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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셀프 면죄부’에 분노해 거리로 나선 문화예술인들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관여자 징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음악인 1인시위에 참여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오른쪽은 연극인인 이양구 연출가(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위원)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관여자 징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음악인 1인시위에 참여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오른쪽은 연극인인 이양구 연출가(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위원)ⓒ민중의소리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블랙리스트 관여자들의 징계를 둘러싸고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실질적인 징계는 이뤄지지 않은 채 주의 조치만 이뤄진 것을 비판하며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문화예술인들은 1인 시위를 벌이는 등 항의에 나서고 있다. 연극인들이 나서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1인 시위를 20여일 넘게 이어오고 있고, 음악인들도 광화문광장에서 10일부터 릴레이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예술을 망가뜨리고 적폐를 묵인하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음악인들은 분노합니다”라는 피켓을 들고 음악인 1인시위의 첫 시위자로 나선 박준석 성악가(펠리체싱어즈 대표)는 “도종환 장관은 지금이라도 징계 0명을 철회하고, 블랙리스트 관여자를 징계하라”고 촉구했다. 김주현 지휘자(전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도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문체부의 이런 태도는 음악가 뿐만 아니라 누가 봐도 옳지 않다고 느낄 것”이라며 “용기를 내서 나왔다”고 말했다.

이들을 비롯한 문화예술인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이유는 블랙리스트 관여자들의 징계와 관련한 문체부의 미온적인 태도 때문이다. 지난 13일 문체부는 수사 의뢰 7명·징계 0명·주의 12명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민관합동으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의 수사 의뢰 26명과 징계대상자 104명 등 총 130명을 명시한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다. 이런 반발을 의식해 문체부는 지난 1일 해명자료를 통해 주의 조치도 징계에 해당한다고 밝혔지만 문화예술계는 국가공무원법 79조가 규정하는 징계는 ‘파면, 해임, 강등, 정직, 감봉, 견책’ 밖에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음악인 1인시위에 나선 박준석 성악가(펠리체싱어즈 대표), 오른쪽은 김주현 지휘자(전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
사진 왼쪽은 음악인 1인시위에 나선 박준석 성악가(펠리체싱어즈 대표), 오른쪽은 김주현 지휘자(전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민중의소리

음악인들과 함께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1인 시위에 나선 연극인인 이양구 연출가(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 조사위원)는 이런 문체부의 태도에 대해 “약속과 다르다. 엄정하게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조사를 하고, 문제를 해결한다던 약속을 뒤집었다”면서 “발표를 한 지 한 달이 지났다. 도종환 장관은 뭐하나. 나와서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무책임하다”고 꼬집었다. 이 연출가는 이어 “문체부가 블랙리스트와 관련한 징계를 이행함으로써 블랙리스트 관련 피해를 회복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음악인 1인시위를 준비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게 된 계기 가운데 블랙리스트 문제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치적 의견을 밝힌 문화예술인들의 명단을 정리해 이들에게 불이익을 준 것에 대해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촛불을 들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진상규명, 공무원 등 관련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기를 바랐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적 활동을 한 장관이, 본인도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분이 장관이 되셨음에도 관련자들이 지은 죄 만큼 처벌을 받지 않고, 현직에서 일하게 해선 안 된다. 이런 부분을 처벌하지 않으면 블랙리스트와 같은 범죄가 되풀이 될 것이다. 공무원들에게 정권이 바뀌어 부당한 지시가 내려져도 그에 따르면 그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한다. 정의와 민주주의의 양심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정권을 따르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잘못된 선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며 “이를 위래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어렵지 않은 행동인 1인 시위부터 시작한 것이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문화예술인들이 연대해 문화제와 집회 등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음악인 1인시위에 나선 뮤지션 황경하
음악인 1인시위에 나선 뮤지션 황경하ⓒ서정민갑 제공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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