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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 앞까지' 집회의 자유를 찾아 떠난 시민들의 여정

사법 감시를 위해 시민들이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10월 16일부터 총 5차례 걸쳐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함께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좌를 진행한다. 강좌를 통해 시민들은 한국 사회 주요 판결문을 시민의 눈으로 직접 읽고 판사의 전문가 주의를 벗겨냄으로써 사법부를 감시하고자 한다. 또 판결문 공개제도를 통해 실제 판결문을 청구하는 실습도 참여한다.

이 모습을 총 5회에 걸쳐 기사로 연재한다.

1. ‘방탄판사단’ 압박 위해 판결문을 파헤치자
2. “쌍용차 정리해고 정당했다”는 대법원 판결, 시민들이 뒤집어 봤다
3. '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 앞까지' 집회의 자유를 찾아 떠난 시민들의 여정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모습.
민중총궐기 집회 당시 모습.ⓒ정의철 기자

2016년 촛불 시위 전까지 집회·시위는 ‘불법’, ‘폭력’이란 단어와 어울려 다녔다. 약자도 누릴 수 있는 표현의 자유이기에,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이라 꼽히는 집회·시위의 자유다. 여기에 부정적 이미지가 덧칠해진 이유는 뭘까? 아이러니하게도 집회·시위 보호가 법익인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시법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도구로 사용됐다. 박정희 정권이 권위주의적 통치수단으로 만든 법임을 떠올리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3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진행된 ‘내 생애 첫 사법 감시 – 판결문 함께 읽기’ 두 번째 시간에선 ‘명박산성’을 넘어 청와대 앞까지 간 시민들의 여정을 헌법재판소 판결문을 통해 되짚어봤다.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2008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광우병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민중의소리

“국가가 집회·시위를 허가할 수 없다”

2009년 9월 헌법재판소는 ‘집시법 제10조 등 위헌 제청’ 소송을 통해 야간옥외집회 허가제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려 집회·시위를 통제하려는 국가 권력에 제동을 걸었다.

2008년 5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주최한 안모 씨는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안 씨는 1심에서 혐의의 근거가 된 집시법 제10조 등이 헌법상 금지되는 집회의 사전 허가제를 규정한 것으로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했다.

집시법 제10조(옥외집회와 시위의 금지 시간)는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한다. 다만 관할경찰관서장이 허용하는 조건 아래서는 예외적으로 가능하다. 안 씨 측은 해당 조건이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며 이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한 헌법 제21조에 위반해 집회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5명의 헌법재판관들은 안 씨 측의 주장을 인정해 집회 허가제가 사전 검열제와 같다며, 야간옥외집회를 일반적으로 금지하되 관할 경찰서장에 의한 예외적 허용을 규정한 집시법 제10조는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해당 판결로 집회의 자유가 국가가 보호해야 할 기본권임을 분명히 한 점에서 전향적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헌재가 ‘평화적·비폭력적 집회’에 한해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인정한 점은 한계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집회는 기본적으로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것이기에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며 “평화적·비폭력적 집회는 형용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적 기준에서 평화적 집회는 처음부터 폭력을 예정하지 않은 집회를 말한다”며 “참가자 중 일부가 우발적으로 폭력을 행사했다고 해서 폭력 집회라고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차벽’은 위헌이다

2011년 6월 헌법재판소는 ‘서울특별시 서울광장 통행저지행위 위헌확인’ 소송을 통해 경찰이 집회·시위 장소를 차벽으로 둘러싼 행위는 집회·시위의 자유를 방해한 행위라고 판결했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당시 차벽에 둘러싸인 시민들.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당시 차벽에 둘러싸인 시민들.ⓒ사진공동취재단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009년 5월 경찰은 경찰버스를 이용해 서울광장을 둘러싸 차벽을 만드는 방법으로 시민들의 서울광장 출입을 저지했다. 고인을 조문하기 위해 덕수궁 대한문 앞 시민분향소를 찾는 사람들이 건너편 서울광장에서 불법·폭력 집회 개최를 막는다는 이유였다.

민모 씨 등 8명은 이 같은 통행제지행위가 거주·이전의 자유와 공물이용권,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해당 행위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했다.

위헌판결을 낸 7명의 헌법재판관들은 경찰의 행위가 일반적 행동 자유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헌법 제10조 행복추구권이 보장하는 일반적 행동 자유권이란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할 권리가 나에게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는 국가안전 보장, 사회질서 유지, 공공복리 증진 등의 이유로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다. 이 때 국가는 목적에 맞는 수단을 적절히 사용해 기본권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한다.

헌법재판관들은 일반 시민들의 통행까지 막은 점, 불법·폭력 집회 진행 4일 후까지 집회를 금지한 점 등을 들어 경찰의 행위는 시민들의 통행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한 교수는 해당 판결이 집회·시위 자유 자체를 다룬 것은 아니지만 공권력이 대중들의 집회·시위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됨을 간접적 방식으로 지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30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시민들이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독에 참가했다.
30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건물에서 시민들이 ‘내 생애 첫 사법 감시-판결문 함께 읽기’ 강독에 참가했다.ⓒ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진정한 집회의 자유를 위해

집시법의 역사에서 전향적 판결을 살펴봤음에도 시민들은 여전히 아쉬움을 표했다. A씨는 “경찰의 차벽행위에 대한 위헌 판결을 집회·시위의 자유를 근거로 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며 “대법원처럼 헌재가 한 번 결정하면 끝나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에 한 교수는 “서울시가 집회 장소로 서울광장에 대한 허가를 아예 내주지 않았기 때문에 재판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를 주장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장소인 광장을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가한 것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재는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같은 사건에 대해 또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그동안 집회에 참가하면서 갖었던 불만을 쏟아내기도 했다. B씨는 “집회하기 전에 왜 신고해야 하냐. 미신고제, 자율제가 좋은 거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한 교수는 “신고를 하는 이유는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이다”면서도 “신고제가 문제가 아니라 미신고집회를 형사범죄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C씨는 “차벽이 위헌 판결나니 경찰이 몸으로 벽을 만들어 집회·시위 장소를 가린다”며 “사람들의 눈에서 집회·시위를 안 보이게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교수는 “집회·시위의 목적은 단합이 아니라 알리는 것”이라며 “일본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가 열리면 경찰이 집회 참가자들을 둘러싸는 것이 아니라 국회의사당을 둘러싼다. 차벽의 성격이 다르다”고 비판했다.

D씨는 일부 폭력 행위가 발생했다고 집회 전체가 폭력 집회로 매도되는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이에 한 교수는 "고의성과 중요한 과실이 있지 않은 이상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해서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집회에서 폭력 행위가 발생하면 모든 것을 주최자에게 뒤집어 씌운다"며 "경찰은 집회가 참가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폭력 행위를 한 개인을 분리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E씨는 집회를 시끄럽고 불편하다고만 여기는 시선들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에 한 교수는 "헌법에서 집회결사의 자유를 보장하는 이유는 우리에게 집회시위 참여 권리를 부여하는 동시에 집회로 인한 불편을 감수하라는 의무를 명령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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