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서정민갑의 슈요뮤직] 현재로 잇는 홍대 앞의 전통, 지금 좋은 음악 곁으로 한 걸음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제공 : 잔다라 페스타

우리는 대부분 힙과 핫에 열광한다. 힙과 핫은 유행의 정점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힙과 핫을 놓치지 않고 소비하거나 향유하는 자신을 전시하는 행위야말로 힙과 핫의 핵심이다. 자신이 힙과 핫을 알고 있고, 놓치지 않으며, 향유할 줄 아는 시간과 돈과 정보와 안목의 소유자임을 자랑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래서 반드시 사진을 찍어 유튜브,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미디어에 올린다. 좋아요 수로 확인할 수 있는 공감과 부러움은 힙스터의 자존감과 자긍심의 근거이다. 서로가 서로의 힙과 핫을 보증하고 증거하면서 취향과 안목으로 위계의 공동체를 만든다.

그런데 힙과 핫은 항상 바뀐다. 소수가 열광하면서 힙과 핫의 상징이 된 무언가가 유명해지면 금세 다른 힙과 핫이 등장한다. 힙해지고 핫해지는 일은 즐거운 일이지만 변함없이 힙하고 핫하기는 어렵다. 힙과 핫을 좋아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힙과 핫을 찾아 떠나지만 누군가는 유행이 지나간 뒤에도 변함없이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잔다리 페스타를 만드는 이들도 그렇다.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지역은 여전히 힙하고 핫하지만 트렌드는 예전과 다르다. 라이브클럽과 댄스 클럽은 밀려나가고 카페와 주점이 득실거린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이른바 홍대앞이라고 불렸던 지역이 담당했던 색다르고 대안적인 문화의 생산지라는 역할은 갈수록 희미해진다. 그렇다고 홍대 앞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하루아침에 홍대 앞을 떠나 다른 곳으로 옮겨가버리지는 않았다. 이제는 뮤지션들의 활동 공간이 오프라인에 국한되지 않아 예전처럼 인디 신=홍대 신이라고만 단정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홍대 신이 소멸해버린 것도 아니다. 여전히 그 곳에는 라이브 클럽이 있고, 공연이 있고, 뮤지션과 관객이 있다.

이제 한국 뮤지션이 빌보드 음반 차트에서 1위를 하는 시대이다. 여전히 아는 사람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한국의 인디 뮤지션이 해외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은 더 이상 특별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단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여전히 홍대 앞에 남은 이들이 애쓴 덕분이다.

자본과 인력 모두 열세임에도 음악만은 수준급인 한국 인디 신에서 누군가 끊임없이 음악을 만들고, 누군가 그 음악을 알릴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관계 기관을 설득해 국가의 지원을 따내고, 뮤지션들을 선별했으며, 해외의 델리게이트들을 불러왔다. 그들에게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을 소개하고, 그들과 연결시켰다. 2012년에 시작한 잔다리 페스타가 한국 인디 신의 유일한 해외 진출 통로는 아니다. 뮤콘(MU:CON)이 있고, 서울뮤직위크가 있고, 에이팜(APaMM)이 있다. 그밖에도 여러 통로로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이 해외 시장에 드나들고 있다.

그런데 잔다리 페스타는 한국 인디 신의 근거지인 홍대 앞에서 인디 뮤지션들의 쇼케이스 페스티벌을 열고, 그들의 공연을 보기 위해 해외의 델리게이트들이 오게 만들었으며, 또 오고 싶게 만들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한국의 인디 뮤지션들이 해외 활동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웹 기반의 플랫폼과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알음알음으로 해외 진출을 시도하는 2012년에 잔다리 페스타를 연 후의 일이다.

잔다리 페스타는 개별적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뮤지션들을 돕는 대신 공식적인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더 쉽고 빠르고 확실하게 많은 뮤지션들과 관계자들을 연결시켰다. 덕분에 인디 신의 여전히 많은 지분을 차지하는 밴드들과 싱어송라이터들이 해외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좀 더 많이 얻게 되었다.

