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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채용비리 의혹 주인공 자유한국당의 취업준비생 걱정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감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정의철 기자

자유한국당이 연일 서울교통공사 등 공공기관 채용비리 의혹에 열변을 토하고 있다. 정부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을 나무라고, 국정조사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 모습을 보고 있으니, 불현듯 ‘취업 준비생’ 신분이던 2017년이 떠올랐다.

잠을 아끼며 공부를 했고, 시간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했다. 때 이르게 눈 오는 가을하늘이 찜찜했고, 갑갑한 패딩을 파고드는 찬 겨울바람에 예민해졌다. 그래도 매일을 간절하게 살았다. 취직하고 싶단 이유 하나로.

보통의 평범한 청년들은 다 비슷할 것이다. 챙겨야 할 것, 생각할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았다. 조급한데 버거웠다. 그 시기 마주쳤던 다수의 취업준비생이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러던 작년 9월, 강원랜드에서 벌어진 채용 청탁 비리 사건을 들었다. 당황스러웠고, 끔찍했다.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은 취업준비생들이 보기엔 무서운 사람이었다. 국회의원의 권력을 이용해 평범한 취업준비생들로부터 적어도 수십 개 이상의 일자리를 약탈한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강원랜드 취업비리로 이들은 재판을 받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2012년 11월부터 2013년 4월까지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 등과 공모해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의원실 인턴비서 등 11명을 채용하게 한(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제3자 뇌물수수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받는다.

염동열 의원은 같은 기간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지인과 지지자 자녀 39명을 부정 채용시킨(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업무방해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법에서 1심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런 사람들 덕분에 능력이 없는데도 괜찮아 보이고, 노력하지 않아도 잘 포장된 신입사원들이 공기업 정규직 자리에 앉았다. 진정, ‘청년 일자리 도둑’이었다. 어떤 이에겐 취업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 새삼 어이없고 화가 났다.

그 뒤로 우리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갖은 채용 비리 소식이 이어졌다. 들을 때마다 비현실적이었다. 믿고 싶지 않았다. 우리 사회에 공정성이 있음을 믿어야만 하는 평범한 다수와는 달리, 공정성 같은 건 ‘사치’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만 듣고, 그만 보고 싶었다.

취업준비생 모두가 화난 것 같았는데, 사회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꼭 도려내야 할 단면은 그렇게 잠잠히 지나갔다.

그때의 기억이 무뎌질 때쯤, 나는 또다시 ‘청년 일자리 도둑’이란 말을 들었다.

취업준비생들에게 분노를 일으키는 그 단어가, 요즘엔 자유한국당의 입에서 흘러나온다. 물론 자신들을 지칭하는 말은 아니었다. 정부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공공기관 노동자들을 겨냥해 하는 말이었다.

자유한국당은 국정감사에서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친·인척 비율을 따졌다. 그리고 비율이 높게 나오는 일부 기관을 겨냥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분위기를 악용하여 기존 직원들의 친·인척이 대거 입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배후엔 노동조합이 있다 했고, 고용세습이라 했고, 특혜채용이라 했다.

의심은 사실인 양 빠르게 퍼져갔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내뱉는 모든 말이 자극적인 기사로 뻗어갔다. 실체가 분명했던 강원랜드, 우리은행 채용비리 때는 잠잠했던 다수의 보수언론에서 보도를 쏟아냈다. 실체가 불분명한 단독 기사뿐 아니라 오보도 속출했다.

지난달 26일 민주언론시민연합은 강원랜드, 우리은행 채용 비리 의혹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다룬 각 언론사의 보도 양태를 분석해 공개했다.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된 날로부터 9일간 각 신문사의 보도량을 비교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2건, 우리은행 채용비리를 3건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와 관련해 29건의 보도를 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단 한 건의 지면 보도 없이 넘기고 우리은행 채용 비리를 2건 보도한 중앙일보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를 35건 보도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1건, 우리은행 채용비리 1건을 보도한 동아일보는,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를 27건 보도했다. 보도량에서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이들 보도가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취지를 손상시키고, 애꿎은 노동조합을 깎아내리고 있단 점이다. 노조의 힘을 빌려 자격 없는 자를 입사시켰다 했고, 2017년 문재인 대통령이 천명한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알고 가족에게 계약직 입사를 권유했다고 보도했다. 짜맞추기식의 무리한 기사가 쏟아졌다. 당사자들의 계속되는 사실관계 반박에도 악의적 몰매를 이어갔다.

최근 서울교통공사 채용비리 의혹을 취재하며 서울교통공사 노조의 기자회견을 간 적이 있다.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조선일보 사옥 앞에서 조합원들을 만났다.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와 보수언론 기사에서 채용비리 당사자로 지목된 조합원들도 참석했다. 하루아침에 ‘일자리 도둑’으로 몰린, 채용 특혜를 봤다고 매도된 이들이었다.

그들은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임금이 적고 일이 힘들어 다수가 꺼리는 일인데도 꼭 해야 하는 일을 맡아 묵묵히 해온 이들이었다. 우리 사회가 여태 그들의 노동을 왜 비정규직으로 두었는지 의문이 들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들의 처우가 나아져야 한다는 것에 전혀 의심이 들지 않는다.

지난 정권의 상당수 채용 비리와 연관된 자유한국당 그들이 정치공세를 위해 노량진 학원가의 ‘꿈과 희망’, 노량진 학원가의 ‘청년’이란 말을 하는 게 참 공교롭다. 박원순 시장을 대신해 취준생, 공시생에게 사과한단 그 언행은 정말 모순적이다. 자당의 의원들이 강원랜드 채용 부정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는 기억은 상실했나 싶다.

기관이든, 기업이든 잘못이 있다면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고 부정은 사라져야 마땅하다. 그래야 공정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괜찮게 살 수 있다.

단, 그 과정에서 분명하지 않은 사실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헐뜯어선 안 된다.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온 노동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비방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김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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