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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헌 구속은 꼬리자르기”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도입, 법관 탄핵 촉구한 법조인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범계 의원이 주최한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도입 긴급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범계 의원이 주최한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도입 긴급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정의철 기자

'양승태 사법농단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특별재판부를 도입하고, 이에 연루된 법관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법조인들 사이에서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이 사건의 실무책임자 격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가까스로 구속됐지만, '꼬리 자르기'를 할 우려가 있는 만큼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선 특별재판부 도입이 지금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사법부 특별재판부 도입이 필요한 이유
"박근혜 탄핵 당시와 지지 여론 비슷한 수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도입 긴급토론회'를 주최한 김민석 민주연구원장은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83.9%가 사법농단 사태와 관련해 사법개혁이 절실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77.5%가 사법농단 사건 재판에 특별판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라며 "이것이 민심의 현주소"라고 진단했다. 그는 '박근혜 탄핵' 당시 이를 지지하는 여론도 이와 비슷했다고도 강조했다.

공동주최자인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사법농단 재판을 담당할 가능성이 큰 법원의 7개의 재판부 중, 사법농단 사건의 수사·조사 대상이었거나 피해자인 판사가 있는 재판부가 무려 5곳"이라며 "따라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특별재판부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지난 27일 새벽 임종헌 전 차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일부에서는 희망어린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또다시 '제 식구 감싸기'식 결론을 내리기 위한 '꼬리 자르기'일 거라는 우려 섞인 주장에 조금 더 무게가 실리는 것도 사실"이라며 "재판거래의 실체가 낱낱이 밝혀질 때까지 긴장과 관심을 끊을 놓아서는 안 된다"라고 밝혔다.

발제자로 나선 판사 출신 박판규 변호사는 "통상적인 압수수색 영장의 발부율과 비교할 때 현재 진행중인 사법농단 사건에서는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에 대해 이례적인 기각율이 나오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박 변호사는 "이것이 검찰 측의 문제인지, 영장판사 측의 문제인지는 영장 피의사실 내용이나 소명자료가 충분한 지 여부에 대해 알 수 없기에 판단하기 어렵다"라며 "다만 이러한 이례적인 압수수색 영장의 기각은 사법부가 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의 의지가 없다는 의혹이나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심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이러한 특별재판부 구성이 생소할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도 그러한 선례가 존재한다"라며 1948년 제헌국회가 제정했던 반민족행위처벌법을 상기시켰다.

염 변호사는 "반민족행위처벌법 제19조에서는 반민족 행위자 처벌을 위해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고, 16명의 재판관을 두도록 규정했다"라며 "재판관은 국회의원 중에서 5인, 고등법원 이상의 법관 또는 변호사 중에서 6인, 일반 사회인사 중에서 5인으로 구성하도록 했고, 심지어 단심제로 운영됐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사례에 빗대면, 현재 사법농단 특별재판부 역시 일반 판사가 아닌 '재야 법조인'으로 구성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현재 여야가 논의하고 있는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법안은 그렇지 않다. 이 법안은 재판의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도록 사법농단과 무관한 특별영장전담법관 및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것이 골자다. 특별영장전담법관이나 특별재판부를 구성할 판사를 추천하기 위해 대법원에 특별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추천위원회는 대한변호사협회가 추천한 3인, 해당 법원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3인, 시민사회 3인 등 총 9명으로 구성하는 방안이다.

이에 대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박주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대해 특별재판부를 현직 판사로 구성하는 것은 공정성을 담보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아예 특별검사처럼 재야 법조인으로 임시적 재판부를 구성할 수 있는 방안이 도모돼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가능하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현행 헌법 하에서는 법원에 속하지 않는 특별법원으로는 헌법재판소와 군사법원만을 인정하고 있으므로 법원 소속이 아닌 제4의 사법기관을 만드는 것은 헌법 위반 가능성이 있으나 법원 내의 특별재판부는 위헌적이라고 볼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민변과 진보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과 민변과 진보연대 등 사회단체들이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사법농단 관여 법관 탄핵소추안 공개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법관 탄핵이 필수인 이유
"법관에게 해서는 안 될 가장 분명한 전범 제시 역할"

특별재판부뿐만 아니라 법관 탄핵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도 잇달았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임종헌 전 차장을 비롯해 일각에서는 사법행정권의 일탈·남용에 해당할 수는 있어도 처벌받을 직권남용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이번 사법농단 사태는 단순한 직권남용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 "검찰 수사나 직권남용 적용 여부와는 별개로, 이미 징계에 회부된 법관들과 검찰 기소 대상이 되고 있는 이들 현직 법관들은 중대한 위헌 행위로 반드시 탄핵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 처장은 이어 "한국에서 단 한 번의 사례도 없었던 법관 탄핵은 그럴만한 일이 없었기 때문도, 탄핵소추 요건을 충족하기가 매우 어려웠기 때문도 아니다. 반복도고 있는 법관 비리와 불법행위에 사법부가 '제 식구 감싸기'식 온정적 대응으로 일관해도 국회가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고 방조했기 때문"이라며 국회의 역할을 촉구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사법권의 독립이라는 가장 중차대한 헌법명령을 저버린 법관이라면 징계 절차에서의 정직·감봉 수준이 아니라 파면이라는 가장 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탄핵소추는 이 시점에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법관의 탄핵은 이 점에서 그동안 우리 법원 내부에 만연해 있었던 불문율들(구조적 페악들)을 제대로 제거하는 좋은 장치가 된다"라며 "그것은 사법농단 관련 법관들을 법원으로부터 축출하는 효과뿐 아니라, 법관들에게 해도 되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에 대한 가장 분명한 전범을 제시하며, 나아가 기존의 폐악들이 왜, 그리고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대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판규 변호사 역시 "권력분립이나 삼권분립을 통한 권력기관 간의 상호견제는 해당 기관의 순수하고 무결한 도덕성에 기반을 두는 것이 아니다"라며 "이번 사법농단 사건들은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어떤 일까지 저지를 수 있는지를 보여줬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관련자들에 대해 형사처벌이든 탄핵이든 응분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된다"라고 강조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범계 의원이 주최한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도입 긴급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주민-박범계 의원이 주최한 ‘사법농단 해결을 위한 특별판사도입 긴급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정의철 기자

법원 개혁 과제는?
국민참여재판 확대, 법원행정처 폐지, 피해자 구제

사법농단의 진실 규명과 함께 동시에 사법부 개혁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최용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은 "사법부 관료화의 폐해가 사법농단이라는 극단의 모습으로 드러난 지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사법부 관료화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법원행정처는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최 사무차장은 "법원행정처 폐지는 법원행정처의 단순한 개명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며, 재판과 사법행정의 엄격한 인적·물적 분리를 전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 사무차장은 "국민적 사법 불신은 국민적 사법 참여로 극복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 사법참여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으로의 참여 등 매우 제한돼 있고, 판결문을 포함한 주요 사법 정보의 접근도 차단돼 있다"라며 판결문 전수 공개, 배심원 수 증가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양승태 사법농단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자들을 구제하는 방안도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천주교인권위원회 이사장인 김형태 변호사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기존의 문제 판결들 파기 ▲재판거래가 밝혀진다는 전제로 재심 청구 ▲과거사 관련 국가배상의 기준에 관한 특별법 제정 등을 제안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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