잔다리 페스타가 만든 성과를 한국 인디 뮤지션들이 그동안 해외에 얼마나 많이 나갔고, 얼마만큼의 가시적 성과를 얻었는지로 평가해서는 안될 일이다. 중요한 것은 해외 음악시장 관계자들에게 케이팝이 아닌 한국 밴드/싱어송라이터 뮤지션들이 많고, 그들이 좋은 음악을 한다는 사실을 알렸으며, 한국의 음악 시장에 관심과 믿음을 갖게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화려한 환대도 없고, 거대한 무대도 없지만 아직 남아 있는 홍대 앞의 분위기와 뮤지션들의 진솔한 태도를 보여주고, 그들의 완성도 높은 음악을 들려줌으로써 만든 성과이다.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제공 : 잔다라 페스타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제공 : 잔다라 페스타

한 두 해 하다가 끝내버리지 않고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7년째 행사를 이어옴으로써 만들어낸 성과이다. 덕분에 해외의 델리게이트들은 올해에도 잔다리 페스타에 찾아와 한국 뮤지션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인다. 해외에 나간다고 다 스타가 되지 않고, 한 두 번 나가는 정도로는 특별한 변화가 생기지 않지만 잔다리 페스타는 한국 뮤지션들이 어떻게 해외 활동을 시작해야 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했다.

해외의 음악 관계자들이 한국 대중음악에 귀를 열게 했다. 방탄소년단만큼 스타가 된 뮤지션은 아직 없다 해도 잔다리 페스타 같은 장이 있어 한국의 대중음악은 두루 온전한 세계시민으로 존중받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잔다리 페스타 덕분에 음악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이들이 해외의 델리게이트 뿐만은 아니다. 잔다리 페스타는 그동안 미주, 아시아, 유럽 등지의 뮤지션들이 한국 무대에 설 수 있게 했다. 덕분에 한국의 음악 팬들도 유명한 스타 뮤지션들 외에도 좋은 음악을 하는 뮤지션들이 많다는 사실, 해외 여러 나라의 음악 신이 대부분 한국만큼 다채롭고 풍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지금 힙하고 핫한 소울, 일렉트로닉, 힙합 장르는 아니어도 감탄할 수 밖에 없는 음악들을 라이브로 접하면서 한국의 뮤지션들과 음악 관계자, 음악 팬들도 세계 음악 시장의 거대하고 다채로운 실체에 더 깊숙이 다가설 수 있었다.

올해에도 잔다리 페스타는 10월 4일부터 7일까지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 클럽과 공연장에서 열린다. 올해에는 한국의 록, 일렉트로니카, 힙합 뮤지션 60팀과 미국, 아시아, 유럽의 뮤지션 40팀까지 총 100팀의 라이브 쇼케이스가 펼쳐진다. 갤럭시 익스프레스, 김사월, 김오키, 김해원, 끝없는잔향속에서우리는, 노선택과 소울소스, 다브다, 데드버튼즈, 데카당, 레이브릭스, 바세린, 백현진, 빌리카터, 새소년, 아슬, 에고펑션에러, 우주왕복선싸이드미러, 이디오테잎, 잠비나이, 코가손, 크라잉넛, 키라라, 투명, 팎, 해오, 헬리비젼 등으로 이어지는 한국 뮤지션 라인업은 흥미진진하다.

여기에 매년 탄성을 자아낸 스페셜 스테이지가 있다. 헝가리안 나이트, 프렌치 나이트, 브리티시 나이트에서 선보일 세 나라 뮤지션들의 음악만으로도 잔다리 페스타에 올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미국, 일본, 캐나다, 타이완을 비롯한 다양한 뮤지션들의 국적은 세상 모든 곳에 좋은 음악이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일러준다. 온라인 음악 서비스 차트 순위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음악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즐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세상의 좋은 음악은 차트와 무관하고 인기나 장르와도 무관하다. 음악 팬은 좋은 음악, 몰랐던 음악을 즐길 수 있으며, 뮤지션들은 새로운 활동의 장을 모색할 수 있는 연결망으로 잔다리 페스타는 유효하고 적절하다.

이제 홍대 앞은 옛 추억마저 희미해지고 추억이 쌓이기 어려운 공간이 되어버렸지만 잔다리 페스타는 여전히 홍대의 전통을 현재로 잇고 있다. 홍대 앞이 예전 같지 않다거나 이제 들을 음악이 없다고 푸념하기보다 지금 애쓰는 이들, 지금 좋은 음악 곁으로 한 걸음 더 걸어가자. 곳곳에서 음악이 울려퍼지는 10월, 가고 싶은 곳 많아도 꼭 잔다리 페스타에 와야 할 이유.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
잔다라 페스타(ZANSAR FESTA)ⓒ제공 : 잔다라 페스타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