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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제주 국제 관함식이라는 ‘군사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제주에서 긴박한 군사 작전이 펼쳐지고 있다. 작전명은 ‘제주 국제 관함식’. 국가 원수가 해군 함대를 사열하는 의식을 위주로, 우리나라의 국방력을 해외에 알리고 참가국들과 우호적 군사 관계를 맺는 군사 이벤트다. 최근 국제 관함식을 둘러싸고 욱일기 논란이 뜨거웠지만, 정작 이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어떻게, 제주에서 개최되는지 중앙언론은 다루지 않았다. 제주 국제 관함식이 군사 작전인 이유, 욱일기 뒤에 감춰진 진짜 문제를 들추려 한다.

왜 제주인가? 제주를 ‘새로운 군사전초기지’로 도장 찍으려는가?

육지에서는 DMZ 지뢰 제거 계획까지 전국적 관심사가 되고 있는 평화의 시대가 왔다는데, 제주도민으로서는 마음이 마냥 편치는 않다. 한반도 평화는 남북 관계뿐 아니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과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갈등 해결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이지 않은가. 남북 관계가 진전된다는 것이 바다로부터 시작되는 긴장 해소와 같은 말은 아니다. 전통적 DMZ가 해체되는 대신, 제주는 오히려 동북아시아, 특히 중국 등의 열강에 해상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새로운 군사전초기지가 될 우려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 국제 관함식은 전 세계적으로 강정 해군기지를 홍보하고 국제적 군사 거점으로 인준 받는 계기가 될 것이다. 1998년부터 10년에 한 번씩 총 두 차례 부산항을 중심으로 개최됐던 국제 관함식이라는 작전은, 이제 제주로 그 전선을 옮겼다. 지난 달 해군은 제주 국제 관함식에 14개국 20여척의 외국 군함과 45개국 대표단이 참가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 군함까지 총 50여척의 해상 사열과 군사 교류를 위한 국제회의들을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도민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10만2000t급)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아래는 우리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
미국 해군의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10만2000t급)가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해 있다. 아래는 우리 해군의 첫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7600t급).ⓒ자료사진

욱일기만 없으면 괜찮을까? ‘핵’은 괜찮나?

앞서 말했듯 국제 관함식이 대체 무엇인지 국민들이 알아채기도 전에, 욱일기 논란이 전국을 뒤 덮었다. 제주는 일제 강점기 말 일본군이 미군에 마지막으로 대항할 결전지로 기획되며 ‘결7호’ 작전을 수행하던 곳이다. 4·3의 초토화 작전 전에 결7호 작전이 있었다. 수많은 제주도민들이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었다. 당연히 욱일기를 용납할 수 없다. 하지만 욱일기만 없으면 괜찮은가? 우리가 진정으로 두려워하고, 꺼내야 할 진짜 문제는 핵이다. 제주에 핵이 온다. 핵 항공모함인 로널드 레이건 호다.

한 매체에 따르면, 레이건 항모는 길이 332.8mㆍ폭 76.8mㆍ높이 63m 규모로 비행갑판의 면적이 축구장의 3배 크기인 1800㎡에 달한다고 한다. 미 해군 전투기 FA-18(수퍼호넷), 전자전기(EA-6B), 공중조기경보기(E-2C), 헬기 등 80여 대의 항공기를 탑재하고 있다. 승조원은 5,500여명이다. 갑판에는 원자로의 고압증기를 통해 전투기의 이륙을 돕는 ‘캐터펄트(catapult)’를 4개 갖추고 있다. 2기의 원자로를 갖추고 있어 한번 연료를 공급하면 20년 동안 재공급 없이 운항한다. 원자로 2기. 신고리 5, 6호기 공론화 작업을 그렇게 벌였으면서, 육상 원자로보다 안전장치를 축소시켜 배에 탑재시킨 이 항공모함에 대해서는 제주도민들에게 어떠한 공론화도, 동의도 없이 기항시키는 것이다.

