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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삼성에버랜드, 시각장애인 롤러코스터 못 타게 한 건 ‘차별’…위자료 지급하라”

놀이공원 에버랜드가 시각장애인들의 롤러코스터 탑승을 제한한 것은 장애인 ‘차별’이므로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7부(김춘호 부장판사)는 11일 김모씨 등 시각장애인 3명이 용인 에버랜드의 운영 주체인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삼성물산이 김씨 등에게 6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아울러 에버랜드 측에 시각장애인 탑승 제한을 규정한 자체 가이드북 내용을 시정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해당 놀이기구가 비장애인보다 원고들에게 안전상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 힘들다”며 “시각 장애인들이 놀이기구를 이용할 경우 안전사고 위험성이 증가할 것이란 피고 주장은 추측에 불과할 뿐”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와 같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원고들에 대한 탑승 제한은 장애인 차별 행위”라며 “이로 인해 원고들이 입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의 차별행위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발생한 것일 뿐 피고가 의도적으로 시각장애인을 차별할 목적으로 놀이기구 탑승을 금지한 것은 아니고, 다른 놀이기구들에서 장애인 우선 탑승 제도를 운영하는 등 편의를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는 점 등을 위자료 산정에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위자료 지급과 함께 에버랜드에 60일 이내에 자체 가이드북의 ‘특정한 시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명령했다. 또 “이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김씨 등에게 매일 10만원씩 위자료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도 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제46조(손해배상) 1항에서 ‘누구든지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로 인하여 피해를 입은 사람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다만, 차별행위를 한 자가 고의 또는 과실이 없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고 정한다.

앞서 김씨 등 일행은 지난 2015년 5월 15일 용인 에버랜드에 놀러가 롤러코스터(티익스프레스)를 타려했지만 시각장애인인 김씨 등 3명은 탑승을 제한 당했다.

이에 김씨 등 6명은 이 같은 에버랜드의 시각장애인에 대한 ‘탑승 금지’ 규정이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 채무 불이행 등에 해당한다며 삼성물산 측에 총 2천250만원의 손해를 배상하라며 같은 해 8월 이 소송을 냈다.

김씨 등의 대리인단은 해당 규정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조(차별행위)의 ‘장애인을 장애를 사유로 정당한 사유 없이 제한, 배제, 분리, 거부 등에 의하여 불리하게 대하는 경우’, ‘장애인을 돕기 위한 목적에서 장애인을 대리‧동행하는 자(장애인 관련자)에 대해 차별행위를 하는 경우’ 등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에버랜드 측이 김씨 등에게 놀이기구에 대한 설명을 충분히 하지 않아 이용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지 않았고, 시설물 제공 의무 등을 저버렸다며 에버랜드 이용 계약에 따른 채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민사소송은 지난 2016년 4월 같은 재판부(당시 고연금 부장판사)가 시각장애인 김모씨 등 6명과 이들의 소송대리인 김재왕 변호사(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등과 함께 직접 두 차례 문제의 놀이기구를 타보는 현장검증을 진행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김 변호사가 국내 1호 시각장애인 변호사인 점도 관심을 모았다.

두 번째 검증에선 롤러코스터가 운행 도중 멈추는 돌발 상황을 재연하고, 또 다 함께 직접 사다리를 이용해 대피해보기도 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 고 부장판사는 현장검증 결과, 시각장애인이 비시각장애인과 같이 해당 놀이기구를 이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결론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선고 직후 김 변호사는 “(삼성물산 측이) ‘막연한 추측’을 가지고 근거없이 안전 사고가 날 것이라며 이용 제한을 한 것은 ‘차별’이라고 재판부가 밝혔다는 점이 큰 의의가 있다”고 환영했다.

이어 “그 같은 이유로 놀이기구 뿐 아니라 볼링장, 수영장과 같은 체육시설, 심지어 시각장애인은 대중목욕탕도 혼자서는 이용제한을 받는다는 인권위 진정 사례나 장애인 단체 상담 내용 등이 있다”면서 “이 같은 사회적 편견들에 큰 경종을 울린 판결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많은 관행들이 좀 더 나아지길 원한다”며 “비슷한 사건들을 맡아 (사회적 편견들과) 계속 싸워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아울러 법원이 에버랜드 측에 가이드 시정을 명령하며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김씨 등에게 매일 10만원씩 위자료를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실상 법원이 명령을 하더라도 이행할 의무는 없다”면서 “그걸 우려해 ‘간접강제’를 청구했는데 이를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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