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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 노동자의 실종된 인권 “화장실은 허락받고 5분안에, 성희롱은 다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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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뉴시스

고객에게 무조건 ‘친절’해야 하고, 무조건 ‘빠르게’ 요구를 받아줘야 하는 노동자들이 있다. 전국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50만 명의 상담노동자들 이야기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매일 실시간 관리를 당해 화장실도 허락을 받아야 갈 수 있다. 하루 동안 주어진 휴식시간은 고작 30분. 물을 마시든, 화장실을 가든, 모든 것은 이 30분을 쪼개 해결해야 한다. 월경이라도 하는 여성 노동자에겐 너무나 불안정한 노동환경이다.

회사가 저지른 사회적 문제에 분노한 고객에겐 “죄송하다” 고 대신 사과해야 했고,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폭언마저 묵묵히 인내해야 했다. 그동안 이들의 정신과 육체는 피폐해져 갔다.

12일 오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노동자 국회 증언대회’가 열렸다.

삼성전자서비스,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애플, 아이튠즈 관련 상담을 하는 애플케어 외주업체),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콜센터 서비스 전문 위탁업체), 다산콜센터 소속 상담 노동자들이 참석해 현장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업무 현장을 ‘노동문제 종합백화점’이라고 지칭했다.

콜센터 노동자들
콜센터 노동자들ⓒ뉴시스

“사무실에 앉아 전화만 받으면 되는데 뭐가 힘드냐고요?”

“1년 10개월을 근무한 동료는 입사 후 일을 하며 천식이 생겼습니다. 입사 전에는 없던 병입니다. 너무 힘들어 일을 못 할 지경이라 당일에 연차를 내려 하면 ‘지금 쉰다고 그게 나아?’라는 식의 언사를 들어야 했습니다. 노동조합이 생기기 전까지는 생리휴가를 써본 사람이 한 명도 없습니다. 회사는 진통제 먹고 참으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1~2알 먹던 진통제를 이제는 8알씩 먹는 동료도 있습니다. (중략) 어떤 사람은 말하더군요.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사무실에 앉아 전화만 받으면 되는데 뭐가 힘드냐고요.”
(삼성전자서비스 콜센터 상담사 정은선 씨)

다닥다닥 붙은 좁은 책상, 사이사이 세워져 있는 칸막이. 정은선 씨는 근무환경이 마치 ‘닭장’ 같다고 표현했다. 상담 노동자는 그 공간에서 하루에 적게는 70명, 많게는 180명과 통화를 했다. 쉬지 않고, 미동 없이 연달아 전화를 받아야 했다.

원격서비스를 요청하는 고객이 야한 동영상이나 사진을 보내는 등 성희롱에 노출돼 있다고도 말했다. ‘뚱뚱하지 않은 사람, 30대가 넘지 않는 사람’으로 상담원을 연결해 달라는 고객의 억지스러운 요구까지 들어야 했다.

정 씨는 “삼성이라면 우리나라 최고의 서비스를 하는 회사인데, 그만큼 서비스에 대해 앞서가는 회사라면 상담원에 대한 처우도 최고겠지 하는 생각으로 입사를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다닌 회사 중 상담원에 대한 처우나 인식이 최악이다”라고 단언했다. 그는 준비해 온 증언 내용을 이야기하는 내내 차오르는 눈물을 삼켜냈다.

“쉬지 않고 말하는 상담사에게 하루종일 30분 휴식은 터무니없는 시간입니다. 화장실 갈 때 승인 없이는 갈 수 없으며, 그마저도 5분으로 제한됩니다. 이를 노사협의회에서 이야기하자 ‘화장실을 승인받고 가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전화가 많으니 나중에 가라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우리 아내도 젊었을 때 은행 직원이었는데 방광염을 달고 살았다. 다들 그렇게 산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콘센트릭스서비스코리아 소속 애플케어 상담사 이혜진 씨)

상담 노동자들은 고객과 약속한 시간에 전화를 받아야 한다. 그래서 사측은 이들이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자리를 지키는 것에 대해 ‘고객과의 약속’을 위해 협조해야 하는 사항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 씨는 고객 만족을 위해 화장실조차 자유롭게 갈 수 없는 현실을 토로했다. 그 과정에서 상담사 개개인의 인권은 점점 더 중요치 않은 것으로 치부되고 있었다.

