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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북미협상, ‘기울어진 운동장에 골대까지 옮기는 미국’... 과거와 판박이?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료 사진)
역사적 첫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6월 12일 오전 회담장인 카펠라 호텔에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고 있다. (자료 사진)ⓒ뉴시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미국이 다시 골대까지 옮기려고 하는데 북미협상이 잘 진행될 리가 있겠는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진보 성향인 워싱턴의 한 외교전문가가 기자에게 내놓은 말이다. 거대한 강대국인 미국과 약소국 중 하나인 북한의 게임(협상)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그나마 북한의 핵무력 완성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작은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미국이 다시 골대를 옮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는 북미관계의 정상화를 포함한 많은 내용들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실행이 합의됐다. 평가는 유보하더라도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를 비롯한 많은 ‘선제적인’ 조치를 취한 것도 사실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한미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 조치를 취한 것이 유일한 ‘상응’ 조치였다. 지금 논란이 되는 ‘종전선언’은 고사하고 단 한 가지도 추가 조치를 취한 것이 없다. 오히려 남북관계 개선은 지지한다고 밝히면서도, 유엔사가 남북철도 조사마저 불허해 미국의 ‘진심’에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이 과정에서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줄곧 ‘교착상태’를 보이던 북미협상이 문재인 대통령의 북미 간의 중재로 다시 시작되기는 했으나, 그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문제는 바로 미국이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의 또 다른 한 외교전문가는 이에 관해 “싱가포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을 약속했지만, 미국이 말을 바꿨다는 것이 정설이다”고 단언했다. 실제로 얼마 전 미국 언론 매체의 이러한 보도에 관해 미 국무부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NCND)’ 방식으로 대응했다. 외교가에서 인정할 때 쓰는 방식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렇게 북미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에 관해 바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 외 세력들의 싸움으로 보는 기류가 강하다. “사랑에 빠졌다”고 할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가고 있지만, 대북 강경 참모들과 그들의 배경이 되는 ‘극매파(네오콘)’ 세력은 북미 간 합의를 전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북미협상이 그나마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이른바 ‘탑-다운(Top-Down)’ 방식이라 이만큼이라도 나갈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미국 측에서 벌써 사달을 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늘 한반도 갈등의 ‘현상 유지’만을 원하는 네오콘 세력들이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 네오콘 세력들이 과거에도 1992년부터 북미협상을 흔들어 판을 깨 이른바 ‘1차 북핵위기’를 만들었고, 이후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며 2002년에는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의혹을 제기해 다시 ‘2차 북핵위기’를 고조시켰다는 주장이다. 북한도 자신들이 만든 핵이 이른바 ‘부시핵’이라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후에도 이들 네오콘 세력들은 2005년 6자회담 대표들이 9·19 공동성명을 도출하자, 바로 다음 날 또 다른 의혹을 제기하며 마카오 방코델타은행의 북한 계좌를 동결해 판을 깼다. 그리고 2007년 10·3 공동합의에도 다시 검정의정서를 불쑥 내밀어 북미협상을 한 발짝도 못 움직이게 만든 장본인들이라는 것이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미국’... ‘빈 실무회담’도 비관적

따라서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탑-다운’ 방식의 북미협상 진행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과거와 똑같은 ‘판박이’가 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종전선언’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으면서, ‘선 비핵화’를 전제로 요구만 늘어놓다가 결국 북미 간에 신뢰가 재차 단절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이다.

즉, 북한이 풍계리를 폭파하면, 미사일 실험장을 폭파하라고 할 것이며, 그도 폭파하면, 영변 핵시설 전부를 폭파하라고 할 것이며, 이도 이행하면 이번에는 나머지 핵시설과 핵무기, 핵물질 전부를 신고·폐기하라고 할 것이며, 이도 폐기하면 이번에는 또 다른 곳에 숨겨놨다고 의혹을 제기하면서 결국, 미국은 아무것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관해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 주변의 견제나 저항세력들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것 같다”면서 “북미가 문제 해결에 접근할수록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건드리는 측면이 있으니, 북미협상을 좌초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이어 “현재는 북미관계가 낙관도 비관도 하기가 힘든 상황”이라면서 “현재의 교착상태를 타개하려면 북미 모두 더욱더 과감하고도 본질적인 조치들을 내놓아 빠른 시일 안에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만큼 교착상태가 지속하면 또 과거 상태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 정부 관계자는 2일, ‘빈에서 북미 실무회담이 열리느냐’는 질의에 “(북미 간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곤혹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최근 뉴욕에서 남북외교장관 회담이 불발된 것 등과 관련해 ‘추가 진전 사항이 있느냐’는 물음에도 “상황이 변화된 것이 없다”면서 말을 아꼈다.

김원식 전문기자

국제전문 기자입니다. 외교, 안보, 통일 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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