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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이제 그만 헤어져] 폐타이어 수출업자에게도 “군사무기”라며 국보법 들이댄 검찰

국가보안법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이념 대립과 맞물려 소위 보수 세력이라 불리는 자들이 진보진영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공세를 하거나, 선거전에서 상대방 후보자에 대한 사상검증 자료로 이용되고, 보수정권 위기 상황 시 분위기 전환을 위한 이슈로 악용되어 왔다. 그들은 국가보안법을 통해 독재정권에 대항하여 자유민주주의를 외친 수많은 대학생들의 정신을 개조하려 하였고, 평화와 인권을 외치는 시민들을 빨갱이로 몰아 입을 막고 감금하였다.

그렇다면 이념대립과 인권문제, 통일에 무관심한 이들에게는 국가보안법의 존재가 아무런 위협이 되지 않을까?

필자가 2016년께 맡았던 국가보안법 사건의 당사자인 A와 B는 그런 이념이나 사상과는 전혀 무관한 부산 사나이들이었다. A는 그저 국내에서 폐기물로 지정된 폐타이어들을 수거하여 해외 재생공장으로 수출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2008년부터는 통일부의 허가를 받아 북한 대성 12총 무역회사에 폐타이어를 수출하였다.

그런데 2010년 천안함 사건이 있은 후 정부의 5.24조치로 인해 대북무역이 완전히 막히고, A는 생계에 위기를 겪게 된다. 이때 중국 단둥에서 거주하던 B가 현지에서 만난 조선족 사업가를 통해 대북무역의 활로를 모색해 주고 수출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위 수출계약에 도움을 주었던 뉴질랜드 국적의 제보자에 의해 A와 B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된다.

국가정보원이 서울지역의 한 단체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자료사진)
국가정보원이 서울지역의 한 단체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자료사진)ⓒ양지웅 기자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국가보안법

남북한 간의 상호 교류와 교역·협력사업 등에 관하여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법’으로 약칭함)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법 제3조). 남북 간의 물품 반출반입의 경우 통일부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법 제13조),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법 제27조 제1항). 위 사건은 대북무역 사업가들이 통일부 승인을 받지 않고 북한과의 교역을 시도한 것으로 필자의 사견으로는 남북교류협력법이 적용되어야 하는 사안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안수사대와 공안검찰은 A와 B에게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씌웠다. A와 B는 북한괴뢰조직에 협력하여 대한민국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 스파이로, A와 B가 수출하려던 폐타이어는 북한군의 군사물자로 이용 가능하여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물건으로 기술되었다.

방관 속에서 자라고 있는 국가보안법

보안수사대와 국정원, 그리고 공안검찰은 국가보안법의 적용영역을 확장하여 더욱 강력한 무기로 만들어왔다. 50년 간 이어져 온 반공교육, 언론에서 만들어 낸 북한 이미지, 전쟁공포 조성, 시기상조 여론형성 등을 통해 국가보안법의 망령은 계속 자라고 있다.

그리고 법원조차도 그런 황당한 주장의 진위여부를 걸러낼 정도의 충분한 자정능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수년간 이루어진 감청녹음파일과 수백 페이지의 녹취록 내용 중 북한에 관한 몇 마디 호의적 발언에 간첩임을 의심하고, 국정원이 관리하는 탈북민의 허무맹랑한 진술을 그대로 믿는다.

이번 정권 들어서도 국가보안법 폐지에 관한 논의가 제기되는가 싶더니, 또 다시 여론과 민생법안에 밀려 그 동력을 잃어버렸다. 그렇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국가보안법 때문에 특별히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별로 없다고 느끼거나 나와는 상관없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정치에 무관심하고 통일을 달가워하지 않은 젊은 세대들에게는 더더욱 관심 밖인 것 같다.

그러나 다른 세상의 법이 아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으로 처벌할 수도 있다. 우리가 방관하는 동안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몸집을 불리고 있다.

허정택 변호사(법무법인 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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