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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남북정상도 ‘이웃’처럼 만나는 시대, 65년 ‘이산’의 한은 언제쯤
지난 8월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를 만나 기쁨에 울먹이고 있다.
지난 8월 20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행사에서 남측 이금섬(92) 할머니가 아들 리상철(71) 씨를 만나 기쁨에 울먹이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남북 정상은 올해에만 세 번을 만났다. 그 모습을 TV나 신문을 통해 남다른 심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남북의 길이 끊겨 혈육과 생이별하고 생사도 모른 채 애만 태워온 5만 6천여 명의 이산가족들이다. 이들은 자그마치 65년이 넘는 세월을 기다려왔다.

지난 8월 20일 금강산에서 21차 이산가족 상봉이 2년 10개월 만에 이뤄졌다. 1회차 남측 가족 89명, 2회차 북측 가족 83명이 이산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허락된 시간은 예외 없이 12시간. 대부분의 이산가족이 고령인 탓에, 생전 언제 또 볼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 채 이들은 다시 이별해야만 했다. 이번 상봉의 경쟁률도 '569대 1'에 달했다.

1985년 남북 이산가족 고향방문단 교환 이후 이산가족 상봉 행사는 21번 열렸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의원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2천731명 중 현재까지 상봉자는 총 2천746명(2.06%)에 불과하다.

생존 이산가족은 통일부 통계상(8월 기준) 5만6천707명이다. 이 중 90대 이상이 1만2천61명(21.3%)이다. 꿈에 그리던 혈육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이산가족의 규모는 최근 4년간 매년 3천500여 명에 달한다.

시간이 없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 이후 계기 때마다 '시간이 없다'는 얘기는 항상 나왔지만, 이제는 '정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이산가족 상봉장의 풍경이 그 이유를 보여준다. 상봉장에서는 상대와 혈육의 관계임을 증명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나 많이 눈에 띄었다. 생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3촌 이상의 친인척 상봉이 많아졌다. 부모·자식 또는 형제·자매와 재회하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만큼 고령으로 사망한 이산가족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상봉에서는 1회차 7가족, 2회차 1가족만 직계간 만남이었다.

지난 8월 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2회차 행사에서 남측 최고령자인 강정옥(100) 할머니와 북측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만나 포옹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단체상봉 2회차 행사에서 남측 최고령자인 강정옥(100) 할머니와 북측 동생 강정화(85) 할머니가 만나 포옹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더 늦기 전에 이산가족 상봉의 규모 및 횟수를 늘려야 한다. 지금처럼 매번 최대 100여 명 규모의 상봉행사를 연다면 앞으로 부지런히 해도 500번 넘게 행사를 열어야 한다. 그나마도 현재의 이산가족 생존자 숫자가 유지된다는 전제에서 성립하는 계산이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금강산 지역에 이산가족 상설면회소를 빠른 시일 내 개소하기로 했으며 이를 위해 면회소 시설을 조속히 복구하기로" 합의했다. 사실상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또는 상시화를 약속한 것이다. 여기에 서신교환, 화상상봉 등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수순이다.

아울러 올해 통일부가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규모를 확대 편성하면서 이산가족 대면상봉을 비롯해 고향방문 추진까지 상정한 것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부분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고향방문'과 관련해 "80년대에는 서울과 평양을 왕래한 방문이었지만, 지금의 방문은 아예 고향으로 가는 것을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처럼 이산가족이 직·간접적으로 만남의 규모와 횟수를 확대해나갈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우선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보인다. 현재 상봉장소로 주로 이용되는 금강산면회소는 지난 2008년 남측이 550억원을 들여 최대 1천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 건물이다. 하지만 현지 조건의 한계로 인해 그 이상의 규모로 행사를 치르는 데 대해서는 북측이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와중에 평양의 냉면전문점인 옥류관 남한 1호점을 유치하겠다는 경기도의 구상이 눈길을 끈다. 최근 10.4선언 11주년 민족공동행사 참석차 평양에 다녀온 이화영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7일 이같은 구상을 밝히며, 옥류관 분점 내 이산가족 상봉 공간을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참신한 아이디어다. 통일부 역시 "관련법에 따라 지자체의 대북협의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처럼 분단 이래 가장 가장 전방위적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평화국면이 조성되고, 중앙-지방정부간 협조체제가 원만히 이뤄지고 있는 현 시점이 이산가족 상봉 전면 확대 및 상시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남북 정상이 합의한 10.4정상선언에 이미 이산가족 상봉 상시화 및 영상편지 교환 등 전면적인 인도적 교류사업 확대의 내용이 담겨있었음에도, 남한에 정권교체가 일어나면서 무위에 그쳤던 일에 비춰보면 더욱 그렇다.

지난 8월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중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두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중 마지막 일정 작별상봉을 마친 두 남측 이산가족들이 버스에 탑승한 북측 가족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가 지난 6월 11일부터 두 달간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중 3만4천11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1.9%인 3만1천367명이 북측 가족의 생사확인을 원한다고 답했다. 고향방문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2만5천558명(74.9%), 영상편지 제작을 원한다는 응답 역시 기존 촬영자(1만9천540명)을 제외한 2만2천928명 중 8천692명이었다.

아직 22차 상봉행사 일정도 잡히지 않은 지금, 최소한 생사 여부만이라도 알고 싶어하는 이산가족들의 심정을 어찌 말로 다할 수 있을까. 김정은 위원장이 보내온 칠보산 송이버섯을 받아들고 오열하는 그들의 모습을 세상 어느 나라에서 또 볼 수 있을까. 어느 노래 가사처럼 '소련도 가고 달나라도 가고 못 가는 곳 없는' 시대에 이런 비극이 또 있을까.

이산가족 상봉은 그동안 남북 협상 과정에서 과정에서 '인도적사업'으로 분류됐지만, 동시에 서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 지렛대로 활용돼온 측면이 강하다. 하지만 이제 남북 모두 그런 구시대적 허물은 벗어낸 단계에 진입해있다. 더 늦기 전에 상시적이고 전면적인 이산가족 상봉이 이뤄지길 바란다.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에 송이버섯 2톤(t)을 선물로 보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보냈다.
9월 평양남북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측에 송이버섯 2톤(t)을 선물로 보내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미상봉 이산가족들에게 추석 선물로 보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

신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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