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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개월, 교정시설, 합숙’ 복무만 허용된 대체복무제가 징벌인 이유
참여연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국방부 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 심사기구 국방부 설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2018.11.05.
참여연대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오전 서울 국방부 앞에서 '정부의 양심적 병역거부 징벌적 대체복무제안 반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 심사기구 국방부 설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고 주장했다. 2018.11.05.ⓒ뉴시스

“제는 강제징집 자체를 반대해 실형을 살았지만, 대체복무할 수 있었고 이에 대한 선택권이 넓었다면 다른 선택을 했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장애인이나 소수자를 위한 사회봉사 차원의 일이 있었다면 지원했을 것 같습니다.”

강제징집을 반대하며 ‘양심적 병역거부’를 선언했다 실형을 선고 받고 2014년 수감돼 18개월 동안 실형을 살았던 동현(31)씨의 말이다. 그는 5일 국방부 앞에서 열린 ‘징벌적 대체복무제 반대 기자회견’이 끝난 뒤, 민중의소리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자신은 실형을 살았지만, 지금이라도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추진되고 있다는 대체복무제 안은 선택의 폭이 너무 제한적이고, 기간이 너무 길어 징벌적 성격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동현 씨는 “복무기간이 현역의 1.5배면 수긍이 된다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는데, 제가 실형을 살았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교도소 생활을 2배 많은 3년간 하라는 것은 지나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과 4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체복무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과 4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체복무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민중의소리

입대 앞둔 당사자 80% “육군복무기간 1.5배 ‘이하’가 적절”
시민사회 “국방부가 그동안 있었던 다양한 논의 깡그리 무시”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과 4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체복무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최근 참여연대 등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국방부는 오는 6일 대체복무제안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해당 안의 주요 내용이 △복무 기간은 현역 육군 기준 2배인 36개월 △복무 영역은 교정시설 합숙 복무로 단일화 △심사기구는 국방부 산하 설치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국방부안이 그동안 논의돼 왔던 대체복무기간보다 지나치게 길고, 대체복무영역은 협소해 사실상 ‘징벌적 대체복무’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병역판정검사 당사자’(527명)를 대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실태조사’ 를 진행해 10월 31일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합숙복무를 할 경우 대체복무기간으로 ‘육군병사의 1.5배 이하’가 적절하다고 답했다. 여기서 병역판정검사 당사자란, 신체검사를 받기 위해 병무청을 방문한 입대를 앞둔 이들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38.8%의 응답자가 합숙복무를 할 경우 적절한 대체복무기간으로 ‘육군 병사와 동일 기간인 18개월’이 적당하다고 봤으며, ‘공군병사와 동일기간인 22개월’을 선택한 응답자도 전체의 21.6%에 달했다. ‘육군 병사의 1.5배인 27개월’을 택한 응답자도 21.2%였다.

반면, ‘육군 병사의 2배인 36개월’을 선택한 응답자는 28.4%에 불과했다. 이는 합숙복무가 아닌, 출퇴근복무일 경우에 대한 응답자들의 판단이었다.

시민사회 단체들은 “국방부가 현재 준비하고 있는 대체복무제안의 내용은 그간의 다양한 논의와 도출된 기준점들을 깡그리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지난 18년간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 온 시민사회 의견, 국가인권위 권고, 118건의 무죄판결이 가져온 사회적 논의들, 최근 헌법재판소의 결정과 대법원 판결, 심지어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자신들이 꾸린 자문위원단 논의까지 모두 무시한 채 징벌적 대체복무제안을 추진 중”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과 4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체복무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 50여개 시민사회 단체들과 40여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이날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대체복무제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3년 교정시설 합숙 복무’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또 다른 처벌”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민중의소리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제 시행 국가 될 텐가?”
“정부 추진안, 탈법적 관행을 합법으로 바꾼 것”

올해 6월 ‘대체복무를 포함하지 않은 병역법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 이후, 정부실무추진단이 대체복무법안을 준비해 왔다. 추진단에 민간자문 역할로 참여해 온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발표 예정인 국방부안이 왜 ‘징벌적 대체복무제도’인지 3가지로 압축해 설명했다.

임 변호사는 “만약 현재 추진되고 있는 대체복무제안이 시행된다면, 전 세계에서 가장 긴 대체복무제를 시행하는 국가가 될 수밖에 없다”며 “아르메니아가 36개월 대체복무를 실행하고 있는데, 이와 동일한 시간의 대체복무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복무영역을 교정시설로 단일화하는 것은 이제까지 시행해 왔던 탈법적인 관행을 합법적 정책으로 바꿔 시행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며 “그동안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감옥 안에서 정부가 고려하고 있는 교정 행정 보조업무를 수행해 왔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병무청과 국방부는 보다 많은 병력자원을 동원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국방부에서 대체복무제 신청자를 심사하는 것은 독립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소장 박승렬 목사는 “우리사회가 병역거부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1, 2차 세계대전 때도 많은 종교인들이 총을 드는 것을 거부했다. 독일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 하에서도 있었다. 우린 이런 파시스트에 대항해 군대에 가지 않은 사람에 대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병역을 거부한 이들에 대해선 안 좋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복무제는 나라와 사회를 위한 봉사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자는 것”이라며 “나와 종교가 다르고, 교리가 다르다고 해서 안 좋게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평화의 마음을 살릴 수 있는 대체복무제도가 만들어졌으면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병역거부자 40여명은 공동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어느 누구도 병역거부자라는 이유로 처벌로 내몰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한 후, 입장문을 국방부 민원실에 전달했다.

정부는 오는 6일 예정돼있던 대체복무제안 발표를 미룬 상태다. 징벌적 대체복무기간, 심사기구의 중립성 및 협소한 복무영역 등이 논란이 되자 계획을 수정한 것이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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