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헌재가 ‘위헌’이랬는데 실형 선고해 달라고? 검찰의 이상한 구형
2013년 12월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진입한 경찰들
2013년 12월 철도노조 지도부 체포를 위해 민주노총 사무실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진입한 경찰들ⓒ사진공동취재단

2013년 철도노조 파업에서 지도부를 체포하려는 경찰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오병윤 전 통합진보당 원내대표에게 검찰이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미 법원과 헌법재판소를 통해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성과 경찰의 무리한 지도부 체포 과정이 인정된 상황에서 검찰의 구형이 무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부장 변성환) 심리로 2일 진행된 오 전 원내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오 전 원내대표는 2013년 12월 민주노총 본부가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로 진입하는 경찰을 막은 혐의(공무집행방해죄)로 2014년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경찰은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지도부 13명을 체포하기 위해 해당 건물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오 전 원내대표가 노조원들에게 막대기로 출입문을 잠그라고 지시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의 이번 구형은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앞선 판단과 배치된다.

서울서부지법은 지난 2014년 12월 1년여 전 철도노조 지도부가 벌인 파업이 업무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철도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것이다.

특히 헌법재판소는 지난 4월 전원일치 의견으로 형사소송법 조항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형사소송법 216조 1항은 체포·구속영장을 집행할 때 수색 영장 없이 제3자의 주거지 등을 수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헌재는 “피의자가 해당 장소에 있을 개연성이 인정되고, 수색 영장을 발부받기 어려운 긴급한 사정이 있을 때”만 헌법 16조가 정한 영장주의의 예외가 인정될 수 있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지도부 체포 영장 집행을 위해 압수 수색 영장 없이 경향신문사 건물에 강제 진입해 수색한 경찰의 행위 역시 정당성을 잃게 됐다.

오 전 원내대표와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정훈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 같은 헌재의 결정을 근거로 지난 8월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헌법의 영장주의 원칙과 관련 형사소송법 규정의 해석, 헌재의 결정 취지를 종합하면 이 사건 당시 경찰이 수색영장을 별도로 받지 않은 채 체포영장으로 건조물을 수색하려 한 행위는 적법한 공무집행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흐름들에 비춰봤을 때 검찰이 이번 결심공판에서 유죄를 전제로 오 전 원내대표의 실형을 구형한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오 전 원내대표 측을 대리한 김진형 변호사(법무법인 양재)는 “어느 정황을 봐도 검찰 스스로 공소를 취소해야 하는데 기계적으로 징역형을 구형했다”며 “검찰 스스로 정치 검찰이고, 사법개혁의 대상이라는 점을 증명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 “오 전 원내대표는 당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현직 국회의원이었다”며 “(오 전 원내대표는) 현직 국회의원으로서 경찰의 무리한 압수 수색에 저항하는 노동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을 방지하려고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항소해 대법원 심리 중인 김 전 전교조 위원장의 선고 결과를 본 후 1심 선고를 하기로 했다.

강석영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