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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년 가는 위험한 숙제 고준위핵폐기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보이고 있다.
경상북도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경주 월성 원자력발전소 1~4호기가 보이고 있다.ⓒ김철수 기자

정부가 고준위핵폐기물 처리에 대한 재공론화를 앞둔 가운데, 환경·시민단체들이 '10만년의 위험한 숙제인 고준위폐기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는 핵발전소를 가동한 대가로 갚아야 하는 '빚'이 있다. 현 세대의 책임이자, 미래세대의 부담이 될 '사용후핵연료'다. 사용후핵연료는 십만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아 '핵쓰레기'로 불리기도 한다. 발전이 끝난 핵연료봉은 끊임없이 열과 방사선을 발생시키기 때문에 핵발전소 안에 있는 수조 안 냉각수에서 보관하고 있다.

원자력안전법에서는 고준위방사성폐기물(고준위 핵폐기물)을 열 발생량이 2㎾/㎥, 반감기 20년 이상인 알파선을 방출하는 핵종으로 방사능농도가 그램당 4,000베크렐 이상인 것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고준위방사성폐기물은 사용후핵연료가 대부분이다.

고준위 핵폐기물이 포화상태가 되면 핵발전소는 가동을 멈춘다. 핵발전소가 폐쇄돼도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고 남으므로 반드시 처리해야 하는 문제다. 한국수력원자력 전 호기별 사용후핵연료 저장현황(2017년 9월 30일 기준)을 살펴보면, 월성 1~4호기는 내년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 핵폐기물을 처분하기 위한 임시저장고와 최종처분장 문제가 코앞에 다가온 것이다.

환경·시민단체, 고준위 핵폐기물 재공론화에 앞서 머리 맞대고 토론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시민환경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2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원탁토론회'가 열렸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시민환경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2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원탁토론회'가 열렸다.ⓒ환경운동연합 제공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시민환경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2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원탁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에 참석한 환경단체 활동가 등은 고준위핵폐기물의 관리 원칙, 사회적 논의 방안, 공론화 추진에 대한 시민사회 역할과 과제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을 펼쳤다.

올해 5월 11일 출범한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 준비단(이하, 재검토 준비단)에서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헌석 에너지정의행동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재검토 준비단 쟁점 및 해외사례'에 대해 발제를 맡아 진행했다.

이헌석 대표는 "경수로에는 1주기(18개월 당)에 50여다발 ~100다발, 중수로 1기에는 매년 5천다발 정도의 사용후핵연료가 나온다"고 밝혔다.

그가 공개한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자료에 의하면, 고준위 방폐물 처분 예상비용은 중간저장의 경우엔 건설·운영·연구개발비 등 총 26조 3,565억 원, 영구처분의 경우는 37조 7,736억 원 등 총 64조 1,301억 원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 세계 통틀어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완공한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핀란드는 1980년대부터 부지를 선정하기 시작해 2016년 12월에야 처분장을 건설하기 시작했다. 핀란드는 올킬루오토 400~450m에 처분장을 세우고 고준위핵폐기물을 2중 구조의 캐니스터에 밀봉해 처분할 예정이다. 하지만 완공될 수 있을 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는 스웨덴 환경법원이 올해 1월 고준위핵폐기물 최종저장고의 허가신청을 핵폐기물 용기의 부식 가능성 등을 이유로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전하게 최종처리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느냐라는 문제제기가 됐다"며 "처분 기술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단체들은 "고준위핵폐기물에는 답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원자력계는 '핵발전소의 아킬레스건'인 고준위핵폐기물 문제에 대해 좀처럼 언급하지 않는다.

정부,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 예정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서울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서울시민행동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는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고준위핵폐기물 재공론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 '공론화를 통한 사용후핵연료 정책 재검토(국정과제 60-1)'를 포함시켰다.

원자력위원회는 2004년 12월 17일 사용후핵연료는 국가정책방향, 국내외 기술개발 추세 등을 감안해 중간저장시설 건설 등을 포함해 중장기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되, 충분한 토의를 거쳐 국민적 공감대하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2013년 10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 운영 및 권고안이 제출됐다. 박근혜 정부는 2016년 7월 ▲12년동안 처분시설 부지를 확보 ▲7년간 중간저장시설 건설·운영 ▲24년간 지하연구시설을 확보, 영구처분시설 건설 ▲ 36년 후 고준위방사성폐기물 처분장 운영 등의 내용으로 '고준위방시성폐기물 관리계획'을 수립했다. 하지만 당시 환경단체들은 정부의 고준위핵폐기물 관리계획에 반발하며 재공론화를 요구했다.

재공론화를 이행하기 위한 사전준비기구인 재검토 준비단이 올해 5월 발족했다. 재검토 준비단은 재공론화를 위한 재검토 목표설정·항목·추진기구 구성방안·의견수렴방법 등을 집중 논의하고 논의결과를 토대로 정책건의서를 작성한다. 재검토 준비단은 지난 18일 기준, 총 18차 회의를 진행했고 오는 11월 12일에 활동 종료될 예정이다.

