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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사랑과 이별의 드라마를 완성하는 임창정의 노래
임창정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재킷
임창정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재킷ⓒ제공 = NH미디어

2018년 10월 30일 수요일 온라인 음원 서비스 차트의 최상위권에는 여전히 임창정의 노래가 있다.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지난 9월 19일 발표한 임창정의 14집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의 타이틀곡이다.

이 음반을 들으며 여러번 놀랐다. 먼저 임창정의 정규 음반이 어느새 14장이나 되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1995년 1집 [이미 나에게로]를 발표하며 가수 활동을 시작한지 23년만에 임창정은 14집 가수가 되었다. 당시 임창정은 1990년 영화 남부군으로 연기자 데뷔를 마친 후였다. 연기자와 가수를 겸하는 엔터테이너 임창정은 1997년 발표한 자신의 3집에서 ‘그때 또다시’와 ‘결혼해줘’를 빅히트 시키고, 영화 ‘비트’의 감초 연기로 주목받으며 비로소 스타가 되었다. 이후 2003년까지 임창정은 거의 매년 음반을 발표하면서 ‘소주 한 잔’, ‘날 닮은 너’, ‘슬픈 혼잣말’을 비롯한 히트곡을 가진 가수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그런데 임창정은 2003년 정규 10집을 발표한 이후, 연기자 활동에 집중하기 위해 가수 생활을 중단했다가, 2009년 다시 노래를 시작했다. 하지만 아이돌 뮤지션들이 대중음악계를 완전히 점령해버린 상황에서 임창정의 자리는 많지 않아보였다. 그러나 임창정은 2015년 발표한 EP [또 다시 사랑]의 동명 타이틀곡으로 다시 정상에 오르며 발라더 임창정의 저력을 확인시켰다. 2016년에 내놓은 13집 [I’m]의 타이틀곡 ‘내가 저지른 사랑’ 역시 차트 정상에 오르며 임창정의 시대가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8년 9월 19일에 발표한 14집의 타이틀 곡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의 대중음악계에서 이렇게 20년 이상 활동을 이어가는 뮤지션은 드물다. 임창정은 자신이 가사를 쓰고 곡 작업에 참여하기는 하지만 모든 곡을 다 쓰지는 않는 보컬리스트에 가까운데, 이렇게 1990년대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정규음반을 발표하며 활동을 이어가는 뮤지션은 안치환, 엄정화, 조관우, 장사익 정도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뮤지션이 바로 임창정이다.

임창정은 그동안 발라드라고 부르는 슬로우 템포의 팝을 주로 히트시키며 대중적으로 인기를 끌어왔다. 임창정은 대중음악평론가나 음악 마니아에게 주목받기보다는 보편적인 인기를 기반으로 사랑받았고, 특히 노래방에서 강세를 보였다. 이는 임창정의 노래가 팝이 갖춰야 할 멜로디와 스토리에 충실해 누구나 공감하고 쉽게 따라하면서도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완성도를 갖추었기 때문이다. 임창정의 노래는 사랑을 고백하거나 사랑을 잃고 그리워하는 곡들이 다수인데, 그 때마다 단순하지 않은 삶의 무게와 사연을 갖고 복잡한 마음을 견디면서도 순수함을 잃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해 위로받고 싶은 이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트렌디한 장르와 사운드를 재현하기보다 명확한 기승전결 구조에 귀에 쏙쏙 박히는 멜로디를 연결하고, 가사가 잘 들리는 발성으로 고음과 꺾기라는 대중적 매력 포인트를 유지하는 임창정의 노래는 한 번이라도 좋아하지 않기가 더 어려웠다.

결코 가볍게 만들지 않았음을 웅변하는 임창정 14번째 앨범

이번 14집 음반에서도 임창정의 특징은 계속 이어지는데 이번 음반에서는 융스트링과 함께 만든 섬세한 스트링 연주가 자연스러운 질감과 고급스러운 질감을 대변한다. 첫 곡 ‘노래방’과 두 번째 곡 ‘나눠갖지 말아요’, 타이틀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이젠 그러려고’로 이어지는 음반의 초반부부터 끝까지 임창정은 스트링 연주가 중심이 되는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비감하면서도 따뜻한 노래를 들려주다, 한 번씩은 보컬을 터트리면서 익숙한 패턴의 매력을 잃지 않는다. 쉽게 들리면서도 충분한 울림을 갖는 강력한 멜로디와 이야기하듯 자연스러운 임창정의 보컬은 완성도 높은 스트링 연주 위에서 보편적일뿐 아니라 잘 만든 팝에 도달한다. 애절하면서 담백하고, 친숙하면서 흔들리지 않는 임창정 보컬의 매력을 잃지 않으며 공들인 편곡과 연주를 더한 곡들은 팝 발라드 곡이 도달할 수 있는 완성도의 기본 이상에 항상 가닿는다. 특히 타이틀 곡 ‘하루도 그대를 사랑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의 후반부에서 교차하는 복잡하고 정교한 연주는 임창정의 팝이 결코 가볍게 만들지 않았음을 웅변한다. 음반의 처음부터 끝까지 개성적이지 않지만 흠 잡기 어려운 14집의 곡들은 임창정의 음악이 인기를 누리고, 임창정의 음반이 계속 이어지는 이유를 넌지시 알려준다.

가수 임창정(자료사진)
가수 임창정(자료사진)ⓒ양지웅 기자


그리고 사랑에 대한 통찰은 없지만 상대를 미워하거나 원망하기보다는 상대의 고통과 아픔까지 짊어지려는 노래 속 한결같은 배려와 순정은 임창정표 발라드를 통해 자신의 진심을 보상받거나 인정받으려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충분한 대답이 된다. 대개의 사람들은 냉정한 자기 인식이나 처절한 반성을 담은 노래보다 부족하고 못난 자신의 모습조차 인정하고 다독여주는 노래에 더 반응한다. 완벽하게 나쁜 사람도 없고, 완벽하게 좋은 사람도 없는 세상에서 우리는 대개 찌질하고 비겁하고 이기적이지만 자기 연민을 버릴 수 없어 자신이 나쁜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데, 임창정은 보통 사람들이 보고 싶고 실제라고 여기고 싶은 자신의 모습을 대신 노래하면서 사랑과 이별의 드라마를 완성해주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은 임창정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노래방에서 목놓아 임창정의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잃어버린 자신을 위로한다. 사랑은 끝났지만 자신도 할 만큼 했다고, 자신은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고 결론 내린다. 게다가 지금은 가을 아닌가. 쓸쓸해져 없던 추억이라도 만들어내고 싶은 계절, 누군가 불러주었으면 하는 노래를 다시 부르고 들려주면서 임창정은 사랑받는다. 그 노래를 여전히 부르고 더 밀도 높게 다듬으면서 임창정의 음반이 늘어간다.

서정민갑 대중음악의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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