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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마을 찾아 유감 표명한 문 대통령 “군사시설도 평화 거점 될 수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진행된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진행된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모습. 자료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은 11일 제주해군기지와 국제관함식 개최를 둘러싸고 정부와 갈등을 빚어왔던 강정마을을 찾아 "대통령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고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뒤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들과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가슴에 응어리진 한과 아픔이 많을 줄 안다. 정부가 사업을 진행하면서 주민들과 깊이 소통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 강정마을 문제 해결을 공약했던 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고 해도 절차적인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라며 "그로 인해서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또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고, 주민공동체가 붕괴되다시피 했다"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제 강정마을에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깊은 상처일수록 사회가 함께 보듬고 치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은 "제주도가 지난달 공동체 회복사업이 포함된 지역발전사업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 지금은 국무조정실에서 관련 부처와 함께 검토를 하고 있다"라며 "주민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고 존중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 주민의 아픔을 치유하고, 마을 공동체가 다시 회복되어야 정부에 대한 신뢰도 살아날 것"이라며 "정부는 믿음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주민 여러분과 소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강희봉 강정마을회 회장은 "강정마을은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국책사업으로 인해 지난 10여년간 공동체 파괴의 갈등과 고통을 겪었다"라며 "공동체 파괴의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강정마을 공동체 회복과 마을 발전을 위한 국비 전액을 중앙정부에서 책임지고 지원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강정마을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면복권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강 회장의 요구에는 즉답을 피했다.

강 회장은 "해군기지 건설 과정에서 순수하게 강정을 지키고자 했던 주민들은 공사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사법 처리되는 아픔을 겪었다"라며 "우리 강정마을 주민들이 죄가 있다면 조상 대대로 이어져온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저항했던 것뿐"이라고 성토했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구상권 청구를 철회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사면복권은 관련된 사건의 재판이 모두 확정되어야만 할 수 있다"라며 "그렇게 관련된 사건이 모두 확정되는 대로 적극 검토하겠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주민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청와대

문 대통령 "군사시설도 평화의 거점 될 수 있어"

그러나 문 대통령은 제주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조목조목 반박에 나섰다.

강정마을 사태가 불거진 건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4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기 시작하면서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 건설을 두고 찬성과 반대 둘로 나뉘어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한 강정마을 공동체 분열은 올해까지 11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국제관함식을 제주에서 개최하기로 밀어 붙이면서 강정마을 주민들 간 갈등은 다시 불거졌다. 올해 3월 해군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관함식 유치 의사를 물었을 때 주민들은 만장일치로 이를 거절했지만 정부의 설득 작업에 일부 주민들이 정부에 손을 들어줬던 것이다. 제주에서 관함식을 개최하자는 건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이에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해온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제주해군기지 앞에서 "평화의 시작이라는 '국제관함식'이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라며 관함식 반대 시위를 벌였다. 문 대통령이 주민 간담회를 위해 찾은 강정마을 커뮤니티센터 주변에는 '관함식을 한다면서 통일을 말하느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해군기지 반대 주민들은 이번 대통령과의 간담회 불참을 선언했다.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은 비공개 간담회 자리에서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가 웬 말이냐는 여전히 반대의 목소리가 있다"라며 "맞는 말씀이나, 모든 진실을 담고 있는 건 아니다. 군사시설이라 해서 반드시 전쟁의 거점이 되라는 법은 없다. 하기에 따라서 평화의 거점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문 대통령은 해군기지가 있는 '하와이'와 남북이 최일선에서 마주하고 있던 '판문점'이 지금은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언급하며 "우리가 하기 나름인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또 '해군기지와 관함식이 한반도 평화를 파괴하고 있다'는 지적을 의식한 듯 "제주 해군기지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것만은 아니다. 긴 역사를 보면 북한과의 대치는 언젠가는 끝나게 되어 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다. 넓은 대양을 바라보며 해양 강국으로 나가야 한다"라며 "우리 바다를 지키고 우리 선박, 우리의 국민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제주 해군기지가 그런 역할을 하리라 기대한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이 강정마을 주민들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줬다'는 비판에 대해선 "이왕 해군기지를 만들었으니 강정을 살려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관함식이 오히려 강정마을을 살릴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을 통해 부산이 아닌 강정을 세계에 알리고, 크루즈 입항에도 도움이 되고, 또 강정 주민들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제 과거로 되돌릴 수 없다. 미래로 함께 나가자. 서로 손을 붙잡고 미래로 나아가자"라고 당부했다.

2018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의 해상시위
2018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의 해상시위ⓒ제주해군기지전국대책회의 제공
제주 해군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11일 오전 10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관함식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제주 해군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11일 오전 10일 오후 서귀포시 제주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관함식 반대하는 시민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기지 반대 주민들 "평화는 무력 동원으로 지켜지지 않아"

하지만 문 대통령의 해명은 "관함식은 제주해군기지의 군사기지화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으며, 강정은 평화의 바다가 아니라 전쟁을 준비하는 곳으로 변모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는 반대 주민들을 설득하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강정마을 기지반대주민회와 평화활동가 등으로 구성된 '2018 해군 국제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군사력을 과시하는 제주 국제관함식은 한반도의 새로운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적 이벤트에 불과하다"라고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이날 관함식 참석을 위해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인 '도널드 레이건 호' 제주해군기지에 입항한 것을 두고 "남북 정상이 만나 비핵화를 논의하는 시기에 제주해군기지에서는 핵 무력을 자랑하고 시위하는 모순적 장면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70년 전 미군정에 맞섰던 '4·3의 땅' 제주에서,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현실은 도대체 무엇이 평화인지를 되묻게 한다"라고 반발했다.

공동행동은 또 "국민의 세금으로 미군 핵추진 항공모함을 비롯해 전 세계 45개국의 함정 50여 척, 항공기 20여 대를 초청해 군사력을 과시하고 무기를 경쟁하는 관함식을 열면서 '제주의 바다, 세계평화를 품는다'(관함식 슬로건)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욱일기 문제로 일본 함정이 오지 않는다고 해서 군사력 과시와 전쟁무기 사열이 축제의 장이 되지는 않는다"라고 조목조목 비판했다.

공동행동은 '강한 국방력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평화는 평화로 지켜야 한다. 평화는 무력을 동원하고 전쟁 연습을 통해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전 세계가 함께 평화를 위해 군축을 논의하고 비핵화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전 세계 군함들을 결집시켜 군사적 긴장감을 조성시키고 대결을 조장하는 '무기쇼'를 통해서 이뤄질 수는 없다"라고 지적했다.

제주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11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 인근 해상에서 관함식 반대하는 시민들이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
제주 국제관함식이 열리는 11일 오후 제주도 서귀포 인근 해상에서 관함식 반대하는 시민들이 해상 시위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인근 해상에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여한 해군 함정들이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
11일 오후 제주 서귀포 인근 해상에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에 참여한 해군 함정들이 해상 사열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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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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