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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노래만큼 좋은 세상으로 걷고 싶은 음악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관여자 징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음악인 1인시위에 참여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오른쪽은 연극인인 이양구 연출가(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위원)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관여자 징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비판하는 문화예술인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사진 왼쪽은 음악인 1인시위에 참여한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오른쪽은 연극인인 이양구 연출가(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조사위원)ⓒ민중의소리

2018년 10월 10일 수요일 서울특별시 광화문광장의 바람은 차가웠다. 전날 비가 내리더니 기온이 떨어졌다. 하지만 음악인 박준석(펠리체싱어즈 대표)과 김주현(지휘자, 전 국립오페라단 음악감독), 황경하(뮤지션)는 꿋꿋이 1인 시위 피켓을 들었다. 블랙리스트 때문이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블랙리스트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집권하는 동안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문화예술인들을 탄압하고 불이익을 주었다. 문화예술인들의 말과 행동이 큰 영향을 미치는데다, 정치적 의견을 공공연하게 밝히는 문화예술인들이 늘어나 정권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들은 한국의 민주주의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모습을 긍정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에게 얼마나 유리한지 불리한지만 따졌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정부에 비판적이거나 야당을 지지하는 문화예술인들의 명단을 정리해 관리하기 시작했다. 통제는 집요했고, 압력은 강력했다. 블랙리스트는 즉시 살생부가 되었다. 살생부를 받은 이들은 압력을 행사해 명단에 적힌 이들이 참여하던 프로그램에서 내쫓았다. 새로운 프로그램에 참여할 기회도 막아버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비롯한 각종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에서도 철저히 배제했다. 당시 정부와 다른 의견을 표현한 이들은 설 자리, 살 자리를 잃었다.

사회적 영향력이 큰 만큼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억압과 불이익은 분명한 반면교사였다. 같은 편이 되지 않으면 힘들 거라는 경고, 할 말을 다하면 먹고 살기 어려울 거라는 경고였다. 독재정권 시절처럼 입 닥치고 조용히 살라는 윽박이었다. 창작의 자유나 표현의 자유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선언이었다. 민주주의와 예술의 자유보다 정권이 더 중요하다는 서슬 퍼런 선포였다. 문화예술인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느낀 심증은 결국 사실이었다. 블랙리스트는 분명히 존재했다.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 블랙리스트
문체부의 참담한 수준의 ‘진실규명과 책임’

민주공화국에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 벌어졌다. 블랙리스트는 민주공화국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였다.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블랙리스트의 존재와 탄압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민주주의를 우습게 아는지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그래서 2016년 곳곳에서 촛불이 피어올랐을 때, 블랙리스트 문제를 이야기 하지 않는 이들이 없었다. 문화예술인들 역시 분노하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다행히 촛불의 힘으로 대통령이 되었다 하는 문재인 정부는 블랙리스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된 도종환 시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화예술계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 위원회를 꾸려 진실을 파헤쳤다. 장관부터 블랙리스트 문제의 당사자이며, 국회의원 시절 이 문제를 밝힌 주역이었기 때문에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난 9월 1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문체부 블랙리스트 책임규명 권고 이행계획>은 처참했다. 징계 0명, 주의 12명뿐인 처벌 계획에서 블랙리스트 국가 범죄의 주관 부처가 감당해야 할 자기 반성과 참회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밝히고 인정하고 책임져야 했다.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 블랙리스트 문제를 수행하고 집행한 이들에 대한 처벌은 진상규명과 함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처벌 계획은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이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발표한 ‘블랙리스트 방지를 위한 진상조사 책임규명 권고안’의 수사 의뢰 26명, 징계대상자 104명 요청과 문화체육관광부의 계획 사이의 거리는 서울과 평양보다 멀었다. 문재인 정부와 새로운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행위였고, 그동안 정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했던 약속을 내버리는 행위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하고 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인사말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블랙리스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써온 문화예술인들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비판하며 다시 거리로 나섰다. 9월 중순부터 서울 문화체육관광부 사무소, 역, 버스터미널 등지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미술, 연극, 춤 장르의 예술가들은 추석 연휴에도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럼에도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침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변명뿐이었다.

결국 음악인들도 피켓을 들 수밖에 없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이들이 상대적으로 적었지만 블랙리스트 문제를 속시원하게 해결하기를 바랐던 음악인들의 열망도 채워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2016년 11월 8일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는 음악인 시국선언을 발표했던 서울특별시 종로구 광화문 세월호광장 앞에서 2년만에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1인 시위를 시작하는 마음은 씁쓸했다. 그러나 할 말은 해야 하고, 문제는 해결해야만 했다. 10월 10일 수요일 오전 11시부터 박준석, 김주현, 서정민갑, 황경하가 시작한 음악인 1인 시위는 10월 11일 목요일 민중가수 연영석, 이씬이 잇는다. 12일 금요일에는 소리꾼 박인혜 서정민갑, 작곡가 황호준, 뮤지션 사이가 1인 시위를 벌이고, 15일부터는 재즈뮤지션 정수민, 손이상, 소리꾼 소망, 뮤지션 김동현 등이 기다리고 있다.

날은 쌀쌀해지지만 노래만큼 좋은 세상으로 걷고 싶은 음악인들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앞으로도 더 많은 음악인들이 함께 하기를. 민주주의와 예술가의 삶을 짓밟은 이들은 죄값을 치룬다는 상식이 현실에서 그대로 지켜져 다시는 블랙리스트를 만들 수 없기를.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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