게다가 레이건 항모는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당시 복구 작업 작전으로 함정 자체가 피폭된 바 있다. 미군 기관지인 성조(Stars and Stripes)지는 당시 레이건호 승조원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암과 과도한 출혈, 갑상선 질병, 근력 및 시력 저하, 편두통 등을 호소한다고 밝혔고, 실제 승조원 50명이 일본 도쿄전력을 상대로 소송을 걸 정도였다. 지금까지도 항모 시스템 내 위험은 없는지, 피폭 위협이 해소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제주 국제 관함식이 이벤트성으로 끝난다고 하더라도, 국방부는 향후 지속적인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의 핵무기 기항을 위해 기지 준설을 시도하고 있다. 제주도민 그 누구도 동의하지 않았고, 제주도정은 실제적 위협에 대처할 능력도 없는데도 말이다. 전조는 2017년 11월이었다. 전쟁에 참여해 민간인을 살상한 경험이 있는 미 해군의 핵잠수함이 기항했다. 핵발전소로부터 일부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지만, 실질적 ‘핵’이 들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국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뤄졌고, 제주에서도 큰 사건이었다. 잠수함으로부터 배출된 투명 액체를 싣고 기지를 빠져나가는 트럭을 강정 지킴이들이 멈추게 하고, 관공서들을 통해 핵물질 의심 신고를 했지만, 제주도에는 핵물질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가 없었다. 6.13 지방선거 당시에도 일본 고베시처럼 핵추진 군함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탈핵 조례를 제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주요 후보들은 국가 안보 사안에 대해 지사의 권한이 없다고 일축했다. 분명 대한민국 영토이고 제주 땅인데 외국 핵무기 기항 여부도, 핵폐기물 대응도, 제주에서는 할 수 있는 아무것도 없다. 제주 바당(바다를 뜻하는 제주어)은 한반도 비핵화 논의에서 배제된 채 군사적 긴장만이 고조되고 있다.

절차는 어떠했나? 국민을 상대로 군사 작전을 펼친 것이 아닌가?

손자병법에 성동격서(聲東擊西)라는 용병술이 있다. 상대를 안심시킨 후 뒤통수를 치는 방식의 하나다. 제주 국제 관함식이라는 작전을 강행하기 위해 성동격서격의 전술이 난무했다. 올 해 3월, 해군이 강정마을을 찾아 “마을이 원치 않으면 기존대로 부산에서 관함식을 열겠다.”며 설명회를 가졌고, 강정마을은 임시총회에서 ‘공동체 회복’을 위해 관함식을 거부했다. 한 공간을 공유한 마을 사람들끼리 자연적으로 갈등 치유가 되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통보 이후부터 용병술이 시작됐다.

2018년 4월 2일 강정마을회에서 해군에게 발송한 임시총회 결정 사항 통보 공문. 국제관학식 반대 입장이 명기돼 있다.
2018년 4월 2일 강정마을회에서 해군에게 발송한 임시총회 결정 사항 통보 공문. 국제관학식 반대 입장이 명기돼 있다.ⓒ필자 제공

해군은 총회 결정을 통보 받은 이후 강정 출신 장교를 통해 마을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회유하고 다녔고, 제주 국제 관함식 대행 용역 입찰이 강행했다. 7월 한 달 간, 청와대는 총력전을 펼쳤다. 이용선 시민사회수석을 비롯해 비서관들이 제주를 수시로 방문했다. 수석들과 비서관들은 방문 때마다 제주도지사와 면담을 가졌다. 도의회 의장을 만나 11대 제주도의회 의원 43명이 전원 서명한 ‘국제 관함식 반대 결의안’의 본회의 상정도 막았다. 마을사람들이 관함식을 잘 모르는 것 같으니 설명할 기회를 달라며, 마을회장으로 하여금 토론회 주최를 종용했다. 청와대 인사가 지켜보는 앞에서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유력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대표들을 만나 회유를 시도했다. 마을 임시총회가 다시 열리기 직전, 청와대에서 제주 청년 일자리 1만개 정책을 적극 지원하기로 약속했다는 제주도정 발 보도가 쏟아졌다. 6.13 지방선거 당시 원희룡 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다. 다시 임시총회와 마을 투표가 진행됐다. 청와대의 작전은 성공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지역 국회의원들은 이 난리통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다.

제주를 새로운 군사전초기지로 선보이는 국제 관함식에 대해, 애초에 제주도민이 아닌 강정마을만의 일로 사안을 축소시킨 것도 커다란 문제지만, 청와대의 간교한 작전은 마을총회의 일사부재를 뒤집고 다시 마을을 산산조각 내는 처참한 결과를 낳았다. 마을의 한 어르신은 사태 이후 “(갈등의 자연적 해소가)10년이면 됐을 건데 100년 지나도 안 풀리게 됨쪄”라고 말했다.

