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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세 남자의 유쾌한 수다, 블랙코미디 연극 ‘아트’
연극 ‘아트’
연극 ‘아트’ⓒ기타

우선 남자들의 상상초월 수다를 보는 재미가 이 정도인 줄을 몰랐다. 매우 모던해 보이는 세 남자의 이성적인 논쟁이 찌질함과 소심함의 바닥을 드러내는 순간 극의 재미는 절정으로 향한다. 사건은 예술에 관심이 많은 피부과 전문의 세르쥬가 가로 150, 세로 120의 그림을 산 것으로 시작된다. 세르쥬는 절친 마크를 불러 자신이 산 모더니즘의 그림을 자랑한다. 고전을 사랑하는 항공엔지니어 마크는 세르쥬가 보여준 그림을 보고 경악을 한다. 하얀 캔버스 위에 아무 것도 없는 하얀 그림을 그것도 2억 이란 돈을 주고 샀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그림도, 세르쥬도 이해할 수 없는 마크와, 그림과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마크가 답답한 세르쥬는 평행선같은 대화를 이어간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림 하나에 이토록 난리가 난 걸까?

갈등은 늘 하찮은 것에서부터

소화장애가 생길만큼 세르쥬의 말과 행동에 화가 난 마크는 이반에게 이 모든 사실을 말한다. 이반은 싫은 소리를 잘 하지 못하는 친구다. 원래 친구 세 명이 절친이 되려면 중간에서 완충역할을 하는 친구가 필요한 법이다. 세르쥬와 마크 사이에는 그런 완충역할을 하는 이반이 있다. 이반은 마크의 이야기를 듣고 세르쥬를 찾아가 그림을 보게 된다. 이반은 어떻게 해서든 세르쥬와 마크를 서로 화해시키고 싶지만 단단히 틀어진 두 사람 사이는 이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극으로 치닫는다.

여자이건 남자이건 친구 사이의 갈등은 사소하고 별 것 아닌 것에서 시작되기 마련이다. 서로 한발 물러서면 왠지 지는 것 같은 치졸함이 고개를 드는 순간 갈등은 걷잡을 수 없는 싸움으로 이어진다. 세 남자의 싸움은 15년의 우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만과 이기심으로 가득하다. 하기야 그것이 친구만 그럴까. 남녀간의 갈등이나 직장 내의 갈등도 똑같지 않을까. 고성이 오가고 내 주장만을 쉴 새 없이 늘어놓고 이해해 주지 못하는 상대를 질타하며 다람쥐 쳇바퀴 도는 싸움을 하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 ‘난 도대체 무엇 때문에 싸우고 있지?’ 화해란 그 순간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에 의해 이루어진다. 아무도 그런 사람이 없다면 결말은 뻔하다. 결별, 이별, 혹은 영원한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소소하지지만 특별한 이야기

세 남자의 신변잡기적인 이야기가 왜 그토록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까. 세 남자는 세상에 존재하는 세 가지의 인간유형으로 분류하기에 적당하다.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탐닉을 즐기는 세르쥬 유형, 고전적인 가치를 중요시 여기는 마크 유형, 이성적인 생각보다 감성적인 마음이 앞서는 이반 유형. 또 이런 분류도 재밌겠다. 자기애가 강해 이기적으로 보이는 사람, 타인에 대한 배려가 넘쳐 우유부단해 보이는 사람,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맘 편하게 사는 사람. 우리 자신이기도 한 세 남자의 갈등은 서로의 차이를 좁혀가는 과정을 드라마틱하게 그리고 있다. 우리는 무대 위로 소환된 우리 자신의 소심함과 찌질함을 보며 공감의 박수와 유쾌한 웃음을 짓게 된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대사도 극의 재미에 한몫을 한다. 남자들의 생각과 사고, 심리상태를 알 수 있는 에피소드들을 보는 즐거움도 크다. 남자들은 도대체 친구들과 무슨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지 궁금하다면 그 궁금증이 풀리는 기회가 될 것이다. 객석의 남성들이 보내는 무한 공감의 리액션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과묵함과 진지함이 사라진 세 남자의 말다툼이 지루하지 않고 식상하지 않은 것 역시 대사가 주는 힘에 있다.

어디서도 보기 힘든 배우들의 조합

흔히 보기 힘든 호화캐스팅도 연극 ‘아트’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세르쥬역에는 명실상부 최고의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 엄기준, 최재웅, 최영준이 맡았다. 지적인 듯 보이는 넘치는 자기애의 소유자 마크역에는 배우 김재범, 박은석, 정상훈이 열연한다.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웃음을 주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반역에는 배우 장격수, 박정복, 김지철이 트리플 캐스팅됐다. 어떤 배우들의 조합으로 봐도 아깝지 않다. 각각의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세르쥬, 마크, 이반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연극 ‘아트’

공연장소:대학로 유니플렉스 2관
공연날짜:2018년 9월 7일-11월 4일
관람연령:만 12세 이상
공연시간:100분
제작진:작 야스미나 레자/총연출 성종완/협력 연출 채정원/예술감독 신영섭
출연진:엄기준, 최재웅, 최영준, 김재범, 박은석, 정상훈, 박정복, 장격수, 김지철

이숙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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