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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연의 중국과 한반도] 2018 동방경제포럼, 시진핑의 선택

‘극동:더 많은 기회’

9월 11일부터 13일까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극동연방대학교에서 개최된 ‘동방경제포럼(EEC)의 주제이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이 포럼은 나이에 걸맞지 않는 영향력과 파급력을 만들어 내면서 명실상부한 동북아시아 지역의 최대 포럼으로 성장해 가고 있다. 과연 극동에는 어떤 더 많은 기회들이 있기에 불과 4회째를 맞는 이 포럼에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일까?

규모·영향력 확대된 동방경제포럼

사실 러시아가 극동지역 개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건 오래된 일이 아니다.

최근 국제사회에서 유라시아 지역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이 급속하게 확대되어 가면서 러시아 역시 극동 러시아 지역에 대한 전략적 투자와 개발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2012년 5월 출범한 3기 푸틴 정부는 이른바 ‘신동방정책’으로 대표되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진출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임기시작과 함께 대통령령으로 극동개발부를 설립하고, 다음해에는 극동개발부 장관을 연방정부 부총리급으로 격상시켰다.

그리고 ‘신동방정책’의 첫걸음으로 2015년 1월 구소련 지역의 경제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아르메니아, 키르기스스탄 국가들과 함께 유라시아경제연합(EAEU)을 출범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축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투자를 유치해 극동 러시아 지역의 개발을 추진하고자 푸틴 대통령령으로 ‘동방경제포럼’을 개최했다.

2015년 9월 3일 제1회 동방경제포럼을 통해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토크항을 자유항으로 개방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극동지역의 잠재력을 대대적으로 소개하면서 아태지역에서 자신의 입지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제1회 동방경제포럼에는 한국, 중국, 일본, 북한 등 동북아시아 지역 국가들을 중심으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 32개국 2,500여 명이 참가했다. 규모면에서는 단연 중국이 최대 규모였다.

2015년 첫 번째 포럼을 시작으로 동방경제포럼은 매해 그 규모와 영향력이 급격한 속도로 확대되어 갔다. 다음해인 2016년 9월 개최된 제2회 동방경제포럼은 보다 체계적으로 극동지역 개발을 위한 투자 계획들이 제출 되었으며, 당시 한국 박근혜 대통령, 일본 아베 총리 등 국가 수반급이 직접 참석 하면서 포럼 기간 동안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2017년 9월에 개최된 제3회 동방경제포럼에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일본의 아베 총리, 몽골의 바툴가 대통령 등 국가 정상급 인사와 중국의 왕양 부총리, 북한의 김영재 대외경제상 등 각 국 정부 대표들이 참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2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타스·AP/뉴시스

동방경제포럼에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

그리고 2018년 9월, 제4회 동방경제포럼에는 시진핑이 움직였다

2018년 초반 조성된 한반도 평화의 분위기와 함께 남북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등 연이어 성사된 세기적 정상회담과 미중 무역전쟁까지 맞물리면서 말 그대로 국제사회의 정치·경제를 바라보는 이목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는 동북아시아 지역에 집중됐다.

그리고 이 시기 2018년 동방경제포럼을 앞두고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한국, 중국, 일본, 몽골 그리고 북한의 국가 정상에게 모두 초청장을 보냈다.

제4회 동방경제포럼을 앞두고 급변하는 정세속에서 남과 북의 정상들은 3차 정상회담 준비로 포럼에 불참하게 되었고,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기념일인 9.9절 행사 참석이 예상 되었지만 예상을 뒤엎고 북한행이 아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행 비행기에 올랐다.

지난 3년 간 중국은 동방경제포럼에 항상 최대규모의 대표단을 파견했지만 시진핑 주석이 직접 참석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은 왜 예상을 깨고 북한이 아닌 러시아를 방문했을까? 답은 의외로 매우 간단하다. 동방경제포럼 참석이 중국의 국가이익에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중국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관계뿐만 아니라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꾸준히 미국의 견제에 시달려 왔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중국 책임론’, ‘중국 배후론’에 시달려 왔으며, 미국과의 무역 갈등은 갈등 수준을 넘어 이제 전쟁의 수준까지 치닫게 됐다.

그리고 9월, 시진핑은 러시아를 택했다. 북한에는 시진핑 주석의 친서와 특별대표 및 축하사절단 파견으로 양해를 구하고 자신은 러시아를 방문한 것이다. 북한 방문 보다는 러시아 방문을 통해 얻는 명분과 실리가 더 크다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 포럼에 천명이 넘는 대규모 경제사절단을 파견하면서 푸틴 대통령에게 경제적으로 큰 선물을 안겼다. 또한 동방경제포럼이 진행되고 있는 같은 시간에 중국과 러시아는 합동군사훈련까지 진행했다. 점점 더 첨예해 지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숨고르기를 할 공간으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이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11일 동방경제포럼 참석 중 양자 회담을 갖은 뒤 서명식에서 다시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11일 동방경제포럼 참석 중 양자 회담을 갖은 뒤 서명식에서 다시 악수하고 있다.ⓒAP/뉴시스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에 공동 대응 메시지
경제 협력 넘어 역내 정치 외교에도 큰 영향력

동방경제포럼에 처음으로 참석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 일본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물론 포럼 총회 연설, 각국 참가 대표들과의 연이은 회담을 진행하면서 다시금 역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미국의 압박에 혼자 힘으로 안되면 둘이서 대응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미국의 힘의 역학 관계로 인해 나타나는 특별한 양상이지만 동방경제포럼은 경제 협력을 넘어 지역 사안에 대해 공동으로 대응하는 초보적인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동방경제포럼은 명칭대로 경제 분야의 투자와 유치를 위한 포럼의 성격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불과 4번의 포럼을 진행하면서 이 포럼은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 뿐만 아니라 역내 정치 외교 분야까지 큰 영향력을 미치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매년 포럼에 참석하는 국가와 각 국 대표단의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동북아 주요 국가들의 정상들이 참석하는 수준으로 격상되고 있다.

때문에 동방경제포럼은 당분간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 정치, 외교는 물론이거니와 더 나아가 문화, 생태, 환경 등 광범위한 분야를 아우르는 지역포럼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이후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 구성을 위한 아주 초보적인 틀을 구상해 보는 것도 나름 건설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겠다.

김택연 중국사회과학원 아태글로벌전략연구원 국제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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