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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행, 파행, 파행…자유한국당의 ‘자충수’만 부각된 국정감사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정의철 기자

지난 10일부터 시작된 국회 국정감사가 29일 12개 상임위원회의 종합감사를 끝으로 대부분 마무리됐다. 국정감사는 정부의 국정 전반을 샅샅이 점검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정부의 실정을 지적하는 야당의 날카로운 공세가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 국정감사를 '야당의 무대'로 꼽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국정감사 파행을 주도하고, 여론과 동떨어진 주장만 일삼으면서 자유한국당의 자충수만 돋보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한 놈만 패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집중 부각하겠다는 계획도 수포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제1야당이 국정감사 파행의 주역?
법사위부터 행안위, 국토위·외통위까지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발언 관련 의사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장제원 의원이 지난 12일 오전 경기 과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발언 관련 의사 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상임위 곳곳에서 파행을 주도하며 결과적으로 국정감사를 방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여당이 정부를 비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국정감사를 파행시키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국정감사에서 활약해야 할 야당이 '국감 파행'의 주역이 되는 일은 이례적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사위는 국정감사 첫날부터 파행을 반복했다. 자유한국당 법사위 의원들은 지난 10일 관례를 무시한 채 김명수 대법원장이 직접 증인으로 출석해야 한다며 목청을 높이더니, 12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강정마을 사면'발언을 두고 "대통령이 국감을 방해한다"며 스스로 국감을 파행시켰다.

제1야당의 원내대표가 앞장서서 국정감사를 파행시키는 촌극도 벌어졌다. 서울시를 대상으로 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 중 김성태 원내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느닷없이 청사 안으로 들이닥치면서 국정감사도 덩달아 파행된 것이다.

특히 당시 국정감사는 자유한국당이 서울시 산하기관인 서울교통공사의 채용 의혹을 제기한 직후 열린 것으로, 자유한국당 행안위 위원들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대상으로 직접 제기된 의혹을 파헤칠 수 있는 자리였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채용비리 관련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청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당 관계자들이 채용비리 관련 서울시 규탄 기자회견을 하기 위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청으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나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던 자유한국당 의원 8명 중 7명은 감사장을 빠져나가 김 원내대표가 주도한 규탄대회에 합류했다. 결국 정상적인 국정감사 진행이 어려워지면서 감사를 잠시 중단해야 했다. 자연스레 김 원내대표의 '황당 행보'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자유한국당이 당초 제기하려던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은 큰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됐다.

김 원내대표는 "지상파 뉴스가 노조 갑질 고용세습 사태를 보도하지 않고 여당이 제기한 이슈만 보도하면서 공공성까지 상실하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냈지만, 이는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컸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각각 경의선 현장시찰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현장시찰이 예정돼 있었지만,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불참하거나 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문 대통령의 평양공동선언과 남북군사합의서 비준에 대한 항의의 성격이었다.

'한 방' 노렸던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
되려 '반노동 인식'만 고스란히 드러내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앞 계단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기만 문재인 정권의 가짜일자리 ,고용세습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앞 계단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국민기만 문재인 정권의 가짜일자리 ,고용세습 규탄대회에서 문재인 정부 규탄 발언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국정감사 중·후반까지도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을 제기하면서 반전을 시도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반노동' 인식만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의혹 제기에 대한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자유한국당은 서울교통공사 채용 의혹에 대해 '청년 일자리 탈취'로 규정하며 공세를 펼쳐나갔다. 그러나 정작 국정감사장에서는 적자가 늘어나기 때문에 정규직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지난 22일 국토위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이헌승 의원은 서울시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인해 신규 채용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따지더니 "정규직을 더 늘리면 서울교통공사의 적자 폭이 더 늘어날 것이 아닌가"라며 앞뒤가 배치되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같은 당 이은권 의원도 "차별을 없애기 위해 다 정규직화 시켜주면 열심히 한 사람과 열심히 안 한 사람 간 또 하나의 차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규정하는 '반인권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공공기관의 채용비리에 대한 새로운 추가 의혹이 드러나지 않으면서, '한 방'을 노렸던 자유한국당의 공세 자체에 화력이 떨어졌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이 채용 의혹을 정쟁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양이로 주목 받으려다 논란만 자초한 김진태,
비리 폭로로 '국감 스타' 등극한 박용진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 퓨마를 닮은 '벵갈고양이'가 등장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사태'에 대한 과잉 대응을 지적했다.
지난 10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국무조정실과 국무총리비서실에 대한 국정감사에 퓨마를 닮은 '벵갈고양이'가 등장했다. 이날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달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사태'에 대한 과잉 대응을 지적했다.ⓒ뉴시스

어김없는 '무리수'로 논란을 자초한 사례도 있었다.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동물원에서 탈출해 사살된 퓨마를 닮았다는 이유로 국정감사장에 벵갈 고양이를 데려와 '동물 학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동물단체들은 일제히 논평을 내고 "정치 동물쇼"라고 규탄했다.

김 의원의 '돌출 행동'은 결국 여당 의원의 관련 법안 발의로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29일 살아있는 동물을 국정감사를 비롯한 주요 회의에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이른바 '벵갈 고양이 방지법'으로 불리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에서는 "최근 위원회 회의장 또는 국정감사 장소에 고양이, 구렁이, 쥐 등 동물을 반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회의 목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동물을 시연 또는 정치적 이벤트에 활용해 동물에 대한 생명권을 경시하고 있다"며 "이에 회의장에 동물을 반입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동물에 대한 생명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오히려 국정감사 본연의 취지를 잘 살려 '국감 스타'로 부상한 의원은 여당에서 배출됐다.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았던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폭로한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대표적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교육위 첫 국정감사에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임명을 인정할 수 없다며 반발하는 상황에서 박 의원은 이른바 '비리 유치원'의 명단을 폭로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박 의원의 폭로로 드러난 일부 사립유치원의 비리 행태는 정국의 최대 이슈가 됐고, 당정은 이에 발맞춰 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대책 등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처럼 이번 국정감사는 제1야당보다는 여당이 돋보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감사를 보통 야당의 장이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야당이 아닌 여당의 장인 것 같다"며 "사립유치원의 비리를 잘 밝혀낸 것도 우리당 박용진 의원이 한 일이고, 사법부 농단도 박주민 최고위원이 잘 밝혀줬다"고 자평했다.

남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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