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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가 세금 폭탄? 민중들 염장 지르려는 주장인가?

“만약 당신이 백만장자가 된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당장 자살해야지.”
“아니 왜요?”
“난 지금 억만장자거든.”

이 시답잖은 농담이 미국 사회에서 퍼진 때는 20세기 초반이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의 도입으로 자본이 거대화되면서 미국 사회에서는 그야말로 억만장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철강왕 카네기, 석유왕 록펠러, 자동차왕 헨리 포드 등이 이 시대를 주름잡은 억만장자들이었다.

대공황을 극복하고 복지의 시대를 활짝 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재임 1933~1945)은 엄청난 증세 정책을 펼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요즘말로 소득주도 성장론의 지지자였고, 증세를 통한 복지정책 강화를 신념처럼 여겼다.

루스벨트는 당선 직후 최고소득세율을 무려 63%(오타 아님!)로 올렸다. 이게 얼마나 드라마틱한 인상이었냐면, 1920년대 미국의 소득세율은 단 1%였다.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1%만 세금으로 내면 괜찮았던 1920년대 미국은 분명 부자들에게 천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부자들의 세상이 대공황을 유발한 이후, 루스벨트는 단호하게 소득세율을 급등시켰다.

급기야 루스벨트는 1935년 최고소득세율을 79%(이것도 오타 아님!)로 다시 끌어올렸다. 20%에 머물러있던 상속세율도 77%까지 끌어올렸다. 이때 최고소득세율 79%를 적용받은 인물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가 바로 석유왕으로 불렸던 록펠러였다.

종부세 강화가 알려준 진실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의 의도적인 ‘세금 폭탄’ 프레임에 속지만 않는다면 정부의 종부세 강화는 우리에게 명백한 진실을 알려준다. 종부세 강화로 세금이 많이 늘어나는 사람은 15만 명 정도. 이는 자기 집을 가진 사람의 고작 1% 남짓에 불과하다. 또 종부세가 늘어나려면 시가 18억 원이 넘는 집을 가져야 한다. 그나마 1주택자라면 18억 원짜리 집을 보유하고도 10만 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

그렇다면 강화되는 종부세는 결국 자산 규모가 최소 20억 원 정도는 되는 부자 중의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야기가 된다. 게다가 강남 부동산 급등으로 이익을 보는 상위 1% 들은 집값이 1%만 뛰어도 저임금 노동자들의 1년 치 연봉에 해당하는 수 천 만 원씩을 벌어들인다.

보수언론은 강남에 거주하는 A씨와 B씨를 동원해 “그냥 내 집에서 살았을 뿐인데 왜 세금폭탄을 맞아야 하느냐”는 불만의 목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A씨와 B씨가 실존인물이라면 그들에게 반드시 전해주고픈 이야기가 있다. “그냥 내 집에서 살았을 뿐인데” 20억 원의 자산소득이 뚝 하고 생겼다면, 우리는 당신들이 정말 부럽다고 말이다.

보수언론의 선동과 달리 많은 시민들이 SNS를 통해 “나도 18억 짜리 집 가지고 보유세 내는 게 소원이다”라는 글들이 올라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집에서 살기만 했는데 18억 원이 생겼는지 부러울 뿐이다.

세금 잘 내는 부자를 찾기가 이렇게 힘든가?

1935년 미국에서 유일하게 79%의 최고소득세를 물게 된 록펠러는 그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빨갱이들이 내 재산을 빼앗아간다”고 난리를 쳤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콜럼비아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인 샤무스 칸은 2012년 <타임즈>에 기고한 글 ‘부자가 항상 세금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에서 “1937년 록펠러가 세상을 떠났고 자녀들에게는 70%가 넘는 상속세율이 적용됐지만, 그의 가족 중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불평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그 뿐 아니다. 2016년 미국 뉴욕 주의 갑부 40여 명이 뉴욕 주 정부에 “상위 1% 부자들에게 부유세를 걷어라”라는 청원을 넣은 적이 있다. 이들은 “어린이 빈곤과 노숙자 문제, 노후한 교량과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을 보수하는 일에 주 정부 재정을 추가로 투입해야 한다. 우리 같은 부유한 뉴요커들은 공정한 몫을 부담할 용의가 있고, 능력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들 40여 명의 갑부 중 록펠러 가문의 5대손인 스티븐 C. 록펠러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자신이 부자임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부자로서 세금을 더 내는 것을 자랑스러운 명예라고 믿는다.

종부세 강화로 대한민국 상위 1%가 보유한 아파트의 가격이 최소 20억 원에 육박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은 국민 99%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던 행운이다. 다른 건 다 참겠는데, 그 행운아들이 “종부세는 폭탄이다”라고 주장하는 건 정말 좀 참기 어렵다.

‘위대한 반대 의견자’로 불렸던 미국 대법관 올리버 홈스(Oliver Wendell Holmes, 1841~1935)는 “나는 세금 내는 것을 즐긴다. 왜냐하면 세금을 내야 진정한 시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집에서 살기만 하다가 대한민국 상위 1%에 오른 부자들은 홈스처럼 세금 내는 것을 즐길 생각이 조금도 없나?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세금 폭탄 운운만 하지 말기를 바란다. 99% 민중들의 염장을 지르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말이다. 벌써부터 “흡연자인 내가 18억 아파트 보유자보다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게 말이 되느냐?” “이번 종부세 강화안은 기대에 못 미칠 정도로 약하다”는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와서 하는 말이다.

이완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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