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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검찰, ‘김기춘 석방반대 시위’ 참가자들에 뜬금없는 구속영장 청구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김슬찬 인턴기자

‘블랙리스트’ 혐의 구속 기간 만료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될 당시 김 전 실장 석방 반대 시위를 한 이들이 구속 위기에 처했다.

9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8일 오후 기아자동차 해고 노동자 한모씨와 시민단체 회원인 이모씨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주최자·참가자 준수사항 위반)·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재물손괴) 혐의 등을 적용했다.

한씨 등은 김 전 실장 석방 시간에 맞춰 지난 8월 5일 밤 11시부터 서울 동부구치소 정문 앞에서 ‘국정농단 범죄자 김기춘 석방 규탄 대회’를 진행했다.

검찰은 이 씨와 한 씨가 이 과정에서 김 전 실장이 탑승한 차량 앞 유리 등을 파손하고 주변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해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지난 8월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자 석방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차량이 파손되어 있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석방돼 지난 8월 6일 새벽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를 나서자 석방을 반대하는 시민들에 의해 차량이 파손되어 있다.ⓒ뉴시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는 사건의 규모에 비해 지나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위 도중 불가피하게 발생한 경찰과의 충돌 과정에서 발생한 재산 피해가 450여만원 수준이었고, 피해를 입은 경찰관들의 부상 정도도 대부분 전치 2주 미만으로 경미했다.

사안이 경미하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구속을 필요로 하는 다른 요인이 충족되는지도 의문이다. 한씨의 경우 이미 지난 8월 정상적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주거도 일정하다.

검찰은 구속 영장 청구 이유로 △범죄혐의 상당성 △증거인멸 염려 △도주 우려 등을 들었다. 채증 자료·경찰관 진술·피해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통해 두 사람의 범죄 혐의가 상당한데, 피의자들은 변명만을 늘어놓고 반성의 기미가 없다는 이유도 들었다.

또한 한 씨가 2015년 국민인권위원회 건물 옥상 광고탑에 올라 ‘기아차 하청 근로자 정규직 전환’ 고공농성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을 받는 상황을 언급하며, 이번 사건을 통해 높은 처벌을 받을 것이 예상돼 도망갈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한씨 측은 시위 당시 벌어진 일에 대한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했다.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구속은 수사의 한 방법이다. 더 수사할 것이 있을 때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며 “그런데 조사 끝난 지 한 달 반이 넘은 지금에 와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하 변호사는 특히 구속 사유 중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 부분을 지적했다. 그는 “경찰이 채증 자료 보고 피의자를 특정해서 출석을 요구했다”며 “이는 (경찰 측에) 증거가 다 있다는 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자진 출석해서 다 진술했는데 왜 도주를 우려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편 검찰은 이들 외에 또 다른 시위 참가자 9명에 대해서도 불구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씨와 이씨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오는 10일 서울동부지법에서 진행된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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