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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철의 경제진단] 기준금리 어떻게 해야 하나?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가 새 필진으로 합류했습니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과 참여연대 조세재정센터 실행위원을 겸임하고 있는 조 교수는 그간 국민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조세·재정정책 수립과 발전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습니다. 조 교수는 칼럼에서 경제 현안을 진단하고 한국 사회가 가야 할 정책 방향을 모색할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거시경제정책의 핵심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다. 통화정책의 핵심은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거시경제 관리는 주로 통화정책에 의존했다. 통화정책만으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어려워지면서 재정정책의 역할도 강조되고 있지만, 여전히 통화정책은 가장 중요한 거시경제 정책수단이다.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고 있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정의철 기자

한국의 통화정책

한국은행법 제1조는 통화신용정책은 물가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되, 금융안정에도 유의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은 상당히 포괄적 개념인데, 물가안정에 초점을 두면서 건전한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도록 통화정책을 펴야 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중앙은행이 금융안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 2011년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금융안정 책무 조항도 삽입되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물가상승률 2% 부근을 적정 물가 수준으로 보고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통화신용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거시경제학 교과서를 보면 거시경제정책 목표로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대외(국제수지)균형을 들고 있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는 물가안정과 완전고용이다. 미국 연방준비은행법(Federal Reserve Act)은 완전고용과 물가안정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캐나다, 호주도 물가와 고용 안정을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로 규정하고, 영국은 물가안정을 주된 목표로 고용안정을 부수 목표로 규정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은 독일 연방은행(Bundesbank)의 영향으로 우리처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있다. 독일은 1,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두 차례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은 쓰라린 경험 때문에 어느 나라보다도 통화정책에서 물가안정을 중시하는 전통을 갖고 있는데, 유럽중앙은행을 만들 때 독일의 영향력이 가장 컸기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도 독일 연방은행의 전통을 이어받게 되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강화되면서 거시경제정책의 목표로 물가안정과 함께 완전고용도 중시하는 케인스경제학의 영향력이 약화되었고, 세계 각국의 통화정책은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그러나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이런 경향 속에서도 물가안정과 함께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고용 상황을 중시하면서 기준금리 결정을 해왔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가 계속 올라가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대응으로 기준금리가 제로 금리에 가까울 정도로 비정상적으로 낮아졌고 유동성이 지나치게 확장된 상황을 정상화하는 과정이지만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인 고용 상황이 개선되고 임금 상승률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 연준 의장이 기준금리 결정을 발표할 때 그 판단의 근거로 항상 미국의 물가 상황과 함께 고용 상황을 거론한다.

그러나 한국은 기준금리 결정의 판단 근거를 설명하면서 실업문제가 아주 심각한 경우가 아닌 한 고용 상황을 거론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 10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통화정책 방향을 설명할 때도 한국은행 성장률 전망이 2.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이고 물가가 목표수준에 근접하고 있지만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한다고 말했을 뿐, 고용·실업에 대한 언급은 한 마디도 없었다.

경제위기 없었는데도 기준금리 인하했던 박근혜 정부

금융통화위원회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 2009년 경제성장률이 0.7%로 심각했기 때문에 기준금리를 일곱 차례 파격적으로 인하해 2% 수준으로 낮췄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 글로벌 금융위기같은 경제위기가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여섯 차례 인하해 1.25% 수준으로 낮췄다. 특히 최경환 부총리가 2014년 7월 취임하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만난 후 기자의 질의에 답하면서 “척하면 척”이라는 말로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 간의 이심전심을 표현했다. 부총리와 한국은행 총재가 만난 바로 다음 달 8월 이후 기준금리가 다섯 차례 인하되어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낮은 1.25%로 떨어졌다.

박근혜 정부 때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은 “빚내서 집사라”는 초이노믹스를 확실하게 도와주었다. 건설투자 증가율은 2014년 1.1%에서 2015년 6.6%, 2016년 10.3%, 2017년 7.6%로 급증했고, 건설경기 부양으로 고용도 급증했는데, 고용 증가의 정점은 취업자 수가 31만 6천명 증가한 2017년이었다.

반면에 주택담보대출 급증으로 가계부채는 1500조원에 달하게 되어 금융 불안정이 심화되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경제성장률이 2.8~2.9% 수준으로 나쁘지 않았고 미국이 2015년 말부터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상황에서 가계부채 위험 증가를 무릅쓰고 기준금리를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도 더 낮추는 것이 합리적인 결정인가라는 논란이 있었다. 따라서 가계부채 급등, 얼마 전까지 심각했던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의 문제에 대해서 박근혜 정부 때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이주열 한은 총재에게 상당한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부동산 가격 상승, 미국의 계속된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간 금리 역전에 의한 자본 유출 가능성, 금융 불안정 등의 문제로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고, 실제로 금융통화위원회는 문재인 정부가 집권한 이후 2017년 11월 기준금리를 1.5%로 올렸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한미 기준금리 추이ⓒ현대경제연구원

경기 하강 국면 고려해 기준금리 현행 유지해야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을 2.8~2.9% 수준으로 보고 있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노동, 자본 등 경제적 자원을 투입하여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 수준을 의미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물가상승률이 낮으면서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성장을 하고 있다면 고용 수준은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고용 상황은 보수 언론이 주장하듯이 고용 위기, 고용 대란이라 할 순 없지만 청년 실업률 9~10%를 넘나들고 2018년 3월 이후 계절조정실업률이 계속 하락 추세이고 실업률은 증가 추세에 있어 누가 봐도 완전고용에 가까운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행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한국경제의 고용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부동산 가격 급등 현상이 진정되고 가계부채 증가 추세도 다소 둔화되었지만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위험수준이고 한미 간 금리 격차 확대에 의한 자본 유출 가능성과 금융 불안정을 막기 위해서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 분석에 의하면 한미 간 기준금리 격차 1% 포인트 내에서는 자본유출 문제가 심각하지 않다고 한다. 최근 한국경제는 경제성장률, 고용률, 실업률, 경기 동행지수, 선행지수 등 각종 거시경제지표를 볼 때 경기 순환 주기 고점을 지나 하강 국면으로 들어갔다는 것이 경제전문가 대부분의 판단이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 수준 안에 있고 고용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11월 30일 기준금리 결정 때에도 기준금리를 현행 수준에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 때 통화정책이 “빚내서 집사라”라는 초이노믹스에 적극 부응한 결과 현재 문재인 정부는 경기 하강, 고용 둔화 상황에서도 확장적 통화정책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처지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는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 사회복지 예산을 중심으로 확장적 재정정책을 강력히 실시해 한다. 보건복지 분야의 고용유발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에 확장적 재정정책을 통해 사회복지 예산을 대폭 늘리면 그에 따라 자연적으로 일자리도 늘게 된다. 2018년 들어서 보건복지 분야 일자리가 전년 대비 15만명 증가하고 있으나 2013년, 2014년 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보건복지 분야 고용이 16~17만 명 증가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큰 폭의 증가라고 보기 어렵다. 다행히 한국은 재정여력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좀 더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통해 고용을 늘리고 포용적 복지국가도 앞당기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조영철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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