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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서지현 “검사이기 전에 피해자…소송 통해 정당한 권리 행사할 것"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가 안태근 전 검찰국장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뉴시스

‘미투 운동’의 불씨를 댕긴 서지현 검사가 자신은 “현직 검사이기 전에 피해자”라며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통해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서 검사와 법률 대리인 서기호 변호사는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5일 강제추행·직권남용을 이유로 안 전 검사장 등에게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한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서 검사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나선 이유로 ‘피해자의 권리’를 강조했다. 그는 “그 동안 성폭력 사건에 있어 손해배상을 청구하면 ‘꽃뱀이다’, ‘결국 돈을 바라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아왔다”며 가해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피해자의 정당한 권리”라고 강조했다.

이어 서 검사 측은 더 이상 ‘현직 검사 프레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서기호 변호사는 “검찰 내부에서 ‘현직 검사 신분으로 일은 안하고 자꾸 언론에 등장하고 그러면 되냐’는 목소리가 나왔다”며 기자회견을 여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기자회견을 여는 것은 자연스러운 권리인데 이것을 검찰 내부에서 ‘정치하려고 하냐, 유명해져서 좋겠다’며 비아냥거려 서 검사를 위축시켰다”고 비판했다.

서 변호사는 이 같은 검찰 내부 목소리가 “서 검사가 현직 검사이기 이전에 ‘강제추행 범죄와 보복인사의 피해자’라는 점을 망각하게 만든다”며 이번 기자 회견을 통해 “현직 검사 프레임에서 탈출해 ‘피해자의 권리 행사’를 당당하게 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서지현 검사는 이번 손해배상 청구가 ‘2차 피해에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폭로한 뒤부터 “‘업무 능력에 문제가 있다’부터 ‘꽃뱀이다’까지 온갖 말을 들었다”고 털어놨다.

앞서 서 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2차 가해를 ‘생매장’에 비유하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는 글에서 영화 ‘신과 함께’에서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피해자를 생매장하는 장면을 언급하며 “성폭력 가해자들은 자신의 잘못을 덮기 위해 피해자들을 생매장하고, 혹자들은 이를 돕거나 모른 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폭행 피해를 당한 지 8년 만에 입을 연 이유에 대해 “생매장 당하는 것은 너무 억울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을 다물고 있어도 생매장은 진행됐고, 숨통이 완전히 끊기기 전 여기 묻혔다는 것을 알리고 죽어야겠다 생각했다”며 “생매장은 명백한 ‘범죄’”라고 강조했다.

서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이 생매장당할 수 없어 목소리를 내면 ‘음모가 있다’, ‘사주를 받았다’는 말이 돌아온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성폭력 피해자의 얼굴을 평가하고 성욕을 일으킬만한 인물인지 아닌지를 평가한다”며 “이후 피해자는 피해자답게 조용하고 어둡게 비참한 삶을 계속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살인 피해자, 강도 피해자 그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다”며 “성폭력 피해자만 이런 고통을 겪는 이유는 성폭력이 남녀 문제가 아니라 권력 문제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강자인 가해자는 본인 멋대로 저지르고 입을 틀어막기 위해 피해자를 음해한다”며 “우리 사회는 문제의식 없이 가해자 시선으로 피해자를 바라본다”고 꼬집었다.

서기호 변호사는 “서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의 지위를 넘어서서 검찰 권력으로부터 여러 가지 압력과 음해를 받고 있다”며 “안 전 검사장은 현장을 떠났지만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검사들이 현지 검찰의 고위 간부로 존재한다”고 검찰 내부에서 2차 가해가 진행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서 검사 측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피해자의 권리가 보호되지 않는 현실을 지적하기도 했다. 서 변호사는 “형사소송에서 피해자는 국가이기 때문에 실질적 피해자는 소송 당사자로 참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피고인은 증거 기록·관련자 진술 등 재판 관련 기록을 모두 열람·복사할 수 있는 반면 피해자는 자기 진술밖에 볼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서 검사는 “재판에 들어가 동료 검사들의 진술을 처음 듣고 너무 놀라 손발이 다 떨렸다”며 “너무 놀라 법정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검찰이 피해자의 피해를 제대로 반영해서 싸워줘도 한계가 있다”면서 검찰 조직를 상대하는 서 검사는 형사 소송에서 더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검사는 검찰 개혁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서 검사는 “많은 분들이 성추행 부분에 집중하시는데 제가 나서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검찰이 전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지난다고 검찰 개혁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며 사법농단에 가려진 검찰 개혁에 대해 관심을 촉구했다.

강석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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