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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징용 피해자 판결 나왔지만, ‘위안부’ 할머니 판결은 여전히 STOP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일본이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는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온 다음 날인 31일 오후, 살을 에듯 차가운 늦가을 바람 속에서도 옛 일본대사관 앞 정기 수요시위의 열기는 뜨거웠다.

정의기억연대 윤미향 대표는 “어제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참 늦었고 잔인하게도 많은 시간을 끌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윤 대표는 “강제징용 피해자의 지난한 싸움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이 걸림돌이 됐다”며 “탄광, 공장, 전쟁터 등 수많은 곳에서 강제노동이 이뤄졌다. 아직도 해결되지 못한 피해자의 인권을 담보로 경제 협력 문제를 매듭지었던, 굴욕적이고 아픈 역사에 책임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소송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피해자 인권에 위배되는 여러 논리를 내세워 정당한 법적 소송을 했지만, 처리 절차가 오리무중이다. 양승태 사법부가 피해자의 권리를 묵살하고, 소송을 지연시켜 온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한국 사회, 국제 사회, 한일 관계 안에서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음을 느끼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양승태 전 대법원장ⓒ양지웅 기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도 멈춰있다

2013년 12명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1인당 위자료 1억 원씩을 지급하라는 민사조정을 신청했다. 2년 뒤인 2015년 12월, 박근혜 정부와 일본 정부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문구가 들어간 졸속 ‘위안부 합의’를 발표했다. 정부 발표 이틀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송에 대해 ‘조정 불성립’ 결정을 내렸다.

다음 해인 2016년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은 정식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까지 1심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30일,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해당 손해배상청구 소송 관련 문서를 분석했다. 해당 문서에는 ‘소송을 각하하거나 기각하는 게 마땅하다’는 결론이 담겨있었다. 이로 인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소송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이 가시화됐다.

윤 대표는 “과거사가 올바르게 청산되려면 일본이 자신의 행위가 범죄였으며,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우리는) 그에 대한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스스로 진실규명에 앞장 서달라고 이야기해왔다”라며, “일본은 사죄, 배상, 재발 방지를 약속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수십 년의 세월을 고통 속에서 살게 한 책임에 준엄히 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에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참석해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에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참석해 있다.ⓒ김슬찬 기자

강제 징용 판결 비판한 아베 신조
시민들, “국제법 운운하는 것 가관”

이날 제1359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수요시위에는 제주 곶자왈작은학교, 충북 성화초등학교, 강원 현천고등학교 등 전국 각지의 학생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덮는다고 지워질 역사가 아니다’, ‘겨울에도 지지 않는다’, ‘돈으로 사과받을 수 없다’ 등 문구가 담긴 피켓을 직접 만들어 집회에 참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옥선 할머니도 집회에 참석했다. 할머니는 휠체어에 앉아 여러 겹의 담요를 덮은 채 집회를 지켜봤다. 이 할머니의 옆자리엔 지난 26일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하점연 할머니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이날 집회는 하 할머니를 추모하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국민대학교 평화의소녀상 건립 추진위원회 ‘세움’ 이태준 대표는 “어제 강제동원에 대한 판결을 우리는 확인했다. 이 문제가 이렇게 긴 시간을 끌어오는 것도 너무나 어이없고 분노스럽지만, 이제라도 법의 존재 가치가 정의와 부합했단 것에 참 많이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표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국제법에 비춰볼 때 있을 수 없는 판단’이라고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아베 정부는 정의 앞에서 또다시 판결을 부정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입에서 국제법이 언급되는 것 또한 가관이다”라며 “우리 땅을 식민지로 삼고, 우리 민족을 성노예로 삼아도 된다는 말은 어느 법에 적혀있는가. 70년이 넘도록 이 문제를 사죄하지 말라는 건 어느 법에 적혀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성화초 6학년 학생들은 “학교에서 근현대사 공부를 하며 지난 시절 할머니들께서 겪으신 고통을 알게 됐고, 그 당시 일본이 얼마나 나쁜 짓을 했나 알게 됐다”며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가 진심을 담아 사과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 일본 정부가 사과하는 그 날까지, 할머니들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며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제1359차 정기 수요시위’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며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죄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슬찬 기자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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