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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난민이라도”vs“난민이 아닌 한 명이라도”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참가한 난민 어린이가 집회 참가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김슬찬 기자

2018년은 난민법 개정의 ‘골든타임’이다. 지난여름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인들을 통해 방치돼왔던 난민법의 민낯이 드러났다.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난민 인정 절차, 즉 난민법이 서 있었다. 난민 수용 찬성 측에선 허술한 난민 인정 절차로 인해 보호해야 하는 난민이 강제송환 위기에 처해있다고 주장했다. 반대 측에선 가짜 난민이 난민 인정 절차를 악용해 장기체류 혜택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제연합(UN)의 난민협약은 난민 보호를 강조하지만, 난민 인정 절차의 구체적 내용은 개별 국가에 맡긴 탓에 ‘어떻게 난민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한 뒤 2013년 아시아 최초로 난민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국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난민 인정률로 인해 난민법은 그 취지인 난민 보호를 다 하지 못한다고 비판받아왔다.

지난달 26일 난민 전문가들은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난민법의 문제점과 개정 방향’ 학술대회에 참가해 “국제 뉴스에서 보던 난민 문제가 일상으로 파고든 지금이 바로 난민법 개정의 최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한국이민법학회와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 주최로 '난민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학술대회가 열렸다.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학교에서 한국이민법학회와 건국대학교 법학연구소 주최로 '난민법의 문제점과 개정방향' 학술대회가 열렸다.ⓒ민중의소리
출입국항 난민인정 신청 및 처리 절차
출입국항 난민인정 신청 및 처리 절차ⓒ법무부 난민과

법무부, 가짜 난민의 난민법 악용 막아야

난민법 개정 방향은 크게 둘로 나뉜다. ‘한 사람의 난민도 강제 송환돼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난민이 아닌 한 사람도 체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팽팽하다.

제주 예멘 난민 사건 이후 법무부는 난민법 개정을 예고했다. 확정된 안은 연말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방향성은 후자에 가깝다. 법무부는 현행 난민법이 ‘가짜 난민’에 의해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김정도 법무부 난민과장은 “연간 난민신청자 수가 2013년 난민법 시행 이후 10배 이상 급증했다”며 “무분별한 허위 난민 신청을 억제하고 진정한 난민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허위 난민이 반복적인 난민 재신청을 통해 장기 체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법은 난민 신청자에게도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적용해 난민 인정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국내 체류를 허가하고 있다. 그런데 난민법은 재신청 제한을 따로 규정하지 않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재신청해 체류 보장 등의 혜택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또 김 과장은 “난민일 가능성이 전혀 없는 신청(명백한 이유 없는 신청)에 대해서도 현행법은 이후 불복절차와 체류 등을 보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난민 인정 신청을 받고 면접 등 심사 절차를 거치다 보면, 난민 인정 조건과 거리가 먼 사인 간의 분쟁, 체류 연장 목적, 경제적 이유 등으로 신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명백하게 난민으로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로 신청한 경우 1차 심사는 하되 이후 불복절차 등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김 과장은 강제송환 금지원칙에도 국가안보 등 예외를 둘 것, 신청인의 성실 의무 위반으로 심사 지연될 경우 책임을 분명히 할 것, 이의신청을 담당하는 난민위원회를 강화할 것 등을 개정 방향으로 제시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를 반대하며 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난민인권센터 주최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 참가자들이 난민 혐오를 반대하며 효자동 주민센터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김슬찬 기자

“난민 인정률 낮은 국가에서 ‘악용’ 우려하는 것은 어불성설”

반면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현행 난민 인정 절차의 가장 심각한 문제를 ‘정확성 부재’로 지적하며 법무부가 제주 예멘 난민 사건 이후 ‘신속성’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신속하게 난민 인정 절차를 운용한다 하여 난민을 확인하지 못하고 강제 송환 하는 것은 제도의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해외와 비교해 양적 기준뿐만 아니라 질적 기준에서도 극도로 낮다고 꼬집었다. 전 세계 난민 인정률이 24.1%인데 반해 한국 인정률은 4.1%에 불과하고, 다른 나라에서 난민으로 인정된 사례들이 국내에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정확성이 담보되지 않아 재신청이 많은 것인데 정부는 이를 남용적 신청자가 많다고 해석한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난민 인정 절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행정청과의 독립성 보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민 행정당국의 다양한 고려와 별개로 난민 신청자가 박해의 위험에 대해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이의신청, 소송의 단계에서 독립성이 보장되지 않을 경우 이의신청 자체의 정당성이 성립될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2차 심사인 이의신청을 담당하는 법무부 난민위원회의 위원 중 1/3은 공무원으로 구성돼 독립된 심사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 변호사는 신속한 난민 인정 절차를 위해선 결국 정확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1차 심사의 질을 높여 보호가 필요한 난민들을 신속히 난민으로 인정해, 불필요한 후속 절차를 줄이고 초기부터 보호하도록 하는 것이 본질적이고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민 인정 절차에 관여하는 주체의 전문성, 전문 통역인 등 다양한 인프라 등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 인근에서 열린 2018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에서 난민을 환영합니다 대형 글씨 피켓을 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공원 인근에서 열린 2018년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에서 난민을 환영합니다 대형 글씨 피켓을 든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김철수 기자

“난민을 보호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국민”

난민 수용을 둘러싼 논쟁은 난민법을 개정하는 등 절차적 문제 그 이상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난민 지원 활동을 하는 이호택 피난처 대표는 “난민을 보호하는 것은 법이 아니라 국민”이라며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제도는 힘이 없다”고 강조했다.

조영희 IOM이민정책연구원은 “절차적 개선에만 매몰돼 사회통합에 관한 쟁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난민제도의 궁극적 성공은 수용 이후의 사회통합에 달려있다”고 지적했다.

이희정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난민 인정 제도의 세부적 설계에 관한 쟁점은 결국 난민 문제에 대해 어떤 관점, 태도를 가질 것인가에 따른 선택”이라며 “가치 선택에 대해 우리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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