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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철 칼럼] 부동산 정책, 멀어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작년 문재인 대통령의 토지공개념 발언 이후 주거 관련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9.13부동산대책의 주요 내용은 다주택자들에 대한 종합부동산 세율을 조정하고 대출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이미 다수의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은 집을 사는 것을 조금이나마 어렵게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주택소유로 인한 부의 증가, 불평등 심화를 막기 위한 일말의 조치라고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어떻게 봐도 터무니없다. 주거를 권리라고 천명하고 있는 시대에 값 비싼 집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규제조치는 지극히 당연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어려움을 조금 보태는 규제 정도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그와 함께, 아니 더 시급하게 이루어져야 할 현재 쫓겨나고 밀려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주거정책은 찾아볼 수 없다. 정부 주거정책의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집값은 주거가 권리라는 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끝 모르게 치솟고 있다. 동시에 비싼 임대료가 버거운 대다수 사람들 삶의 고통은 그보다 더 높고 빠르게 한계치를 몇 번이고 넘어서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등이 1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방안'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있다.ⓒ김슬찬 기자

모두가 알고 필요로 하는 주거정책

정부의 주거정책이 대다수 세입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은 예상된 결과였다. 이번 정부에서 처음 발표했던 8.2부동산대책부터 최근 9.13부동산대책까지 일부의 다주택자들에 대한 미약한 규제정책들을 하나씩 꺼내었을 뿐, 세입자들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정부의 주거정책의 방향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간의 민간 임대차시장에 소극적 대응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전월세상한제나 계약갱신청구권 등 세입자들에게 시급한 정책은 담지 않았다. 정부는 오히려 임대사업자들에게 세제혜택을 주겠다는 정책을 발표하며 부동산 불패신화는 끝나지 않았음을 암시했다. 이미 비싼 임대료가 하루 다르게 감당하기 힘들어지는 세입자들에게 당장 필요한 정책은 다른 집을 또 사려는 집주인에 대한 규제가 아니다. 내가 지불하는 임대료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는 것. 그와 연결되어 2년마다 이삿짐을 싸고 더 취약한 집으로 이사해야 하는 애환을 덜어내는 것. 안전한 주거공간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을 필요로 하고 있다. 정부는 전월세상한제의 경우 도입 여부를 2020년에서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불안정한 주거로 인한 현재의 고통을 참아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누군가의 재산권을 이유로 상대적으로 힘없는 사람들의 삶이 후순위로 밀려서는 안된다. 세입자의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책은 나중이 아니라 지금 당장 도입되어야 한다.

어쩌면 잘 모르지만 시급한 주거정책

주거가 권리인 사회에서 누구에게 가장 필요하냐고 묻는다면 단연 일정한 주거지 없이 거리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과 쪽방, 고시원, 여관, 여인숙, 판잣집 등 취약한 거처에서 생활하고 있는 가난한 사람들일 것이다. 그리고 주거정책의 0순위는 당연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정책이어야 한다.

하지만 정부의 주거정책에서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고려는 없어 보인다. 8.2부동산대책 당시 공공에서 공급하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거주 기간이 안정적인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지만, 여느 정부에서도 다르지 않게 발표해 왔던 계획일 뿐이다. 문제는 계획으로 발표한 물량 자체도 부족할뿐더러, 부족한 물량을 채우기 위한 세부계획조차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발표한 9.13대책에서는 공공택지를 개발해 분양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택을 공공에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 사고파는 것으로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 계획은 지나가는 안부인사와 같았고 의지 없음을 밝힌 것이다.

물론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하지만 세부내용은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지원 강화가 아닌, 주택공급기관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뿐이었다. 보증금을 50만원으로 낮게 책정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주택을 공급하는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다. 하지만 주거취약계층주거지원사업은 그 대상에서 거리, 여관, 여인숙에서 생활하고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고 있으며, 다른 사업들의 시범사업에도 못 미치는 적은 양을 유지하고 있다.

주거취약계층에 주거정책은 긴급한 문제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거지는 내일의 유무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거가 가장 취약한 사람의 주거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상대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의 주거권도 계속 박탈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주거 필요한 주거취약계층을 모두 포괄하는 대상의 확대와 함께 충분한 물량을 확보해야 한다.

111년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한 1일 오전 서울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선풍기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
111년만에 최고기온을 경신한 1일 오전 서울 동자동에 위치한 쪽방촌에서 한 어르신이 선풍기로 무더위를 견디고 있다.ⓒ임화영 기자

권리를 포기하라는 부동산정책은 멈춰야 한다

한 번의 실수가 삶을 무너뜨리는 제도로 된 안전망 없는 사회에서, 주거는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미래를 희망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우리는 주거를 자격조건 없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라고 읽고 쓴다. 하지만 또 우리는 그 권리를 포기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선택할 수 있는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에 의해 빼앗기는 것이다.

주거를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사는 곳(live)이 아닌 사는 것(buy)을 부추기는 사회를 멈추어야 하지 않을까. 추석을 앞두고 정부에서 또다시 부동산 대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금 수준에서 이어지는 부동산 대책이라면 현재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 삶이 나아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고문으로 끝날 것이다. 지금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부동산 대책이 아니라 주거권 보장을 위한 대책이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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