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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압수수색 위법’이라던 김시철 판사, 이번엔 47쪽 장문글로 검찰 공격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법원

사법농단 사건 수사를 하는 검찰의 법원 내부망 이메일 압수수색이 위법이라고 주장했던 김시철 서울고법 부장판사가 1일 또 다시 비슷한 취지의 장문 글을 올렸다. 검찰은 종전과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는 반응이다.

김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7분께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법농단 의혹 수사에 관하여 법원 가족들게 드리는 글(2)’라는 제목의 A4 47쪽짜리 글을 올려 검찰 압수수색을 비판했다.

이번 글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생산된 문제의 법원행정처 문건 내용이 자신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며, 긴 분량을 할애해 ‘죄가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폈다는 점이 특이한 부분이다. 나머지 ‘영장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이라 위법’이라는 주장과 ‘동일 영장으로 두 번 압수수색을 한 것은 위법’이라는 등의 주장은 이전 글과 동일하다. (관련기사:“압수수색 위법했다”는 고법 부장판사 주장에 검찰 “전혀 문제없는데?”)

문건만으로 ‘혐의 성립 안 된다’ 주장
수사에서 재판으로 이어지는 기본적 사법절차 송두리째 부정
후배 판사들에 재판 영향력 행사 우려
검찰 “수사대상자의 부적절한 행동”

김 부장판사는 2015년 10월 법원행정처가 자신과 당시 주심판사를 접촉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 심리 방향을 분석한 문건 내용을 언급하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선 당시 서울고법 공보관에게 그동안 진행된 재판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미 작성돼 있던 재판 관련 자료를 건네준 내용을 토대로 작성된 문건이라고 해석했다. 문건 작성 전후 구조상 법원행정처가 자신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가 없다는 주장을 펴기 위함이다.

그러나 해당 문건이 작성된 시기는 고작 공판준비기일을 두 차례 진행한 상태로, 향후 본 재판과 선고 일정을 남겨뒀을 때였다. 따라서 법원행정처가 미리 재판부 의중을 파악해 심리 과정에 개입했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의 근거가 되는 문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혐의 입증에 필요한 기초 자료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사정과 무관하게 김 부장판사는 단순히 자신이 공판준비기일 전 공보관에게 이미 진행된 절차에 대한 설명을 했다는 사실과 문건 작성 시기를 토대로 법리상 직권남용에 해당하는 직접적인 내용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법행정권자가 재판독립을 침해했다는 의혹이 이 사건의 핵심이라는 점에서 재판부와 법원행정처가 특정 재판에 대해 교감한 정황이 드러난 문건이 나왔다면, 그 자료를 토대로 추가 단서를 확보해 최종적으로 혐의를 입증하는 것이 매우 기본적인 수사의 절차다. 판사 역시 이 절차를 토대로 확보된 수많은 증거들을 종합해 유무죄 판단을 내린다.

그런데 김 부장판사는 특정 자료 하나만을 근거로 ‘죄가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려버리고, 그 판단을 근거로 검찰이 위법한 압수수색을 했다는 논리를 폈다. 이는 결국 수사와 재판으로 이어지는 사법 절차를 모두 부정해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외관상 ‘검찰의 위법 수사’를 주장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사법 절차 자체를 부정해버리는 자기모순을 드러낸 것이다.

나아가 향후 이 사건이 재판에 넘겨질 경우 구성될 재판부나 다른 영장을 심사할 영장전담 판사들에게 무죄의 심증을 제공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더군다나 김 부장판사는 일선 지방법원에서 재판을 맡는 판사들보다 한참 앞선 기수 선배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대상자의 일방적 주장에 대해 장외에서 하나하나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만 “수사 대상자가 ‘사건을 맡을 판사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자기가 받고 있는 수사에 대한 방어 논리를 일방적으로 판사 게시판에 계속 올리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왔다. 한 판사는 익명으로 ‘코트넷’에 글을 올려 “(김 부장판사의) 글 대부분이 자기가 위법한 짓을 안 했고 자기 사건과 관련해 행정처의 직권남용이 없다는 사실관계 및 법리 다툼”이라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참고인이 재판에 영향을 미칠 사안을 이렇게 장외에서 판사들을 상대로 죄가 아니라고 토로하는 것은 직무윤리 위반이 아닌지 심각하게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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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훈 기자

법조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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