한반도 아픔을 상징하는 평화의 섬 제주, 이것이 분권인가?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이 들어오는 올 해는 4·3 70주년이다. 미군정에 의해 ‘Red Island(빨갱이 섬)’이라고 명명당하고, 해안가를 제외한 모든 곳의 민간인을 학살한다는 ‘초토화 작전’으로 최소 1만 5천명이 학살당한 4·3 70주년이다. 이 아픔을 치유하고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거듭나려는 노력으로 제주는 ‘평화의 섬’이라는 명칭을 갖는다.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해 보장된 세계평화의 섬이라는 비전은 강정 해군기지 건설 논란 당시부터 국제 관함식이 강행되는 지금까지 정체성 논란에 휩싸여 있다. 혹자는 자아분열적 상황에 놓여있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과 군사기지 개발로 인한 쓰레기섬, 똥물섬으로 전락하고 있으면서도 청정 세계자연유산을 내세우는 제주. 중국 자본 투자와 중국 관광객 유치에 의존해 개방형 도시로 나아가면서도 대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기지를 가지고 있는 ‘평화의 섬’이다. 강정 해군기지는 절대보전지역이던 연안 생태계와 바다 어장을 망쳐놓으며 들어섰지만, 제주도지사는 그 기지에 머무는 군함식 참가 외군들에게 유네스코 3관왕 제주를 홍보한다며 전 공영 관광지 무료 혜택을 준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직후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시를 지방 분권 모델로 꼽으며 주민 자기결정권을 강조했지만, 국제 관함식 국면에서 청와대와 부화뇌동한 지역정치가 선언한 것은 관광지 무료 혜택뿐이었다. 제주도, 분권 로드맵도 자아분열 중이다.

제주국제공항 앞 제주 관함식 반대 시민 피케팅
제주국제공항 앞 제주 관함식 반대 시민 피케팅ⓒ최성희

문재인 정부, 평화가 무엇이냐?

‘추석이란 무엇인가’ 질문 전에, 길 위의 신부 문정현이 묻는 ‘평화가 무엇이냐’(문정현 작사, 조약골 작곡/노래)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평화라는 언어를 외교의 줄다리기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제주에서는 작전에 사용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평화를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고,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제주의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답해야 한다. 정치 외교적 수단을 통해 평화의 섬 제주를 세계적 평화 논의의 거점으로 삼을 것인가? 수만명을 대량 살상할 수 있는 핵무기를 기항시키며, 그리하여 중국과 동아시아 긴장을 제주 앞바다에 응축시키며 전쟁의 씨앗을 심을 것인가?

지난 3월, 핵잠수함 기항에 문제의식을 가진 시민들이 모여 ‘핵 잠수함 들어온 제주,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 날 이삼성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는 “동중국해 평화와 무역로 안전은 군사적 임무가 아닌 정치외교적 과제”라며 “제주도 세계평화의 섬 취지를 제대로 살려 극대화 시킬 때 비로소 평화를 이뤄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국가가 정치외교 대신 군사적 적대를 선택한다면, 제주라도 공공외교법을 통해 독자적인 동아시아 평화 외교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원희룡 도지사 또한 제주의 평화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화단이 설치된 집회 장소에서 인간띠잇기 중인 제주 관함식 반대 주민
화단이 설치된 집회 장소에서 인간띠잇기 중인 제주 관함식 반대 주민ⓒ제주녹색당

평화는, 생명을 파괴한 곳에 군함을 타고 오지 않는다

위정자들이 도민의 뒤통수를 치는 작전은 이 군사 이벤트를 앞둔 일주일 전부터 더욱 노골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관함식 반대 집회신고를 한 곳에 대형 화단이 섰다. 지역 내에서 논란이 일자 철거됐다가, 이윽고 다시 설치됐으며, 또 다시 철거됐다. 대통령이 해상 사열을 하는 날은 11일인데, 그 때까지 강정 반대 주민들은 집회신고 장소 사수에 진을 뺄 것으로 보인다. 하루하루 해군과 용역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민간인을 대상으로 펼치고 있는 이 소규모 작전명은 또 무엇일지 궁금하다.

‘친구는 군함을 타고 오지 않는다’는 구호가 곳곳에 걸려있는 강정마을. 그 앞바다에는 미리 준비된 수많은 군함들이 도열하고, 강정 해군기지에 속속 기항 중이다. 나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주도한다는, 평화 외교에 탁월하다는 대통령이 궁금하다. 분권 정부가 궁금하다. 제주는 누구의 땅인가? 제주의 평화는 어떤 평화인가? 제주 국제 관함식의 캐치프레이즈는 ‘제주의 바다, 세계 평화를 품다’다. 틀렸다. 평화는 연산호와 구럼비를 깨부순 곳에, 제주도민과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내쫓은 곳에 오지 않는다. 평화는 군함을 타고 오지 않는다.

10월 6일, 텅텅 빈 강정 해군기지. 10월 초부터 미리 정박해있던 우리나라 군함들이 태풍 ‘콩레이’ 때문에 주변 민간 항구로 피항해 강정 해군기지가 비어있다. 강정 해군기지는 태풍에 취약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지만, 해군은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이다.
10월 6일, 텅텅 빈 강정 해군기지. 10월 초부터 미리 정박해있던 우리나라 군함들이 태풍 ‘콩레이’ 때문에 주변 민간 항구로 피항해 강정 해군기지가 비어있다. 강정 해군기지는 태풍에 취약한 지리적 특성을 갖고 있지만, 해군은 관련 질문에 묵묵부답이다.ⓒ엄문희

고은영 제주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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