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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뮤지션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실무 가이드북
D.I.Y Music Guide Book
D.I.Y Music Guide Bookⓒ소소북스

어떻게 해야 뮤지션이 될 수 있을까? 대학 실용음악과에 가고, 대형 연예기획사에 들어가면 될까? 많은 이들에게 가장 친숙한 방식이겠지만 뮤지션이 될 수 있는 방법이 그 뿐은 아니다. 이 세상에서는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돌 그룹과 스타들만 음악을 하지는 않는다. 곳곳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음악을 만들고 노래하며 살아가는 뮤지션들이 숱하게 많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음악을 하면서 살아갈까? 음반은 어떻게 만들고 공연은 어떻게 할까? 요즘은 소셜미디어가 중요한데,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헬로루키 같은 공모지원사업에는 어떻게 도전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뮤지션이 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답을 해주는 책

『D.I.Y Music Guide Book』은 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는 최고의 책이다.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이 만들고 김민규, 단편선, 하박국이 쓴 책은 그야말로 인디 씬의 전문가들이 음악인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자신들의 경험을 모조리 정리해서 들려준다. 뮤지션 경력이 있고, 레이블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양한 음악 관련 프로모션과 마케팅 경력이 있는 필자들은 실용음악과에 가지 않고, 대형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지 음악을 하려는 이들에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리가 흔히 인디라고 부르는 이들은 모든 일을 스스로 해낸다. 바로 D.I.Y.(Do It Yourself) 정신이자 방식이다. 돈이 없어서만이 아니다. 음악은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고,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아는 사람도 자신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스스로 해낼 때 음악은 비로소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수 있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는 테크놀로지가 발전하고 음악의 장이 늘어나면서 누구든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도 어느 정도 경험이 있고 아는 이들이 할 수 있는 이야기다. 아직 아무 것도 해본 적 없고, 주변에 아는 사람도 없는 이들은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기 마련이다. 『D.I.Y Music Guide Book』은 그 막막한 뮤지션 지망생을 위해 실용음악과에 가지 않고, 대형 연예기획사에 들어가지 않고도 음악하며 살아갈 수 있는 노하우를 차근차근 알려준다.

책의 설정부터 뮤지션이 되기 위해 서울의 대학으로 올라온 김인디가 묻고 답하는 설정이다. 뮤지션의 활동, 음반(음원) 제작, 마케팅과 프로모션으로 나누어 쓴 책은 공연과 음악 만들기, 발매, 마케팅, 프로모션으로 이어지는 철인5종경기 같은 과정을 다 짚는다. 사실 시중에 나온 대중음악 관련 책들은 어떻게 하면 노래를 잘하고, 연주를 잘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노래를 잘하고 연주만 잘하면 음악인으로 얼마든지 먹고 살 수 있을 것만 같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운 좋게 대형연예기획사에 들어가면 다 알아서 해줄지 모르지만 세상에는 대형연예기획사에서 활동하지 않는 뮤지션들이 훨씬 많다. 그들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홍익대학교 앞이나 용산구 이태원 혹은 지역 광역시 등에서 활동한다. 직접 음원과 음반을 만들고 공연을 짜고 스스로 보도자료를 돌린다. 그 사이사이에 해내야 할 일들은 무수히 많다. 『D.I.Y Music Guide Book』은 이 모든 과정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설명해주는데, 단순히 기술적으로 어떻게 하면 되는지 이야기 하는데서 그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는지, 어떤 실수와 오해를 피해야 덜 힘들게 해낼 수 있는지 알려준다. 음악도 사람의 일이라 아는만큼, 공들인만큼, 해본만큼 잘한다. 그래서 그 일을 하고 있고, 많이 해봤고, 진심을 다해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덜 헤맬 수 있다. 스스로 배우면서 깨우치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굳이 어려운 길로 돌아가기 위해 애쓸 필요는 없다. 경험이 없고 돈이 없고 시간도 많지 않다면 누군가의 조언에서 시작해서 출발하는 편이 낫다.

D.I.Y Music Guide Book
D.I.Y Music Guide Bookⓒ소소북스

인디씬의 체험담이자 2018년 한국대중음악계의 다큐멘터리

『D.I.Y Music Guide Book』는 뮤지션이 감당해야 할 기본 업무들을 죄다 알려주면서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더 깊은 질문들을 던진다. 당신은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고, 그 일을 해보니까 뭐가 중요하느냐고 묻는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목인은 뮤지션이 될 생각을 하지 않았던 이가 뮤지션으로 살아가게 된 시간을 고백하면서, “만드는 일 자체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 같”다고 조언한다. 인디레이블 헬리콥터 레코즈의 대표이자 기획자 겸 뮤지션은 박다함은 지금 인디 씬에서 남다른 공연을 만들어가는 이가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이야기 한다. 공연장 벨로주의 대표인 박정용은 여러 지원 프로그램에 응모하는 뮤지션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짚으면서 “예술가로서의 자기 확신을 분명하게 전달”하는 일이 핵심임을 놓치지 않는다. 자체 제작과 레이블 활동을 겸해 온 포크 싱어송라이터 시와의 경험도 흥미롭다. 인디 뮤지션들의 음반을 녹음하고 프로듀싱하는 천학주는 녹음실 현장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례를 들려주며 아주 구체적으로 뮤지션들이 해야 할 일들을 일러준다. 포크라노스에서 음악 유통을 하는 맹선호의 조언 역시 이보다 더 현실적이라 할 수 없을만큼 적확하다. 국내외를 오가며 음악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이수정의 “도와줄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는 설명이나 좌충우돌하며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이어가고 있는 곰사장 고건혁의 이야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이 책은 이름처럼 가이드북으로 튼실하다. 『혼자를 기르는 법』의 작가 김정연의 일러스트로 더 재미있는 이 책을 읽으면 최소한 혼자서 이불킥하거나 쓸데 없는 돈과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일을 줄일 수 있다.

이 책의 인터뷰와 조언을 읽다보면 실전의 생생함과 어려움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음악은 놀이가 아니고 삶이며, 노동이다. 고민하고 땀 흘려 배우고 반복해야 하며 실패하고 도전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오래 하기 위해서는 더 잘해야 하고, 일을 잘하는 것은 자신을 괴롭히지 않고 다른 이들을 배려하는 일이며, 한 사람의 직업인이 끊임없이 추구해야 할 의무이다. 『D.I.Y Music Guide Book』는 대중음악계 가운데 인디 씬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이들이 오래도록 도전하고 실패하면서 뭔가 알게 된 생생한 체험담이자, 애정 가득한 응원이며, 2018년 한국대중음악계의 다큐멘터리이다. 인디 씬이 어렵다 어렵다 해도 이제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고, 누군가는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함께 잘하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숲이 되어 지키기 위해.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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