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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삼성 노조파괴’ 32명 무더기 기소 …‘무노조 경영’ 어두운 이면 들춰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자료사진)
삼성전자서비스센터(자료사진)ⓒ제공 : 뉴시스

검찰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공작 사건에 연루된 삼성 전‧현직 임직원들을 무더기로 기소했다.

이번 검찰 수사는 모두가 알고 있었으나 확인하지 못했던 ‘삼성의 무노조 경영방침’을 밝혔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법원의 잇따른 구속영장 기각으로 해당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는 점에서 완전한 진실 규명으로 나아가는 데에 한계를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공공형사수사부(부장검사 김수현)는 27일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파괴 사건을 수사해, 목장균 전 삼성전자 노무담당 전무 등 4명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해당 사건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강경훈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노무담당 부사장,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 등을 포함한 28명과 2개 법인을 같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삼성 노조 와해 실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최 모 전무와 윤 모 상무,  노무사 등 4인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삼성 노조 와해 실무를 총괄한 의혹을 받는 삼성전자서비스의 최 모 전무와 윤 모 상무, 노무사 등 4인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검찰은 삼성그룹이 창업 초기부터 이어져 내려온 ‘무노조 경영’ 방침 아래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물론 그 협력업체에 대해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으로 노조파괴 공작을 기획‧실행했다고 밝혔다.

삼성의 노조파괴 공작은 일명 ‘그린화 전략’을 만든 본사 미전실 인사지원팀을 컨트롤 타워로 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협력업체에 이르기까지 장기간에 걸쳐 일사분란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서비스는 종합상황실과 신속대응(Quick Response‧QR)팀을 설치해 마치 군사작전을 펼치듯 노조파괴 작전을 진행했다. 또 전 고용노동부 장관 정책보좌관, 경총, 경찰청 정보국 소속 간부 등 외부세력까지 동원해 노조를 전방위적으로 압박한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의 노조 와해 수법은 노조 파괴 전문 노무컨설팅 업체인 ‘창조컨설팅’의 수법보다도 더 교묘하고 은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이 노조를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가히 ‘백화점’식으로 총망라돼 있다”고 비판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노조가 활발한 협력 업체를 ‘기획 폐업’시키고 조합원들의 재취업을 방해하고 ▲조합원들을 차별 대우해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조합 활동을 이유로 임금을 삭감하고 ▲경총과 공동으로 단체교섭을 지연시키거나 불응하고 ▲조합원들의 사생활을 사찰하고 ▲불법파견을 적법한 도급으로 위장하고 ▲경찰, 협력업체, 자살한 조합원의 가족까지 불법 행위에 가담시키는 등 무노조 경영 원칙을 지키기 위해 온갖 방법을 총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그룹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삼성그룹 노조와해 공작에 관여한 의혹을 받고 있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검찰 관계자는 “(삼성 그룹은) 노조 설립을 ‘사고’로 생각한다. 무노조 방침이 신념화돼 있다”며 “(이들은 노사전략 문건에서) 노조설립을 ‘악성 바이러스 침투’로 표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 관리’라는 명목으로 장기간에 걸친 조직적인 노조 와해 공작으로 인해 조합원 2명이 자살에까지 이르렀고, 실업과 낮은 수준의 임금인상 등 조합원들이 입은 정신적·경제적 피해가 막대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이 같은 노조 와해 공작이 시도된 배경으로 “이익 극대화를 위한 불법 파견의 기업운영 실태”를 지목했다. 검찰은 삼성전자서비스와 그 대표이사 등을 불법파견과 관련해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그 동안 노조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강하게 처벌해온 반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서는 법정형이 상대적으로 가볍게 규정”돼 우리 노사 관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된다며, 엄중한 사법판단으로 “불법·폭력·대결 구도가 아닌 합법·타협·양보의 건전한 노사문화가 정착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법원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완전한 진상규명' 한계

검찰이 이번 수사를 통해 규명한 해당 사건의 최종 책임자는 ‘삼성 2인자’ 이상훈 의장이다. 이 의장은 2012년 12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경영지원실장을 지내며 목 전 전무와 함께 2013년 6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노조파괴 공작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의장 외에 그룹 윗선들이 불구속 기소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검찰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개입 여부를 묻는 질문에 “미전실에서 전략을 수립하는데 개입한 사실까지는 확인됐으나, (오너 일가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확보된 증거가 없다”고 답했다.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등에 따라 윗선 수사가 진척되지 못한 한계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해당 인사들에 구속 영장을 재청구하지 않은 이유로 “최근 (사법농단 수사로 갈등을 빚고 있는) 법원과 검찰 관계”를 들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상훈 의장 등)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여러 서면이나 증거가 확보됐음에도 불구하고 진술로 뒷받침 안 된다는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영장을) 재청구한다고 발부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다. 최근 (사법농단 사건 관련 압수수색·구속영장을 둘러싼) 법원과 검찰의 관계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에버랜드 등 삼성의 다른 계열사의 노조파괴 공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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