매월 바뀌는 근무시간과 휴무 요일 등 스케줄도 문제였다.

이 부위원장은 “9시부터 13시 30분까지 출근 시간 차이가 크다. 18시부터 22시 30분까지 퇴근 시간 차이도 크다”라며 “고객의 만족을 위해서라면 주말‧공휴일‧밤낮 없이 일하고 필요하면 추가 근무도 해야 한다. 휴무와 연차는 승인이 거절됐고, 노동자 의사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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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민중의소리

“대체로 1년 정도면 다 퇴사합니다”

“저희 같은 회사를 보면 7천 명 규모인데, 한 달 퇴사 인원이 500명, 입사 인원이 500명입니다. 1년이 되면 대체로 다 퇴사해 전체 직원이 항상 바뀝니다. 회사는 상담사 다루기가 더 쉬워지겠죠. 회사는 채용할 때도 경력이 있는 상담사보단, 신입사원을 우선 채용합니다.”
(트랜스코스모스코리아 소속 노동자, 서비스연맹 전국콜센터노조 이윤선 위원장)

상담 노동자들은 업무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삶에 대한 희망마저 잃고 있었다. 도시가스 관련 콜센터에서 일하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해 업무 중 실신한 노동자, LG유플러스 고객상담센터에서 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특성화고 여학생, 실적 압박에 시달리다 끝내 세상을 등진 LG유플러스 상담사까지.

이 위원장은 콜센터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콜센터 사건‧사고는 전화상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외부로 이슈화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에서 고객의 개인정보, 기업의 보안을 이유로 녹취한 상담내용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화상담사들은 사건‧사고가 일어나도 입증이 거의 불가능해 참고 넘기기 일쑤다”라며 “우리가 뉴스 등을 통해 접하는 콜센터 사건‧사고는 아주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이용득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서비스 상담자가 사측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감청 피드백 내용
삼성전자서비스 상담자가 사측 관계자로부터 전달받은 감청 피드백 내용ⓒ이용득 의원실 제공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 실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고객과의 상담내용을 감청하는 실시간 모니터링까지 한다.

한 상담사가 고객과 통화 뒤, 이를 감청한 사측 관리자로부터 받은 피드백 내용이 이날 공개됐다.

관리자는 ‘장점:적극적인 음성과 상담 태도’, ‘개선점:불편 공감 표현 없음’, ‘올바르지 않은 표현: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성함 말씀해주시겠습니까’라며 상담 노동자의 모든 것을 실시간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노동청에서 근로감독, 특별감독을 나오더라도 근본적 해결을 위해 상담사와 감독관의 직접 면담 시간이 꼭 필요하다”며 “법과 정책을 만드시는 분들이 콜센터에 대해 단순한 관심이 아니라 비상한 관심을 갖으셔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노동환경을 연구하시는 분들은 콜센터에 대해 종사 인원 조사를 비롯해 실상을 정확히 알 수 있는 조사와 연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다산콜센터지부 출범식
다산콜센터지부 출범식ⓒ양지웅 기자

‘노조’ 만든 후 노동환경 개선된 다산콜센터 노동자들

증언대회에 참석한 상담 노동자들은 콜센터 현장에서 ‘노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열악한 노동환경에 문제 제기하고, 자신의 권리를 정당히 주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노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또 이날 증언대회에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토로할 수 있었던 것은 “보호해줄 노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산콜센터는 노동자들이 앞장서 노조를 만들고 노동조건을 개선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희망연대노조 다산콜센터지부 김효민 부지부장은 2012년 9월 노조가 생기기 전에는, 다산콜센터 또한 휴식시간 미보장, 연차 사용제한, 실적압박, 실시간 모니터링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놓여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와 같은 것들은 “노조가 생기면서 지금은 거의 다 사라졌다”는 것이 김 부지부장의 말이다.

그는 다산콜센터에서 노조가 생긴 뒤 1시간마다 5분씩 휴식시간이 생겼고, 상담사 스스로 업무를 제어하며 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김 부지부장은 “노조가 생긴 지 벌써 6년이 넘었다. 이제 ‘비정규직 철폐, 감정노동자 보호 대책 마련’은 우리 노조만이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사회적 이슈가 됐다”며 “ 노조 중심으로 단결해 전국 콜센터 노동자의 처우개선, 정규직화를 위해 함께 싸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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