재검토 준비단에 참여하고 있는 이영희 시민환경연구소장은 "실질적으로 재검토를 진행할 재검토 위원회가 올해 말 구성 될 것이며, 내년 1월부터 1년동안 공론화를 통한 재검토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제 시민사회도 뚜렷한 입장과 원칙을 가지고 개입하고 적극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논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와 달리 사용후핵연료의 공론화엔 법적 근거가 존재한다. 방사성폐기물관리법 제6조의 2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등 사회적 갈등이 예상되는 사항에 대해 관계인·일반시민 또는 전문가 등의 광범위한 의견수렴 절차(공론화)를 거칠 수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 한 명을 포함한 15명 이내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이헌석 대표는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재검토는 언제든 진행돼야 한다"며 "사용후핵연료 발생량 변화, 과학기술 발전 혹은 불확실성 증가, 지금의 결정을 50년 뒤 후손들이 인정할 것인가 등의 의제를 언급했다. 또한 '누가 지역주민인가?, 누가 미래세대인가?' 등 아직 논의하지 않은 숨어있는 쟁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핵폐기물에 대한 책임은 기성세대에게 있다
지역주민뿐아니라 현세대·미래세대 모두의 문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7.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열린 '안전한 세상을 위한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발족식'에서 참석자들이 '핵폐기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미래세대의 목소리'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17.07.27.ⓒ뉴시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부장은 "정부가 내놓은 로드맵대로 하더라도, 2082년이면 핵발전소가 모두 멈추게 되는데, 2083년부터 태어난 사람들은 그 전에 발생하는 핵폐기물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며 "최대한 안전한 관리정책을 만들고, 미래세대에게 1원도 넘기지 않겠다는 자세로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기성세대의 책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는 미래를 고민해야 한다. 우리 세대만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신고리5,6호기 공론화의 경험으로 봤을 때는 시간에 쫓기듯 당장 결론을 얻기 위해서 접근하게 되면 국민들은 그것에 대해서 충분한 고민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내 입장에서만 판단하게 될 수 밖에 없다"며 "국민들이 전기요금의 문제와 당장의 에너지 문제만 생각하게 만드는 공론화였다, 미래를 고민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지적했다.

고준위 핵폐기물의 문제가 핵발전소가 소재해 있는 지역주민들의 문제로만 여겨지고 있다며, 전국적인 공론화 확대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남택우 정의당 정책위원은 고준위 핵폐기물에 관한 관심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지 못한 것과 관련해 "발전소 워낙 보이지 않으니까, 알아서 처리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다"면서, "제가 농담반 진담 반으로 하는 얘기가 원전에서 생산된 전기를 어디서 소비하고 있는지 추정이 되니까, 서울로 예를 들면 한 50% 사용한다면 50% 핵폐기물은 너네가 처리하라고 하면 각 지자체에서 대응방안을 마련하면서 논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발전소를 가동하기 위한 해결책 되어서는 안돼"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시민환경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2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원탁토론회'가 열렸다.
고준위핵폐기물전국회의와 시민환경연구소 공동 주관으로 25일 오후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고준위핵폐기물 원탁토론회'가 열렸다.ⓒ환경운동연합 제공

이날 토론회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 문제 해결 관련 공론화를 탈원전을 앞당기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임성희 녹색연합 연구원은 "계속 핵폐기물을 만들어 내면서, 핵폐기물을 둘 곳이 없다고 빨리 임시저장고를 증설해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부의 입장에 문제의식이 있다"며 "둘 곳이 없으면 폐기물을 만들어내지 않는 것, 사실상 발전소를 끄는 게 답"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탈원전 로드맵에 따라 사용후핵연료 양을 예측하고 임시저장고를 지으려고 한다. 수명 단축을 적극적으로 제기하면서 핵폐기물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순군 녹색당 탈핵특위 위원은 고준위핵폐기물 공론화를 둘러싸고 일어날 진영 간의 탈핵 논쟁에 대해 이야기 했다.

탈핵을 반대하고 핵발전소를 찬성하는 원자력계는 안전성, 경제성, 청정에너지를 설득의 논리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국 위원은 "한빛 4호기에서 보듯이 방호벽에 시공 당시부터 구멍이 뚫려있었다. 더이상 안전성에 대해서 이들이 내세울 수 없다. 경제성은 안전기준이 높아지고, 폐회로 비용, 고준위 핵폐기물의 처리비용 다 제대로 환산하면 된다. 비용이 계속 올라가고 경제성 떨어질 수밖에 없다. 독극물(방사성 물질)을 계속해서 발생시키는데 클린에너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최근 원자력계는 '온실가스, 미세먼지를 발생시키지 않는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핵발전기술 해외 수출이 막힌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이에 대해 국 위원은 "일부 맞기는 하지만 똥을 이만큼 싸놓고 나는 오줌을 싸지 않으니까 괜찮다는 말과 비슷하다"면서, "핵기술을 다른 나라에 팔아먹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고 부도덕한 일이다. 썩 좋은 설득 논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편,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고준위핵폐기물과 관련해서 기존의 탈원전의 연장 선상이 아닌, 의제의 전환 차원에서의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양이 처장은 "정부도 우리 쪽도 답을 정해놓고 가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핵폐기물은) 답이 없다"면서 "정부한테 원전을 가동하기 위한 수단으로 핵폐기물 문제를 접근하지 마라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핵폐기물을 우리사회가 책임있게 안전하게 가져가기 위한 논의를 하고 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며, 원전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이 논의는 책임지고 가겠다는 선언을 (정부가)먼저 하고 나오라고 했다"며 "우리도 탈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핵폐기물 자체에 대해 안전과 비용문제에 대해서 책임지는 시민으로서 적극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간다는 양쪽의 합의 과정이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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