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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값 6년 전 수준인데..” 수확 앞두고 나온 비축미 방출 정책에 한숨쉬는 농민들
충북 영동군에서 본격적인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기록적인 폭염을 이겨내고 농촌 들녘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었다.11일 오후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 들녘에서 한 농부가 노랗게 익은 벼를 콤바인으로 수확하고 있다.
충북 영동군에서 본격적인 가을걷이가 한창이다. 기록적인 폭염을 이겨내고 농촌 들녘은 어느새 황금빛으로 물들었다.11일 오후 영동군 심천면 초강리 들녘에서 한 농부가 노랗게 익은 벼를 콤바인으로 수확하고 있다.ⓒ뉴시스 제공

"콤바인을 할 때 하루 종일 아래를 봅니다./이삭을 놓칠세라 아래로 아래로 밑 등을 자릅니다./농협직원이, 공판 검사원이 내 나락을 발로 비빌 때, 나는 아래에 있습니다/세금이 오르고, 물가가 오르고, 막된 세상 혈압이 올라도 쌀 가격은 항상 아래에 있습니다/지난 30년간 쌀값은 여전히 그 모양 그 꼴입니다./나는 농민입니다. 기타 직업군에, 등외 국민입니다./직장을 찾아 누나와 삼촌이, 친구가 떠났습니다./떠난 자리엔 그리움이 자라더니 서러움이 박혔습니다./등굽은 소나무가 마을을 지키듯, 나는 나이 70 먹은 동네 막내입니다." (밥 한공기 300원 대국민호소문)

가을 수확기를 맞아 한창 바쁜 농민들이 일손을 놓고 청와대 앞에 모였다. 상경한 농민들은 정부가 쌀값 폭등을 이유로 정부미 5만 톤을 시장에 푸는 것에 대해 "서민과 농민을 이간질 시키는 불량한 정책"이라며 정부의 공매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과 (사)전국쌀생산자협회 공동주최로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 재고미(米) 방출 계획 대응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가 농산물을 중점물가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먼저 쌀값부터 잡을 요량으로 정부재고미 5만 톤 방출 계획을 세웠다"며 "정부는 2017년산 5만 톤 수확기 방출 계획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앞서 일부 언론에서는 연일 '쌀값 폭등'이 서민 장바구니 물가 상승의 주범이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양곡 정책이 실패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 결국 정부는 오는 2일 경제부처 물가관리 차관 연석회의에서 쌀값 안정을 위해 2017년산 쌀 5만톤을 공매하고 시장에 방출하는 안을 결정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전농 등은 "지난 30년간 가장 낮은 가격과 가장 높은 가격을 비교해 30%이상 폭등했다고 기사를 내는 것은 명확히 왜곡이며 불공정 보도"라며 "현재 쌀값은 2013년 18만3천원 선을 회복하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부의 공매 계획에 대해 "농산물 생산비 보장을 요구하는 농민을 죽이는 일이며, 쌀 산업 유지 발전을 포기함으로써 국민을 주식 안정 공급 사각지대로 내모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농민들은 새 정부가 들어섰어도 수입개방은 여전하며 농업생산비는 갈수록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업의 위기'라는 것이다.

전농은 "농업소득은 10년 째 정체돼 있으며, 농지는 해마다 만 ha이상 줄어들고 있다"며 "식량자급률 24%, 이건 역대 최저치"라고 짚었다. 또한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으로 전략했고, 아이들 울음소리가 그친 지 오래다"라며 "향후 30년 안에 농촌지역 60%가 소멸할 것이라는 예측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재고미(米) 방출 계획 대응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1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재고미(米) 방출 계획 대응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했다ⓒ전국농민회총연맹 제공

해마다 수확기엔 쌀값이 폭락해 농민들의 시름이 계속되고 있다. 쌀값 폭락과 정부의 무분별한 농지 전용으로 지난 10년 간 쌀 재배 면적은 21% 감소했다. 지난해부터 쌀 생산량은 처음으로 4백만 톤 수준으로 떨어졌고, 올해 생산량은 지난해보다 12만 톤 감소한 385톤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여름 폭염과 가을 태풍, 수확기 잦은 비로 인해 쌀 생산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농촌이 이렇게 어려워도 농업적폐 핵심인, 이른바 '농산물 가격 후려치기' 정책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전농에 따르면, 2016년 수확기 쌀 가격 12만 9천 원(80Kg 기준)은 30년 전 가격과 동일하며, 지난해 쌀 가격인 15만 3천 원(80Kg 기준)은 20년 전 가격과 같다. 2016년 밥 한 공기 분량 쌀값은 175원, 지난 해는 170원이었다. 올해 10월 기준, 밥 한 공기 쌀값은 220원인데, 이는 2012년 가격과 같은 수준이다.

농민들은 "껌 한 통 보다 못한 쌀값으로 어떻게 농사를 지으라는 말이냐"며, "밥 한 공기에 300원, 쌀 1kg에 3천 원은 받아야 최소한 쌀 농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정부가 농민들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관심을 두지 않고, 농업과 농촌문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 수입량을 늘릴 뿐이고, 폭락하면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이다.

전농 등은 농산물 가격 정책을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방법과 관련해 "농민에겐 생산비를 보장하고 국민에겐 안정된 가격에 농산물을 공급하는 주요농산물 공공수급제를 실시해야 한다"면서, "농산물을 공공재로 취급해 국민 식탁을 국가가 직접 챙기고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아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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