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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정리해고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 시민들이 뒤집어 봤다

사법 감시를 위해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0월 16일부터 총 5차례 걸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를 통해 시민들은 한국 사회 주요 판결문을 시민의 눈으로 직접 읽고 판사의 전문가 주의를 벗겨냄으로써 사법부를 감시하고자 한다. 또 판결문 공개제도를 통해 실제 판결문을 청구하는 실습도 참여한다.

이 모습을 총 5회에 걸쳐 기사로 연재한다.

1. ‘방탄판사단’ 압박 위해 판결문을 파헤치자
2. “쌍용차 정리해고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 시민들이 뒤집어 봤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씨 추모 분향소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이 무더위 속에서 고 김주중 조합원 명예회복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 마련된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고 김주중씨 추모 분향소에서 금속노조 조합원이 무더위 속에서 고 김주중 조합원 명예회복과 해고자 전원 복직을 촉구하며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김슬찬 인턴기자

“우리나라 법원이 정말 무력하다. 4번의 판결에도 법원이 해결한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사태를 더 어렵게 만들었을 뿐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을 직접 읽고 시민들은 허탈해했다. 언론을 통해 전해 들을 때는 몰랐는데, 판결문을 직접 읽으며 따져 보니 대법원의 논리는 허점투성이였다. “판결문을 직접 읽고 법원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23일 저녁 7시 시민들이 한 손에 두꺼운 판결문을 들고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로 모였다. 이날 ‘내 생애 첫 사법 감시 - 판결문 함께 읽기’ 첫 순서로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대법원 판결문을 낱낱이 파헤치는 시간을 가졌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주심판사였던 박보영 전 대법관이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2017.12.29.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건에서 주심판사였던 박보영 전 대법관이 퇴임식에서 꽃다발을 들고 있다. 2017.12.29.ⓒ뉴시스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은 해고노동자에 대한 ‘사법 살인’이라 평가된다. 2014년 2월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정리해고는 적법하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2009년 정리해고 사태가 사측의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에 따른 것이며, 사측은 ‘해고 회피 노력’을 다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리해고는 무효다”라는 2심 판결을 완전히 뒤집은 판결이었다. 정리해고 이후 30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세상을 등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는 말에 법원은 눈을 감은 것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이 판결을 2014년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선정하기도 했다.

이후 불거진 사법농단 사태로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어진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법원행정처가 해당 사건을 “VIP(대통령)와 BH(청와대)의 원활한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협조해 온 사례”로 꼽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법원의 판결이 재판 거래의 결과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23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시민들이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독에 참가했다.
23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시민들이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독에 참가했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시민들은 판결문을 소리 내서 읽어가며 어디서부터 대법원의 논리가 잘못됐는지 꼬집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대학원 교수는 “법리를 따져야 할 대법원이 사실 관계가 틀렸다는 이유로 원심을 파기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판단한 사실 관계를 토대로 원심의 법리 해석과 적용이 맞는지만을 판단해야 한다. 3심에서 원고와 피고가 사실 관계를 따지는 변론 기일이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당시 대법원은 쌍용차 정리해고의 불법성을 가릴 ‘긴밀한 경영상의 필요’를 판단하면서, △당시 사측이 유동성 위기 완화를 위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지 △정리해고 정당화를 위해 회계를 조작했는지 △경영위기가 일시적인지 등에 대해 원심이 인정한 사실 관계가 틀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리해고를 해야 할 경영상의 위기가 있었고, 또 그 위기가 경영진에 있을지라도 정리해고와는 무관하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시민 A씨는 “법관이 전문 경영인도 아닌데 어떻게 사실관계를 파악할 수 있냐”고 지적했다. 이에 한 교수는 “법관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전제로 변론을 듣고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하지만 3심에선 당사자들이 사실관계를 주장할 수 없어 대법관이 사실을 잘못 판단해도 이의제기할 수 없다”며 “대법관들이 사실에 대해 하느님처럼 판단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터 대한문까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이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부터 대한문까지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과 쌍용자동차 해고자 등이 쌍용자동차 해고자 복직을 촉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임화영 기자

또한 재판부 판결은 사실상 피고인 쌍용차 경영자 측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인데, 원고인 노동자 측 반론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재판부는 아무런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이에 B씨는 “노동 전문법원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 노동 사건에 왜 노동법이 아니라 민법이 적용된 것이냐”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전문법원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관들은 (해당 사건을) 잘 모르면 익숙한 형법이나 민법을 적용한다”며 “노동 사건에 재산·계약·개인의 책임을 중시하는 민법을 적용한 것은 그 법관이 나쁘다기보다 민법에 익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정리해고는 노동자가 잘못하지 않았고 원하지 않는데 해고가 가능한 유일한 방법”이라며 “노동법은 정리해고 규정을 따로 두고 경영인의 해고 권리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노동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약자인 노동자”라며 “노동 사건에 민법을 적용하게 되면 항상 ‘갑’이 이기고 ‘을’이 지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C씨는 “대법원판결은 원심을 반박하는 것인데 어째서 원심 판결문보다 짧은 것이냐”고 물었다. 한 교수는 “대법원이 판결문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아마 이것이 아닐까 한다”며 “판결문들이 너무 부실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교수는 대법관의 수에 비해 너무 많은 사건이 배당되는 현실도 지적했다. “12명의 대법관이 1년에 4만 건 가까이 되는 사건을 맡는다”고 말했다. D씨가 “그럼 상고법원이 필요한 것이냐”고 묻자 한 교수는 “상고법원은 대법관 이외에 승진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판사들이 권력에 통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반대 견해를 밝혔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사장, 홍봉석 쌍용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노·노·사·정 4자 대표자들은 21일 오전 10시 쌍용차 평택공장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조인식’을 열고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최종식 쌍용차 사장, 홍봉석 쌍용차노조위원장,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등 노·노·사·정 4자 대표자들은 21일 오전 10시 쌍용차 평택공장 본관 5층 대회의실에서 ‘쌍용차 해고자 복직 조인식’을 열고 합의 문서에 서명했다.ⓒ쌍용자동차지부 제공

E씨는 “대법원까지 간다는 것은 원고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인데, 대법관들이 사건을 빠르게 처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한 교수는 “1, 2심을 강화해 대법원으로 넘어오는 사건 수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법관들은 3심까지 올라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해 1, 2심을 대충 한다”며 “1심을 제대로 하고 당사자에게 패소 이유를 잘 설명해주면 2, 3심까지 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강독에 참가한 이소영 씨는 “판결문을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 자체를 못했다”며 “신기하고 재밌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법원이 제대로 판결했다면 그분들(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 씨는 “판결문을 읽으니 사법부를 더 신뢰하지 못하게 됐다”며 사법감시의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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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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