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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지옥⑧] ‘직장 내 괴롭힘’ 당했다면 기록을 시작하라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의 호소가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다. 이제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외국에서는 20여 년 전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규정하고 관련 법제도를 만들어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와 개념을 정리하고 법 제도적 기준을 세우기 위해 민중의소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국내외 사례들과 통계자료, 연구를 분석했습니다. 총 10편의 기사와 인터랙티브 콘텐츠, 동영상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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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명할 수 없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들 중 적지 않은 숫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생각하고, 그 중에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실행에 옮긴다.

그들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를 보면 자신이 당한 부당함을 증명하기 어렵고, 더 이상 견딜 수 없다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직장 내 괴롭힘’은 점점 미묘해진다. 폭언, 폭력같이 눈에 띄는 행위였다면 차라리 내가 피해자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겠지만, ‘업무명령’을 가장한 부당한 지시와 알듯말듯한 모욕으로 피해자들의 인격을 조금씩 갉아먹는다. 지능화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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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박지윤

직장에 속한 사원으로서 업무지시에 따라 업무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나에게만 계속되는 부당한 업무지시와 평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욕을 그저 ‘업무’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참기에는 너무 힘든 일이다. 직장에서 업무를 지시하는 것이 불법이 아닌 이상 내가 당하고 있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줄까 하는 걱정도 든다.

무엇보다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가 되고는 있지만 이를 규제하는 관련법도 없어 ‘나를 괴롭힌 가해자가 잘못을 한 것이고 나는 피해자’라는 것을 법적으로 인정받을 길도 멀기만 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느끼기 시작한 순간 행동한다면 피해를 증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묘하고 지능화되는 ‘직장 내 괴롭힘’은 정말 증명할 방법이 없을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난회에 이어 김승현 노무사(노무법인 시선)와 희망을 만드는 법의 김동현 변호사에게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 물어봤다.

김승현 노무사
김승현 노무사ⓒ민중의소리

질문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변 김승현 노무사(이사 승) 일단 첫째로 내가 괴롭힘을 당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두번째는 무엇을 해야 되겠다는 적극적인 마음을 가지고 행동을 주저하지 않아야 한다. 대부분 피해자는 괴롭힘 당하는 상태가 이미 상당히 지난 상태에서 전문가를 찾는 경우가 많다. 조기에 대응한다면 보상을 받거나 법률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

세번째는 괴롭힘의 양상에 대해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의 가장 큰 문제가 상당기간 지나서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추천하는 방법은 업무 일지 작성이다. 또 상시적인 녹음, CCTV 등 기록을 보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종이로 된 문서는 절대 버리면 안 된다. 직장 내 괴롭힘은 미묘하게 업무명령을 통해도 일어나기 때문에 그 업무가 왜 부당한가에 대해 고민하고 입증할 자료를 마련해야 한다.

피해자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너무 빨리 포기하는 게 제일 안타깝다는 것이다. 괴롭힘을 느끼기 시작했을 때 움직이기 시작하면 입증이 불가능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적극성을 가지고 너무 늦지 않게 행동에 나서줬으면 하는 게 대리인들의 바람이다.

질문 다른 나라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답변 김동현 변호사(이하 동) 프랑스의 경우,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자의 정신 건강을 침해하는 중대한 불법으로 규정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엄격하게 묻고 있다. 또한 사용자의 괴롭힘 의도를 단정하기 어려운 경영‧관리 운영상 경영방식도 괴롭힘으로 간주하는 법리를 마련했다. 예방조치에 관해서도 사용자에게 광범위한 책임을 지우고 있으며, 괴롭힘 행위 발생 시 종업원에게 사용자에 대한 문제 제기 및 제소권을 부여하고 있고, 노조에게 이에 대한 소송대리권 등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점이다.

일본은 직장 내 괴롭힘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일본후생노동성은 직장 내 괴롭힘을 노동현장의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로 인식하고 예방 및 피해 구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질문 그럼 우리나라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을 상담할 수 있는 창구는 얼마나 마련돼 있을까?

답변 일반 노동상담 창구는 공공영역에서 제공하는 게 있다. 그런데 시민단체에서 운영하는 ‘직장갑질 119’을 통해 상담을 받고 있는데 엄청나게 많은 상담이 들어온다. 이 이야기는 공공영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상담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까지 지금 보면 현장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국가로부터 상담서비스나 조력을 받고 싶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방안이 충분히 구현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김동현 변호사
김동현 변호사ⓒ민중의소리

질문 직장 내 괴롭힘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답변 첫째로 직장 괴롭힘에 대해 법적 개념이 생겨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이슈화 된 지는 꽤 시간이 흘렀고,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안은 4~5개가 발의됐는데 아직 입법된 것은 없다. 두번째로는 피해자들의 심리적 치료도 병행할 수 있는 심리상담센터나 단체가 있어야 한다. 저희도 전문적으로 피해자를 돌볼 수 있는 전문가 그룹이나 단체를 만드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직접적이고 실효적인 조치들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선은 사회적인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군대식 문화에 있는 ‘견뎌야 된다’는 분위기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동시에 직장 내 괴롭힘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라는 것을 명확하게 천명하는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

질문 아직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는 법 제정은 이르다는 우려도 있다.

답변 직장 내 괴롭힘을 규제하겠다는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움직임이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도 올해 직장 내에서 일어나는 괴롭힘과 폭력에 대한 조약을 제정하자는 논의가 진행됐고, 지금 프랑스, 일본, 캐나다, 북유럽에서는 이미 법으로 제정됐다. 헌법도 노동환경에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있다. 일터가 인간의 존엄이 보장되고 인격권이 실현되어야 하는 공간임을 구체화하는 것은 이례적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것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016년 4월 23일 현대차-유성기업 노조파괴와 현대차의 불법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부스가 시청 일대 설치된 가운데 한 시민이 직장 내 괴롭힘을 원인에 대해 조사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 23일 현대차-유성기업 노조파괴와 현대차의 불법을 사회적으로 알리기 위한 부스가 시청 일대 설치된 가운데 한 시민이 직장 내 괴롭힘을 원인에 대해 조사에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김백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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