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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살 38년 만에 성인 반열 오르는 로메로 대주교… 14일 시성식 열린다
엘살바도르에서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1980년 3월 미사 집전 도중 암살을 당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가톨릭 성인 반열에 오른다. 사진은 2015년 3월24일 촬영된 사진으로 로메로 대주교 서거 35주기를 맞아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한 여성이 그의 대형 사진을 든 채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서 군사독재에 항거하다 1980년 3월 미사 집전 도중 암살을 당한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가 가톨릭 성인 반열에 오른다. 사진은 2015년 3월24일 촬영된 사진으로 로메로 대주교 서거 35주기를 맞아 엘살바도르 산살바도르에서 한 여성이 그의 대형 사진을 든 채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AP/뉴시스

남미 엘살바도르의 군부독재에 저항하다 피살된 오스카 로메로(1917∼1980) 대주교가 성인 반열에 오른다.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제15차 정기총회가 교황청에서 지난 3일 시작된 가운데 오는 14일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등 7명의 복자를 성인 반열에 올리는 시성식이 열린다. 1980년 3월 24일 미사 집전 도중 살해된 지 38년 만이다.

라틴 아메리카 ‘해방신학’의 상징과도 같은 인물인 로메로 대주교는 평생을 가난한 이들의 해방과 사회적 약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바쳤다. 당시 엘살바도르는 50년 가까이 이어진 군부독재에 의해 정부와 관료는 부패했고, 일부 지주 가문들이 전 국토의 60%를 차지하고 있었다. 노동자, 농민, 학생 등이 나서 군부독재에 저항했지만 1980년 한해에만 1만2천 명이 살해되는 등 군부정권은 폭력으로 민중의 저항을 잠재우려했다.

로메로 대주교
로메로 대주교ⓒ출처 : 위키피디아

이런 현실을 마주한 로메로 대주교는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기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일기장에 “권력자나 부유한 사람들 그리고 빈곤자, 사회적 취약자 중에 신부는 누구 편에 서야 하나. 나는 이에 대한 의문이 없다. 그들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글을 남겼다.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할 것을 다짐한 로메로 대주교는 결국 1980년 3월24일 엘살바도르의 한 병원에 위치한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도중 네 명의 괴한에 의해 암살되고 말았다.

그동안 가톨릭에선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을 기려 그를 성인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내부에선 반대 목소리도 많았다.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시성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이상의 기적을 인정받거나 순교자여야하는데 로메로 대주교의 죽음이 종교적 순교가 아닌 정치적 죽음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교황청은 로메로 대주교가 “신앙을 지키려다 숨졌다”며 그를 순교자로 인정했고, 같은 해 5월 성인의 전 단계에 해당하는 복자로 선포됐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로메로 대주교는 하느님의 종이었으며, 지금도 계속 순교 중입니다”라고 그의 삶을 칭송했다.

권종술 기자

문화와 종교 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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