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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재판부가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자유한국당, 그럼 특검은요?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사법농단의 공정한 재판을 위해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전방위적으로 거센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사법부 부정 행위"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야 4당도 이번 정기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설치 방안을 마련하기로 합의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만 '나 홀로 반대'에 나선 것이다.

물론 자유한국당도 현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높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킬 대안은 내놓지 않은 채 '특별재판부는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주장만 반복하면서 자유한국당이 사법부의 적폐청산을 가로막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별재판부란?
법원의 제식구 감싸기와 셀프 재판 막자는 것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5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설치 기자회견을 마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특별재판부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은 것은 최근 사법농단 수사에서 드러난 사법부의 '제 식구 감싸기' 행태 때문이다. 법원이 최근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압수수색영장을 무더기로 기각한 것이 단적인 예다. 지금까지 수사 경과를 볼 때 현재의 법원이 과연 사법농단 수사에 협조하고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사법농단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법관들이 현직에 머물러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셀프 재판'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건을 담당할 가능성이 높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부 8개 중 6개 재판부에 사법농단 핵심 당사자들이 소속돼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고양이에 생선가게를 맡긴 격"이라는 조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향후 사법농단 사건의 공정한 재판을 담보하기 위해 별도의 특별재판부가 사법농단 재판을 맡아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됐다.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박주민 의원의 법안(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의 사법농단 의혹 사건 재판을 위한 특별형사절차에 관한 법률안)은 사법농단 사건의 영장실질심사와 재판 과정에서 사법농단에 연루된 법관들을 배제해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자는 것이 주 골자다.

이를 위해 대한변협·법원 판사회의에서 3명씩 추천하고 학식과 명망있는 비법조인 3인의 인사로 구성된 특별재판후보추천위를 대법원 내에 두고, 이 추천위에서 특별영장전담법관 2명과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판사의 2배수 후보자를 추천한다. 대법원장은 추천위에서 추천한 인사들 중 1명 이상의 특별영장전담법관과 3명의 특별재판부 판사를 임명하게 된다.

특별재판부가 삼권분립 훼손?
반론 1:그럼 특검은요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원상복구와 사법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
양승태 사법농단 대응을 위한 시국회의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원상복구와 사법적폐 청산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이 특별재판부 논의에 반대하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국회가 재판부 구성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삼권분립 훼손'이라는 명분을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운다.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에서 특별재판부 추진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는 것과 관련 "한쪽을 믿지 못하겠다고 하여 신뢰가 약한 또 다른 기구의 권한을 키우는 것은 옳지 않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삼권분립의 기본을 흔들어가며 말이다"라며 "혁명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면 삼권분립의 정신을 지키며, 그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옳다"고 강변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는 맹점이 있다. 현재 특별재판부와 유사한 취지로 도입된 특별검사제가 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검사 제도는 검찰 등 기존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에서 도입됐다. 고위공직자 등 유력인사가 연루된 사건에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사를 맡길 주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자유한국당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며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인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연루됐다고 특검을 요구해 관철시킨 바 있다.

정치권 내에서는 자유한국당의 삼권분립 훼손 주장에 터무니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주당 이춘석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사실 지금도 특검제도가 있지 않느냐"라며 "특검을 구성하는 논리나 사법농단에서 자유로운 사람들로 특별재판부를 구성하자는 논리나 다를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법사위 터줏대감'으로도 불리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특검이 왜 생겼나. 검찰이 국민이 믿지 못할 수사를 했기 때문에 초법적으로 국회에서 특검법을 제정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오늘날 70% 이상의 국민들이 사법부를 신뢰하고 있지 않다. 사법부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는 초법적인 특별재판부를 법제화해서 국회에서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자유한국당은 "국회가 나서서 특별재판부 판사를 지명한다"며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가 특별재판부 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는 내용은 실제 법안에서 찾아볼 수 없다. 한마디로 '팩트'부터 틀린 주장으로 특별재판부 논의를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믿을 수 없다면 김명수부터 사퇴하라?
반론 2:대법원장에게 수사 개입하란 건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방해를 규탄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법원 개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속 회원들이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원의 사법농단 진상규명 방해를 규탄하고 국민이 참여하는 법원 개혁을 촉구하며 피켓을 들고 있다.ⓒ김슬찬 기자

이 외에도 자유한국당은 사법부를 믿지 못해 특별재판부가 필요하다면, 사법부 수장인 김명수 대법원장부터 사퇴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이제는 사법계마저 흔들면서 또 다른 위헌 논란을 연이어 자초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자신들이 임명한 대법원장을 멀쩡히 놔두고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면서 특별재판부를 만들어달라고 하는 의도는 무엇인지. 왠지 6.25 때 완장 찼던 인민재판이 자꾸 생각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선 김명수 사퇴'의 주장 역시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된 김 대법원장의 태도에 아쉬운 점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주장대로라면 김 대법원장이 법원의 판단에 개입해 영장 발부 여부에 관여해야 하느냐는 반론도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 이춘석 의원은 "김 대법원장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것은 판을 흔들기 위한 것이지 올바른 주장이라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기 때문에 아무리 대법원장이라고 하더라도 영장을 발부하라 마라 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의원은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 때 (사법농단 연루자들의) 영장이 기각되는 게 문제라고 한다면, 김 대법원장에게 영장을 발부하라고 하는 것인데 그것은 또 다른 사법농단"이라며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송기헌 의원도 자유한국당의 주장에 대해 "정치공세일 뿐 설득력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송 의원은 "김 대법원장은 (사법농단 연루자들처럼) 사법행정권을 남용하는 것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을 지키는 한도 내에서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며 "지금 사법개혁을 하고자 하는 김 대법원장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이 사법개혁에 반대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공세에 한숨 내쉰 박주민
"삼권분립은 기계적인 분립이 아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정의철 기자

특별재판부 도입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에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 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입법부가 사법부와 관련된 법을 못 만들거나 못 바꾸나. 사법부는 국회와 관련된 사건에 대해 판단을 못하나"라며 "그런데 왜 삼권분립 훼손이라고 하는 것이냐"라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삼권분립은 기계적인 분립이 아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게 삼권분립"이라며 "그래서 국회가 위법한 일을 하면 경우에 따라 사법부가 판단을 해서 효력을 없애기도 하고, 입법부가 법을 만들어 법원의 기능과 권한을 조정하기도 한다. 그게 (현재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박 의원은 국회가 법관을 추천하는 게 아니냐는 자유한국당의 공세에 대해 "(법안 내용을 보면) 국회가 법관을 추천하지 않는다"라며 "추천위 9명 중에 국회가 추천하는 사람이 어딨느냐. 법을 제대로 봐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김 대법원장의 사퇴가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김 대법원장이 사퇴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김 대법원장은 바로잡으려고 노력하고 있고 그게 잘 안 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사법농단 진상규명을 대법원장이 나서서 막고 있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김 대법원장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되물어주고 싶다"고 지적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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