형 기자

김주형 기자

광주(전남·북 포함) 주재기자입니다. 작은 이야기에도 귀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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