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보기
댓글보기
병든 ‘콜센터 노동자’의 일터, 늦었지만 제대로 보호해야 한다
콜센터 자료사진
콜센터 자료사진ⓒ뉴시스

“‘나는 오늘 A 고객과 상담을 해서 기분이 좋았다’, ‘나는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이 고객을 책임지겠다’라는 말을 따라 해보라 합니다. 노력하겠다고 답변하면 노력이 아니라 그대로 따라 하라고 강요합니다. ‘웃어봐요’ 또는 ‘너무 좋아서 죽겠다는 듯이 울어봐요’라고 명령합니다. 관리자를 호출해 도움을 청하면 ‘그냥 따라 해줘’라고 합니다.”
(삼성전자서비스 상담 노동자의 증언)

국내 콜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는 50만 명, 이들은 극심한 감정노동, 저임금,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시달리고 있다. 많은 상담 노동자가 “노동권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전화를 끊을 권리”를 제기하지만, 현장에 뿌리 깊게 박힌 ‘고객 중심’ 문화는 노동자를 더욱 지치게 할 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콜센터 및 텔레마케팅 서비스업 사업체 개수는 2006년 581개에서 2014년 822개로 증가했다. 그러나 일터의 노동자를 보호할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지난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노동자 국회 증언대회’가 열렸다. 많은 상담 노동자들이 현장의 고충을 호소했다. (관련 기사:콜센터 노동자의 실종된 인권 “화장실은 허락받고 5분안에, 성희롱은 다반사”)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노동자 국회 증언대회’가 열렸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콜센터노동자 국회 증언대회’가 열렸다.ⓒ민중의소리

뒤이어 열린 토론회에선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한국노동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해 해당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 이들은 상담 노동자에 대한 처우가 열악함에 공감했고, 그들을 보호할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동의했다.

현장에서 일하는 상담 노동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는 권혜원 교수(동덕여대 경영학과)는 “누적된 감정손상으로 우울증, 공황장애 증세를 겪는 감정노동자가 상당했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고객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보호하는 감정노동 규칙을 폐지해야 한다. 고객의 하대 발언, 폭언, 성희롱 등으로 노동자의 인권과 인격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전화를 끊을 수 있는 권리 등 노동자 방어권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서는 법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작업장 노사관계 체제 자체의 근본적 변혁이 필요하기에, 노동조합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핑계 삼기엔, 회사의 ‘노동자 감시’는 선을 넘었다

상담 노동자들은 하루 중 30분의 휴식시간을 갖는다. 이마저도 1회당 휴식 시간은 5분으로 제한돼있다. 사측은 ‘이석 관리’를 한다며 노동자가 자리 비우는 시간을 감시했다. 실적 관리를 한다며 고객과의 통화 내용까지 실시간 감청해, 노동자는 늘 긴장해야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회사는 노동자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시간을 제한하고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이석 관리’를 한다.ⓒ이용득 의원실 제공

현장의 노동자 감시는 과거와 달리 CCTV, 위치확인시스템(GPS), 사내시스템 등의 전자기기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인권위 인권정책과 김민섭 사무관은 이는 ‘통상적인 모니터링 범주’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관은 “인권위가 실시한 2013년 근로 감시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장 내 전자감시는 노동 탄압의 수단으로 오남용되거나, 노동자의 사생활 영역을 침해하는 문제로 발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시 인권위가 실시한 설문 조사(정보통신기기에 의한 노동인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노동자의 31%는 직장에서 개인에 대한 감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 중 64%는 위치추적, 전화 송수신 내역 감시 등 근로 감시로 인해 개인의 사생활 침해가 발생했다고 말했고, 53.7%는 노동 통제가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근로 감시에 대한 대응방안으로는 ▲법적 제도장치 ▲사내 업무 규정 ▲노사합의문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2011년, 사업장의 전자감시로부터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개인정보 보호법’이 만들어졌다. 현행법에 따르면, 시설안전, 화재 예방 등 예외적 경우나 구금시설이 아니라면 사업장 내 CCTV 설치는 제한된다. 하지만 ‘노사관계’의 특수성이란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김 사무관은 “화장실 가는 동태를 파악하는 것은 현행 정보 보호법에 따라 안 되는 것이다. 제3자와 통화내용을 청취하는 것도 금지된다”며 “현행 법률이 있음에도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이유로 해결이 되지 않으니 입법이 필요하다. 직장 내 근로자 정보 수집 시 가이드라인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법률 제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노동환경‧노동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콜센터, 비정규직, 생산직, 일용직 노동자에게 발생하는 문제가 많다. 인권위도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콜센터 자료사진
콜센터 자료사진ⓒ뉴시스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하청업체’에만 미뤄선 안 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제26조의2(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는 노동자가 고객의 폭언, 폭행 등으로 적정 범위를 벗어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는다면, 사업주가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콜센터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이기에, 원청 대기업은 콜센터 노동자 업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노동자들은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제자리걸음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노동부 산업보건과 고병곤 사무관은 “지적을 충분히 알고 있다. 법에서는 사업주(의 역할이) 하청에 미뤄지지만, 원청에서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 부분에 대해 현재 법이 제정돼 있지 않지만,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근로시간과 휴식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목소리에 고 사무관은 “근로시간과 휴식시간이 확보되도록 해야 한다.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김도희 기자

기자를 응원해주세요

기사 잘 보셨나요? 독자님의 작은 응원이 기자에게 큰 힘이 됩니다. 독자님의 후원금은 모두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이시각 주요기사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카카오스토리2
닫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