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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판사단’ 압박 위해 판결문을 파헤치자

사법 감시를 위해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0월 16일부터 총 5차례 걸쳐 한 교수와 함께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를 통해 시민들은 한국 사회 주요 판결문을 시민의 눈으로 직접 읽고 판사의 전문가 주의를 벗겨냄으로써 사법부를 감시하고자 한다. 또 판결문 공개제도를 통해 실제 판결문을 청구하는 실습도 참여한다.

이번 기사를 시작으로 4차례 더 그 모습을 담을 예정이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뉴시스

“법의 무지는 면책되지 아니한다” 새내기 법률가가 가장 먼저 배우는 법언이다. ‘법을 몰라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음을 뜻한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법이 우리의 현실을 모를 때는 왜 책임을 묻지 않는가?”

16일 저녁 ‘방탄판사단’이 꼭꼭 숨겨둔 판결문을 파헤치기 위해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법원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제109조를 어기고 판결문의 0.3%만을 공개하고 있다. 공개된 판결문이라도 어려운 말과 복잡한 구성 때문에 법조인이 아닌 사람은 이해하기 어렵다.

평일 저녁 7시 강좌임에도 직업, 나이 각기 다른 사람들로 강의실이 가득 찼다. 취업준비생이라는 양유경씨는 “기사, 편석 등 판결문에 대한 2차 자료는 넘치지만 항상 1차 자료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며 “사법농단 사태를 보고 사법부 감시의 필요성을 느꼈다. 판결문 읽기가 감시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 교수는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법관들을 압박해야 한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법이 다양하고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되면서 문제들이 발생한다”며 “법이 잘못 적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계속해서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은 원래 약한 사람이 강한 사람의 폭력에 저항할 때 사용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서 법은 강자의 힘이 표현되는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며 “주먹보다 법이 우선되는 세상으로 변했지만 여전히 시민들은 법의 영역에서 배제돼 있다”고 비판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 탄핵 사건, 통합진보당 해산 사건 등을 언급하며 “많은 사회 문제들이 정치영역이 아닌 사법 영역에서 해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대통령, 국회를 견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법원 판결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법원이 개인정보보호를 핑계로 판결문을 공개 안 하는데 이는 미국처럼 비실명화 처리를 거쳐 모두 공개하는 방안이 있다”며 “판결문은 공적 문서인데 이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중의 비판을 막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오는 23일 열리는 두 번째 강좌에서 시민들은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에 대한 대법원 결정문을 함께 읽고 토론한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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